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의 조기강판 야구, 올 시즌에도 계속되나?

입력 2016-04-05 10:18
▲송은범은 개막전 선발로 나섰으나 3이닝 만에 강판당했다.(사진=한화 이글스)
올 시즌도 불펜 야구는 계속되는 것일까?

이제 단 2경기만 치렀을 뿐이다. 반대로 말하면 한화 이글스는 올 시즌 142경기를 남겨두고 있다. 따라서 아직은 이들의 앞날을 알 수 없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개막 2연전을 통해 한화는 지난 시즌과 동일한 마운드 운용을 선보였다. 일각에서는 한화의 마운드 운용을 두고 퀵후크라는 표현을 쓴다. 그러나 엄밀히 말하면 ‘선발투수 조기강판’을 시키는 것에 불과하다. 불펜 야구라고 하기에도 무리가 있다.

현재는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한 외국인 투수 에스밀 로저스를 제외하면 그 어떤 선발투수도 5이닝을 보장받을 수 없는 시스템의 한화다. 과연 이런 시스템으로 한 시즌을 무사히 버틸 수 있을지 강한 의문이 든다.

개막전이었던 1일 경기에서 선발로 송은범이 나섰다. 하지만 송은범은 3이닝 동안 단 57개의 공을 던지고 마운드를 내려왔다. 그렇다고 대량실점을 했느냐? 결코 그렇지 않았다. 3실점을 했으나 마운드를 떠나야 할 정도로 부진했던 것은 아니다. 문제는 경기가 연장접전으로 이어지면서 불펜 투수들의 소화 이닝이 늘어났다는 것이다. 권혁과 정우람은 각각 2이닝과 3이닝을 소화해야 했다.

2차전에서도 상황은 다를 것이 없었다. 오히려 전날보다 더 빠른 시점에서 선발투수가 강판됐다. 선발 김재영은 1.2이닝을 소화하고 3실점을 한 뒤 물러났다. 분명 김재영이 위기를 자초했으나 김재영은 1실점을 하고 마운드를 내려갔고 뒤를 이어 바톤을 받은 김용주가 김재영이 남겨둔 주자 2명을 홈으로 불러들이며 김재영의 자책점이 3점으로 늘어나게 됐다. 냉정하게 말하며 줄 점수를 모두준 것이다.

이후 불펜 투수들의 이닝 소화능력은 김재영보다 더 발휘돼야했다. 장민재가 3.1이닝 송창식과 권혁이 각각 2.1이닝 1.2이닝을 소화했다.

반드시 잡아야 하는 입장이라면 불펜을 총동원해도 문제될 것은 없다. 그러나 시즌 시작과 동시에 불펜 투수들의 가동은 매우 위험한 전술이다. 지난 시즌에도 혹사논란이 있었던 권혁은 전날 2이닝 29개의 투구를 한데 이어 2차전에서도 1.2이닝 동안 34개의 공을 던졌다. 베테랑 송창식 역시 1차전 0.1이닝 동안 18개의 공을 던졌으나 2차전 2.1이닝 동안 34개의 공을 던졌다. 지난 시즌에 이어 올 시즌도 이런 식의 마운드 운용이라면 자칫 위험한 한 시즌이 될 수도 있다.

일요일 경기를 우천으로 취소 결정한 김재박 경기 감독관은 6경기 출장 정지 처분을 받았고 야구팬들에게 비난을 받고 있다. 하지만 한화 입장에서는 경기 취소가 너무도 반가운 일이었을 것이다. 2경기 연속 선발투수의 조기강판과 연장혈투, 불펜 가동이 이유다.

물론 모든 구단이 동일한 야구를 할 수는 없다. 그럴 필요도 없다. 또한 선수운용은 팀 상황과 감독 성향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도 존중을 해야 한다. 하지만 시즌 시작과 동시에 연일 한국시리즈와 같은 마운드 운용을 한다면 시즌 중반 이후 투수들이 퍼지는 것이 문제가 아니다. 자칫 주력 선수들의 부상으로 이어지면서 경기력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에이스라고 할 수 있는 로저스의 부상이 상황을 어렵게 만든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해도 지금과 같은 마운드 운용 방식은 정당화 할 수 없다. 현장에서 느끼기에는 선수 자원이 부족할 수 있다. 하지만 최근 3~4년전의 라인업과 현재 한화 라인업을 비교하면 180도 다른 구성을 하고 있다. 그럼에도 선수가 없다는 핑계는 이유가 될 수 없다.

또한 스프링캠프를 통해 선발-불펜 보직에 맞춰 준비를 했다. 따라서 현재와 같은 마구잡이 등판은 투수들의 리듬이 깨지게 되고 좋지 않은 방향으로 흐를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성근 감독에게 선발 야구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과거 다른 구단에서 지도자 생활을 할 때도 동일한 패턴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지난 시즌에도 전반기 강력한 힘을 바탕으로 한화 불펜을 이끌었던 권혁은 후반기에 따른 사람이 됐다. 과연 이런 방법과 시스템 아래에서 살아남는 투수가 몇이나 될까?

사람이 쉽게 변할 수는 없다. 그러나 김성근 감독이 지금과 같은 시스템으로 계속해서 팀을 이끈다면 지난 시즌 후반기 권혁의 모습을 여러 선수들에게 볼 수 있을 것이다. 과연 김성근 감독이 변화를 선택할지 아니면 기존 시스템을 고수할지 매우 흥미로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