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경은 믿음이 가는 배우다. 그의 선택은 늘 기대되고, 지켜보게 된다. 그런 그가 ‘냄새를 보는 소녀’에 이어 남성드라마인 ‘육룡이 나르샤’를 선택했다. “신세경은 왜 ‘육룡이 나르샤’를 택했을까” 의문이 드는 지점이다.
그런데도 그는 “’육룡이 나르샤‘를 선택한 데 후회는 없어요. 작품에 대한 자부심을 갖고 열정적으로 임했고, 다시 현장에 갈 수 없는 게 아쉬울 뿐이에요. 비중에 대한 고민보다 극의 흐름을 깨지 않고 잘 이어가야 한다는 고민만 했어요”라고 말했다.
고민할 만한 지점이 있었는데도 신세경이 SBS 월화드라마 ‘육룡이 나르샤’를 선택한 이유는 ‘탄탄한 대본’ 때문이었다.
“분이 캐릭터가 너무 맘에 들었어요. 능동적이고 진취적 여성의 표본이잖아요. 실제 성격과 달라 동경이 컸던 것 같아요. 그리고 김영현, 박상연 작가에 대한 신뢰가 있기에 선택했죠. 정말 분이에게 애정을 많이 쏟았어요.”
‘육룡이 나르샤’는 육룡이라 일컫는 여섯 인물이 고려의 폐단을 끝내고 조선을 건국하는 비하인드 스토리를 담은 팩션 사극이다. 탄탄한 구성과 배우들의 열연으로 월화극 1위극을 수성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체력적으로는 남녀 주인공에게 신이 집중되는 미니시리즈가 더 힘들긴 하지만 ‘육룡이 나르샤’는 8개월 가량 정신적으로 긴장 상태에 있다 보니 그게 좀 지치기도 했어요. 끝내고 나니 홀가분해요.”
신세경은 극중 유일한 여자 육룡인 분이 역을 맡았다. 분이는 '육룡이 나르샤'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가장 잘 대변해주는 인물이다. 백성을 살려내기 위해 끝까지 살아 견디는 분이는 백성 대표였고, 좋은 세상이 어떤 세상인지를 끊임없이 생각할 수 있게 하는 역할을 했다.
“문제점은 어느 작품에서나 보이죠. 실수를 또 반복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은 늘 하고 있어요. 분이 캐릭터에 대한 만족도는 높아요. 아쉬운 점도 있고요. 모든 작품이 그래요. 분이 캐릭터는 두 번은 못 만날 것 같아요.”
사극 출연이 처음은 아니지만 그는 그 어떤 작품보다도 ‘육룡이 나르샤’에서 비약적인 성장을 보였다. 가상인물을 연기한 그의 해석 능력은 탁월했다. 여성 민초로서 잔다르크 같은 강한 면을 보이면서도 정인 이방원과 알콩달콩한 로맨스를 펼칠 때에는 한없이 귀여운 소녀의 매력을 발산한 신세경은 분이 역에 최적화된 배우였다. 눈빛, 대사 전달력 무엇 하나 빠지는 것이 없다. 신세경의 꾸준한 노력과 재능이 빛을 발했다.
“어려서 일을 시작했잖아요. 그 때는 여유를 가질 수가 없는 상황이었어요. 일의 생리에 대해서도 잘 몰랐으니까요. 지금보다 미래가 밝은 것 같아요. 20살 때를 겪었기 때문에 여유를 찾은 것 아닐까요. 그렇지 않았다면 지금 여유가 없을 것 같아요. 일희일비하지 않게 됐어요. 더 욕심을 부리지 않고 스스로 만족할 줄 알아 가는 것 같아요.”
신세경은 ‘육룡이 나르샤’를 통해 좋은 사람들을 얻었다. 여섯 명의 용 중 유일한 여자 용이었던 그는 자신의 역할을 100% 소화함은 물론 다른 동료들과도 최상의 시너지 효과를 만들어냈다. 김명민, 유아인 등 수많은 연기파 배우들과 호흡은 많은 도움이 됐다.
“좋았어요. 많은 여성분들이 부러워하셨어요. 복 받은 작업 환경이었다고 하더라고요. 또 다 훌륭한 분들이라서 각각 저에게 주신 가르침이 달라요. 긴 시간동안 의도하지 않아도 많이 보고 깨달을 수 있었어요.”
균형을 잃지 않는 그의 연기는 상대 배우와의 어울림을 더욱 배가 시키는 힘을 지녔다. 이방원 역 유아인과는 새로운 세상을 향해 함께 나아가며 미묘한 러브라인을 형성하기도 했고, 이방지 역 변요한과는 남매로 분했다. 무휼 역 윤균상과는 민초를 대변하며 완벽한 합을 이끌어냈다.
“유아인은 호흡을 맞춰봤기에 빨리 편해지고 좋았어요. 변함없이 그대로더라고요. 윤균상은 처음 봤는데, 살뜰히 사람들을 챙기는 모습이 좋았어요. 오빠가 있는 현장과 없는 현장의 분위기가 달랐어요. 변요한은 예의가 바르더라고요. 지금까지도 말을 안 놓았어요. 일반적인 얘기를 많이 해보지는 않았어요. 그리고 유일한 여자인 정유미는 사람 자체가 온도가 저와 잘 맞더라고요. 나와 통하는 사람이고 따뜻하고 포근했어요.”
‘육룡이 나르샤’는 문경, 전주 등지에서 야외촬영을 했다. 산속에서 촬영을 하다 보니 힘든 부분도 있었다. 하지만 촬영 시간에 균형이 잘 잡혀있어 극복할 수 있었다.
“산속에서 촬영을 하다 보니 화장실 찾기가 힘들었어요. 차를 타고 나갔다가 와야 하니 물 한 모금도 안 마셔야지 결심하게 되더라고요. 엄청 큰 고충이었어요. 나중엔 물 마시는 타이밍 등에서 요령이 생겼어요. 그래도 우리 팀이 촬영을 빨리 진행한 편이라 순조로웠죠. 균형이 굉장히 좋았어요. 그런 면에선 굉장히 만족스러워요. 장시간 산속에서 고생한다거나 추위에 떨거나 한 기억은 없어요. 감독님이 진두지휘하는데 굉장히 힘드셨을 거예요.”
욕심 많은 배우 신세경은 이제 ‘분이’에서 벗어나야 한다. 쉴 틈 없이 차기작 연습에 매진할 그는 잠깐의 휴식을 보낼 생각이다. 그는 매 작품마다 의미를 부여했고 조금씩 성장하고 있다.
“차기작이 아직은 정해지지 않았어요. 휴식을 취해야죠. 시간만 쓰는 것은 의미가 없어요. 여행, 운동, 음악듣기 등 그 때 그 때 하고 싶은 게 다르기 때문에 가려운 것을 긁어 주는 것이 중요해요. 자연인 신세경의 삶도 중요하잖아요. 밸런스를 잘 맞춰야죠. 개인적인 삶을 놓치고 간 적은 없어요. 작품을 하는 기간 동안 본연의 삶을 빼앗긴 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중, 고등학교 때 학교를 빼먹지 않고 다닌 것이 좋았어요. 또래 친구들이 활발히 활동하는 것에 비하면 일이 없었으니까 불안하긴 했었는데, 덕분에 온전한 학창시절을 잘 보냈죠. 연기자로써 거창한 그림을 그리기 보다는 지금처럼 하루하루 성실한 삶을 살아가는 게 목표예요. 연애는 뜻대로 안 되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