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규의 KB 숙원 풀었다‥현대證 품고 '飛上'

입력 2016-04-01 08:56
<앵커>
KB금융이 증권사 인수라는 오랜 숙원을 풀었습니다. 현대증권 인수로 비은행 부문 강화를 통한 리딩 금융그룹으로의 도약, 한국판 BoA메릴린치가 되겠다던 구상이 동력을 얻게 됐습니다. 윤종규 회장의 리더십도 새롭게 조명받고 있습니다. 보도에 김정필 기자입니다.

<기자>

<인터뷰> 윤종규 KB금융 회장
“저를 뽑아주셨는 데 잘 뽑았구나 이야기 듣도록 해야겠다는 책무를 느끼고”

잘 뽑은 CEO 윤종규 회장이 끝내 그룹내 마지막 퍼즐 격인 현대증권 인수에 성공했습니다.

치열하면서도 지리하게 전개된 현대증권 인수전에서 최후에 미소 지은 이는 인수 초반 우세할 것이라 점쳐졌던 한투금융도, 사모펀드 액티즈도 아닌 바로 KB금융이었습니다.

LIG손보 인수를 통해 비은행 부문 강화에 속도를 내는가 싶던 KB금융은 연이어 증권사 인수전에서 고배를 마시며 제동이 걸렸던 상황.

우투증권은 NH에, 대우증권 역시 미래에셋에 내어줘야 했던 KB금융은 마지막 초대형 매물인 현대증권마저 놓치며 M&A의 흑역사를 되풀이하는 가 싶었지만 결국 마침표를 찍었습니다.

KB가 현대증권 인수를 마무리하면 순위권 밖인 KB투자증권과의 통합을 통해 증권부문은 지난해말 기준 자기자본 3조9천억원, 업계 세 손가락 안에 드는 증권사로 탈바꿈하게 됩니다.

그동안 은행에 치중돼 있던 사업구조가 손보 인수로 숨통이 트였고 이번에 증권사 인수 성공으로 금융투자 부문의 비중과 역할이 확대돼 계열간 협업이 한층 속도를 낼 수 있게 됩니다.

현대증권의 경우 종합금융투자사 자격을 갖추고 있는 만큼 KB금융은 투자은행(IB)을 활용한 은행과 보험, 증권 계열간 시너지에 새로운 동력을 추가하는 셈입니다.

윤 회장이 취임 후 지배구조, 내부통제, 비은행부문 강화에 힘써 온 가운데 이제 종합금융그룹으로서, 포트폴리오 완성을 통해 더 큰 그림을 그릴 수 있게 된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인터뷰>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3월 주총
“그룹차원의 협업을 통해 WM·CIB부문 자산운용 경쟁력을 제고하고, 그룹 글로벌 역량 강화해 나가겠다”

오너가 이끄는 한투금융과 비교할 때 보수적이기만 한 KB이사회를 감안하면, 인수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게 점쳐졌지만 윤종규 회장은 이사회의 전폭적인 지지마저 이끌어 내며 그의 리더십과 뚝심을 재확인시켰습니다.

리테일의 강자 현대증권 인수를 계기로 KB금융은 신한금융과의 간극을 좁히지 못하고 있는 리딩금융 그룹 탈환에 본격적으로 나서는 것은 물론 한국판 BoA메릴린치를 구현하겠다는 큰 구상을 그리고 있습니다.

KB금융은 지난 2008년 BoA가 메릴린치 인수를 통해 그룹내 WM과 CIB부분의 수익비중을 각각 11%, 22%씩 끌어올린 사례를 제시하며 향후 기대감과 포부를 감추지 않았습니다.

만신창이던 조직을 추스르고 손보·증권 인수, 오너가 아닌 입장에서 쉽지 않은 결단인 통합사옥 부지매입 등 취임 전 "KB의 자긍심이 되겠다"던 윤종규 회장은 임기 16개월이 지난 지금 그 약속을 묵묵히 실행하며 역대 어느 CEO도 하지 못했던 KB의 역사를 써 내려가고 있습니다.

한국경제TV 김정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