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라인 11]
김동환의 시선
출연 : 김동환 앵커
시장을 향한 신선한 시각……
월요일 김 동환 의 시선이 머무는 곳은 '재고'입니다.
지난 주말 미국을 비롯한 대부분의 유럽 국가들이 부활절 휴가를 즐겼습니다. 사실 예수 그리스도가 무덤에서 다시 살아난 부활절은 기독교에만 중요한 절기가 아닙니다. 미국 리테일러들에게 이 부활절 주간은 추수감사절과 크리스마스에 이은 중요한 쇼핑시즌이기도 합니다. 특히 겨울이 긴 뉴욕이나 보스턴, 워싱턴 같은 동부지역에서는 겨우내 입었던 두꺼운 외투를 벗어 던지고 화사한 봄 옷을 사려는 쇼핑객으로 바쁜 주간입니다. 적어도 경제적으로 미국 동부의 봄은 이 부활절 주간을 기점으로 시작이 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몇 년간 뉴욕에서 비즈니스를 직접 해보면서 느낀 것 중 하나는 장사하는 사람들이 민족에 따라서 다른 행태를 보인다는 것입니다. 특히 재고에 대한 것이 그렇습니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중국, 인도 같은 농경민족 출신들은 돈을 벌면 창고에 팔 물건을 한 가득 쌓아놓기를 좋아합니다. 한인 상인들끼리 모임이라도 할라치면 '어이 김사장 창고에 신발 몇 켤레나 있나?' 하고 으스대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죠. 한 군데 정주해서 살아온 민족에게 무언가 쌓아놓고, 먹고, 쓰고 한다는 건 참 부러움의 대상이었을 것입니다.
반대로 아랍을 비롯한 유목민 출신의 민족들에게 재고는 재앙입니다. 가축을 먹이기 위해 계속해서 움직여야 하고 정착민들의 공격이라도 받을 양이면 신속하게 짐을 꾸려 이동했어야 했을 그들 조상의 DNA가 그대로 이어져 이들은 창고에 팔 물건이 쌓이면 단 1달러가 남아도 팔아 치우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래서 한인 상점 옆에 아랍 사람이 가게를 열면 '이제 망했구나' 라는 얘기를 공공연히 한다고 하죠.
그런데 이 재고에 대한 생각, 꼭 민족성에만 기인할까요? 사실 더 중요한 건 그 나라의 산업구조와 경기에 대한 판단입니다. 세계 제 1의 스포츠 의류, 신발 브랜드인 나이키는 구조적으로 재고가 없습니다. 라이선스를 부여한 리테일러들로부터 6개월 전에 미리 주문을 하게 하고 100% 외주 제작을 하기 때문이 재고에 대한 고민을 할 여지가 없습니다. 브랜드 파워로 인해 재고를 안 가져도 될 정도가 된 것입니다.
또 재고가 늘어난다고 언제나 걱정을 해야 할 일은 아닙니다. 향후 경기가 좋아질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계획적으로 창고를 채우겠지요. 세상에 가장 억울한 일이 손님은 몰려오는 데 물건이 모자라 못 파는 경우일 테니까요.
지난 1월 우리 나라 제조업 재고율이 128%를 넘으면서 금융위기가 절정이었던 2008년 12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쉽게 말해 공장에서 100개를 만들면 창고에 128개가 쌓이는 것입니다. 만드는 만큼 안 팔려 나가는 비율이 가장 높다는 얘기입니다. 특히 우리 간판 산업인 전자와 자동차의 재고율이 170%와 153%로 가장 높은데 전자산업의 경우 IMF때인 '98년 7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입니다.
잘 안 팔리는 것을 알면서도 공장을 돌려야 하는 우리 산업구조의 문제입니다. 물론 재고가 쌓이면 가격을 낮춰야 하고 그래도 안되면 사람을 줄이고, 생산을 줄여야 합니다. 이것을 제대로 못하면 우리 기업들의 실적악화는 불을 보듯 뻔하고요. 더 무서운 것은 언제부턴가 전 세계가 어떻게든 창고를 비워야겠다는 유목민의 DNA를 갖게 됐다는 것입니다. 그만큼 경기에 대한 확신이 줄어들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지난 부활절 주간에 미국 리테일러들의 재고가 얼마나 줄었는지 한번 점검해 봐야겠습니다.
지금까지 김동환의 시선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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