브라운관과 스크린 곳곳에 이들이 출몰하고 있다. 너무 잦은 등장에 질릴 법도 한데, 어쩐지 질리지 않는다. 오히려 이 두 사람이 등장하면 뜬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탄탄한 연기력, 여기에 강인하면서도 부드러운 매력까지 두루 갖추고 있기에 대중은 빠져들 수 밖에 없다. 바로 박성웅과 조진웅, '웅저씨'들의 이야기다.
먼저 조진웅은 올해 초를 강타했던 tvN 드라마 '시그널'을 통해 명실상부 톱배우 반열에 올랐다. 그가 맡은 이재한 역은 소신과 강단 빼면 시체인 인물. 한 번 파헤친 사건은 무조건 끝을 보는 우직한 형사로 박해영(이제훈)과 무전을 통해 장기 미제 사건을 해결한다. 조진웅은 매 회 몰입도 높은 연기력으로 화제를 모았으며, '웅신드롬'이라는 신조어까지 탄생케 했다.
그런가하면 박성웅은 최근 SBS 드라마 '리멤버-아들의 전쟁'에서 빛나는 열연으로 안방 극장을 사로잡았다. 유승호의 군 제대 후 첫 작품으로 방영 전부터 화제를 모았던 이 드라마,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주목 받은 것은 박성웅이었다. 박성웅은 어떤 일이든 몸을 부딪쳐 해내고야 마는 추진력 넘치는 변호사 박동호 역으로 분했다. 박동호는 유승호(서진우)의 조력자로 활약하는 동시에 남궁민(남규만)과 대적하는 인물이다. 박성웅은 묵직하면서도 섬세한 연기로 선과 악을 넘나드는 박동호 역을 더욱 입체적으로 그려냈다는 평이다.
공든 탑은 무너지지 않는다고 했던가. 조진웅과 박성웅이 쌓은 탑도 안정적인 궤도에 오른지 오래다. 두 사람 모두 단역으로 영화계에 입문한 뒤 오랜 시간 동안 배우의 길만 걸어왔다는 공통점이 있다.
2004년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의 단역을 시작으로 영화계에 발을 들인 조진웅은 이후 꾸준히 단역과 조연으로 활약했다. 2009년에는 KBS2 드라마 '솔약국집 아들들'에서 브루터스 리 역으로 안방 극장에 눈도장을 찍었고, 이듬해에는 '추노'에 출연했다.
조진웅의 배우 인생이 본격적인 상승궤도를 탄 시점은 바로 2011년부터다. 첫 번째 터닝포인트는 바로 SBS 드라마 '뿌리깊은 나무'였다. 이도(송중기)를 지키는 조선 제일검 무휼의 인기는 곧 조진웅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고, 이후 본격적인 인기 가도를 달리게 된다.
대세의 흐름을 탔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주조연을 가리지 않는 남다른 행보를 보인다. 그 결과 영화 '끝까지 간다', '화이: 괴물을 삼킨 아이', '명량', '암살' 등 굵직한 작품에는 모두 조진웅이 있었고, 이를 통해 각종 영화제의 상을 휩쓸며 충무로가 사랑하는 배우로 자리매김 했다.
박성웅은 조진웅보다 더 오랜 무명 시절을 겪었다. 1997년 개봉한 영화 '넘버3' 단역으로 데뷔한 그는 이후 단역과 조연을 거치면서도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그러던 중 2007년 드라마 '태왕사신기'를 통해 안방 시청자들에게 제대로 얼굴을 알리게 된다. 이후 '에덴의 동쪽', '카인과 아벨', '아테나: 전쟁의 여신', '제빵왕 김탁구' 등 다양한 드라마에 모습을 드러내며 차근차근 입지를 쌓아갔다.
그 동안 영화 주연으로 발돋움하기도 했으나 흥행 성적은 썩 좋지 않았다. 본격적으로 박성웅의 이름을 알리게 된 것은 '태왕사신기'로부터 5년이 지난 시점인 2012년이다. 박성웅은 영화 '신세계'의 이중구 역으로 그야말로 전성기를 누리게 된다. 최민식, 황정민, 이정재와 어깨를 나란히 한 인기를 구가하며 그간의 무명의 시절을 단숨에 털어낸다.
박성웅은 자신이 어떤 역할을 잘 소화할 수 있는지를 잘 알고 있었다. 영화 '찌라시: 위험한 소문', '오피스', '황제를 위하여', '역린' 등을 통해 묵직한 캐릭터, 선 굵은 연기로 관객을 사로잡았다. 지난 해에는 영화 '검사외전'을 통해 비슷한 듯 또 다른 매력의 캐릭터로 한층 넓어진 연기 스펙트럼을 과시하기도 했다.
조진웅과 박성웅은 배우로서 또 한 번의 전성기를 맞이했다. 그리고 이 전성기는 꽤 오랫동안 이어질 전망이다. 올해도 쉼 없는 작품 활동을 예고했기 때문.
조진웅은 올해만 벌써 3개의 영화 개봉을 앞두고 있다. 먼저 '아가씨'는 박찬욱 감독의 작품으로 배우 김민희, 하정우, 김해숙 그리고 신예 김태리가 출연한다. 1930년대 한국과 일본을 배경으로 막대한 재산을 상속받게 된 귀족 아가씨와 아가씨의 재산을 노리는 백작, 그리고 백작에게 고용돼 아가씨의 하녀로 들어간 소녀를 둘러싼 이야기를 그린다. 6월 중순께 개봉을 앞두고 있다고 알려졌다.
이어 '사냥'은 금맥이 발견된 탄광을 배경으로 이를 차지하려 싸우는 주민과 사냥꾼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이우철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배우 안성기, 한예리, 권율, 손현주가 출연한다.
'해빙' 또한 화려한 라인업을 자랑한다. 배우 김대명, 신구, 이청아, 윤세아 등이 출연하며 조진웅은 극중 승훈 역으로 분한다. 얼어붙었던 한강이 녹고 머리가 잘린 여자의 시체가 떠오르면서 드러나기 시작하는 연쇄살인의 비밀을 둘러싼 심리 스릴러 극이다.
새로운 영화에 출연을 확정하기도 했다. 조진웅은 올해 7월 영화 '보안관'의 크랭크인을 앞두고 있다. '보안관'은 부상 기장을 배경으로 한 작품. 동네 보안관을 자처하는 오지랖 넓은 토박이 전직 형사가 서울에서 내려온 성공한 사업가를 마약사범으로 의심하며 벌어지는 로컬 수사극이다. 조진웅은 극중 종진 역으로 분해 활약할 예정이다.
박성웅 또한 올 한 해 대활약을 예고했다. 13일 개봉을 앞둔 영화 '해어화'가 그 시작이다. 박성웅은 '해어화'에서 경무국장 히라타 기요시 역으로 분한다. 전 대사를 일본어로 완벽하게 구사한 것은 물론, 최고의 권력을 가졌지만 소율(한효주)을 향한 일편단심을 간직한 인물로 또 한 번 여심을 사로잡을 것으로 보인다.
또 이정재, 리암니슨, 진세연, 정준호, 박철민, 김영애 등 충무로의 초특급 배우들이 출연하는 영화 '인천상륙작전'에도 등장한다. 이 작품은 한국 전쟁의 전세를 뒤집은 인천상륙작전 실화를 모티브로 한 작품이며, 박성웅은 인민군 검열대장 박남철 역으로 등장한다. 7월 개봉을 잠정 확정한 상태다.
'이와 손톱'(가제)도 올해 개봉을 앞두고 있다. 배우 고수, 김주혁, 문성근 등이 합류해 화제를 모은 바 있으며, 박성웅은 극중 태석 역으로 분한다. 해방기, 약혼녀의 죽음 뒤에 숨겨진 진실을 쫓는 남자 석진(고수)의 지독한 사랑, 그리고 그를 둘러싼 미스테리한 사건을 다룬 스릴러다. '이와 손톱'은 2월 28일 크랭크업을 마쳤다.
마지막으로 현재 촬영 중인 '그대 이름은 장미'도 빼놓을 수 없다. 가수가 꿈이었던 홍장미(유호정)의 사랑과 꿈, 가족애를 담은 휴먼 코미디 드라마로 올 1월에 크랭크인 했다. 유호정, 오정세, 하연수, 최우식 등이 출연하며 박성웅은 극중 장미의 전 연인이자 명문대 출신 의사 명환 역으로 분한다. 올해도 멈추지 않는 두 배우의 활약이 기대되는 것은 혼자 만이 아닐 터. 어느덧 믿고 보는 배우가 된 박성웅, 조진웅의 끊임없는 열정에 박수가 아깝지 않다. (사진=tvN, SBS, 쇼박스, CJ엔터테인먼트, NEW, MBC, 유나이티드 픽처스, 롯데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