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적인 장영실의 재탄생을 이끈 배우 송일국. 그는 KBS1 대하드라마 ‘장영실’을 통해 대체불가 '사극 본좌'의 위엄을 입증했다.
지난 31일 강남구 역삼동 한 카페에서 ‘장영실’ 종영 기념 라운드 인터뷰가 진행됐다.
‘장영실’은 조선시대에 천출로 태어났지만 천재적인 능력으로 조선의 과학기술을 최고 수준으로 이끌었던 과학자 장영실의 일대기를 그린 드라마로, 송일국은 장영실 역을 맡았다.
“‘지금 사극을 하면 잘할 수 있을 텐데’라고 생각하고 있을 때 작품이 들어왔어요. 하지만 그동안 사극에서 왕, 장군 역할을 했었는데, 기존의 이미지와 다른 역할이 들어와 놀랬어요.”
‘장영실’은 첫 방송부터 11.6%(닐슨코리아 기준, 전국 기준)로 순조로운 출발을 알렸고, 마지막 회까지 10%대 시청률을 유지하며 선전했다.
“10%만 넘어도 기적이라 생각했어요. ‘내딸, 금사월’이 30%대의 시청률을 보인 작품이라서 ‘장영실’이 두 자리를 유지해준 것만 해도 감사한 일이죠.”
송일국은 남녀노소 즐길 수 있는 ‘과학 사극’의 매력을 증폭시켰다. 극 중 장대비에 흔들리는 나뭇잎을 보고 아이디어를 떠올려 스스로 움직이는 혼상을 제작하는가 하면, 300년 전 불타 없어진 전설의 수운의상대를 복원하는 등 천재적인 능력을 뽐내며 눈길을 끌었다. 특히, 해당 기구들이 작동하는 원리와 시청자들에게 생소한 천문학을 알기 쉽게 설명하며 온 세대가 즐길 수 있는 과학 사극의 장점을 극대화했다.
“자격루를 정교하게 만들어야 하는 장면이 있는데, 제가 기계를 잘 다룰 줄 알아서 다행이었어요. 집에 공구 세트만 세 박스가 있거든요.”
‘과학 사극’을 표방한 장영실은 컴퓨터 그래픽(CG)이 필요한 장면이 많아 사전 제작도 적잖이 이뤄졌다.
“24부작 사극은 처음이라 체력적으로는 훨씬 편했어요. 하지만 대사가 어려워 정신적으로는 힘들었어요. 용어도 어렵고, 한 장면에 대사가 엄청 길게 몰려 있기도 했고요. 뇌가 흘러내리는 줄 알았어요.”
송일국은 회가 거듭할수록 깊어지는 장영실의 이야기를 생동감 있게 표현했다. 극 초반, 노비인 장영실을 표현하기 위해 너털웃음과 격식 없는 목소리 톤으로 그가 미천한 신분임을 실감케 했다. 또한, 극 후반으로 갈수록 장영실의 신분이 상승하는 만큼 목소리 톤을 중후하게 변화시키고, 중대한 직책으로 인해 느끼는 그의 책임감을 표정만으로 그려내기도 했다. 극 중 캐릭터의 신분에 따른 섬세한 표현력으로 극의 몰입도를 높이며 “장영실이 송일국으로 인해 다시 태어났다”는 호평을 받기도 했다.
“저도 이 드라마를 하기 전에는 그렇게 대단한 분인 줄 몰랐어요. 시대를 너무 앞서간 천재죠. 5세기만 늦게 태어났어도, 과학 한국을 빛내셨을 텐데요.”
‘해신’, ‘바람의 나라’, ‘주몽’ 등에 출연하면서 연기력을 인정받은 송일국은 ‘사극 본좌’로 불린다. 송일국은 ‘장영실’에서도 드라마를 이끌어나가는 강렬한 존재감을 뽐내며 ‘타이틀 롤’의 위엄을 과시했다. 극중 정확한 천문관측을 위해 고뇌하며 천문학을 향한 강한 애정을 드러내며 장영실의 열정을 고스란히 그려냈다. 이러한 모습은 조선 최고의 과학자가 되기까지 파란만장한 삶을 살아온 장영실의 활약을 더욱 기대케 했다. 특히, 죽음의 위기 앞에서 미천한 신분 탓에 각종 수모를 겪었던 한을 토해내고 뜨거운 눈물을 흘리는 송일국의 열연은 연민을 불러일으키며 역사를 통해 장영실의 일대기가 알려져 있음에도 다음 회를 기대하게 만드는 일등공신으로 활약했다.
“사실 ‘사극 본좌’라는 타이틀 때문에 사극을 안 한 이유도 있어요. 영광스러운 타이틀이기도 하지만 부담감도 있어요. 사극 감독님들은 제가 체력이 좋으니까 좋아하시더라고요. 추위도 안 타고, 말도 잘 타고요. 아마 말 타면서 활 쏠 수 있는 몇 안 되는 배우일걸요. 극중 벌목장에 끌려가서 나무를 끄는 장면이 있는데, 스태프들은 무거워서 끌지를 못 했는데 저는 한 번에 끌었어요. 또 도끼질 하는 장면에서도 한 방에 나무가 갈라지더라고요. 새로운 재능을 발견했어요.”
장영실과 사람들의 과학을 발전시키려는 노력은 눈물겨웠다. 그 속에서 로맨스도 피어났다. 장영실과 세종(김상경), 이천(김도현)은 뜻을 함께 하면서 조선의 과학을 위해 노력, 브로맨스를 꽃피웠다.
“남자들과의 멜로가 많은 작품은 처음이었어요. 촬영이 끝나면 서로 민망해 하면서 눈도 제대로 쳐다보지 못 했어요.”(웃음)
KBS2 예능프로그램 '해피선데이 - 슈퍼맨이 돌아왔다'를 통해 시청자들의 사랑을 듬뿍 받은 ‘삼둥이’ 대한, 민국, 만세는 ‘장영실’에 카메오로 등장해 아빠의 드라마에 힘을 실었다. 대한이와 만세는 백성들이 봉기를 일으키는 장면에 등장해 혼란 속 어린이들의 모습을 그려냈다.
“아이들에게 아빠가 일하는 현장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아이들과 함께한 첫 작품이자 마지막 작품일 거예요. 백성이 봉기를 일으키는 장면에 등장했는데, 아이들이 한동안 옛날 사람들이 무섭다고 했어요. 셋 다 배우를 하고 싶어 하지는 않을 것 같아요. 저희 아이들도 저처럼 하고 싶은 걸 했으면 좋겠어요. 배우든 뭐든. 지금까지는 만세가 배우로서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싶어요. 감성이 가장 풍부하고, 사람을 들었다 놨다하는 면이 있어요. 한 배에서 같은 날 태어났는데도 아이 셋이 다 달라요.”
‘삼둥이 아빠’ 송일국은 인스타그램을 통해 삼둥이의 일상을 팬들에게 공개하고 있다. 이제는 ‘송일국’보다 ‘삼둥이 아빠’로 불리는 게 더 좋단다.
“‘슈퍼맨이 돌아왔다’ 종영 후 아쉬워하는 분들이 많아서 시작하게 됐는데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2주 만에 100만 명이 넘는 걸 보고 놀랐고 특히 외국 팬들이 정말 많아서 신기했어요. ‘삼둥이 아빠’라는 이미지로 인해 ‘장영실’도 만나게 됐던 같아요.”
묵직한 카리스마로 ‘타이틀 롤’ 역할을 톡톡히 해낸 송일국. 그가 어떤 작품으로 돌아올지 귀추가 주목된다.
“차기작이 아직 정해지지는 않았어요. 다음 작품은 시대극을 하고 싶어요. 액션 활극 같은 거요. 많은 사랑 받는 만큼 열심히 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