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은 제한이 없는 거라고 생각해요. 서른 살이든, 마흔 살이든 나이는 상관없죠. 꿈이 있는 사람은 모두 청춘이에요"
진중하다. 의외의 허술한 면모도 있다. 뻔한 대답을 뻔하지 않은 대답처럼 천연덕스럽게 내놓는 재치도 있다. 배우 김준면의 이야기다.
24일 오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를 위해 김준면을 만났다. 단정한 얼굴 만큼이나 예의바른 화법을 가진 그는 올해로 26살, 데뷔 4년차 아이돌 그룹 엑소의 리더 수호로 활약하고 있다. 그리고 지금, 배우 김준면으로서 또 다른 청춘의 서막을 열었다.
'글로리데이'는 스무 살, 4명의 청춘들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 김준면은 적은 분량이지만 영화 속 청춘을 대변하는 상징적인 존재, '상우' 역을 맡았다. 그는 상우에 대해 "청춘의 순수함을 대변하는 인물"이라고 정의했다. "용비, 지공, 두만 세 명의 친구는 어른들의 억압에 억눌려서 검게 물들고 말아요. 하지만 상우는 순수한 마음을 안고 있거든요. 청춘의 순수함, 아련함을 대변하는 상우가 관객 분들의 몰입도를 높일 수 있지 않을까요. 더 슬프고, 더 아련하게"
김준면의 말처럼 상우는 영화 속에서 특별한 존재다. 할머니를 끔찍이 아끼는 상우는 가난 때문에 대학을 포기하고 입대를 자처할 만큼 속이 깊다. 성실하고 반듯한, 그래서 따뜻한 색을 가진 상우와 김준면은 다른 듯 닮은 꼴로 '절묘한 캐스팅'이라는 말을 불렀다. "크랭크인 하기 2-3주 전에 감독님께서 저한테 '준면아. 다음 주부터 크랭크인 하는데 상우 잘 부탁해'라고 하셨어요. 캐스팅 확정 전에 감독님이 많이 바쁘신 와중에도 시간을 내서 저를 보자고 하셨거든요. 그래서 영화도 보고 리딩도 하고…. 왜 저를 캐스팅하신 건지는 정확히 모르겠어요. 물어보지 않았거든요. 하지만 제 순수한 면을 보고 캐스팅을 생각하신 게 아닐까요(웃음)"
최정열 감독의 선택은 옳았다. 김준면은 상우를 연기하기 위해 아낌없이 노력했다. 그는 먼저 상우를 이해하는 과정을 차근차근 거쳤다. "상우가 극중 사는 동네를 걸어봤어요. 산골짜기라서 그냥 걷기만 해도 숨이 차더라고요. 그 길을 매일 아침에 등하교 했다는 것 자체가 힘들었겠다는 생각도 많이 들었어요. 또 할머니에 대한 감정을 아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할머니께 쓴 편지를 매일 아침마다 읽었어요. 창문 밖을 보면서 시낭송 하듯이 말이에요. 그래서 몰입이 많이 됐던 것 같아요"
그는 '상우'에게 가장 몰입했던 장면으로 아스팔트 신을 꼽았다. "그 장면을 촬영하던 날이 굉장히 추웠어요. 혼자 외롭게 누워있고, 카메라 한 대만 딱 올라가니까 세상에 저 밖에 없는 것 같았어요. 또 아스팔트 신 전에 계속 달리는 신인데 그 호흡을 유지하고 있었거든요. 그래서 상우의 외롭고 고독한 마음이 더 잘 느껴졌어요. '죽는 건가' 이런 생각이 들면서 두려움도 느끼고, 여러가지 복합적인 감정이 느껴졌던 것 같아요"
첫 스크린 주연작. 김준면은 영화의 흠이 되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그 결과 김준면은 '글로리데이'에서 제 몫을 멋지게 해냈다. "시나리오를 읽고 전달하고 싶었던 것들이 있었어요. 그런 것들을 알아봐주시는 분들이 있으면 신기하기도 하고 희열도 있어요. 시나리오의 먹먹함을 표현하고 싶었는데 그 지점들을 정확히 알고 봐주시는 게 신기해요. 놀랍기도 하고요"
가장 빛났던 순간, 김준면의 글로리데이는 언제였을까. 그는 스쿠버다이빙을 했던 때를 회상했다. "바다 속에 기껏해야 김이나 미역, 조개 같은 것만 있을 거라고 생각하잖아요. 그런데 바다 안에 휘황찬란한 세계가 있더라고요. 내가 본 게 다가 아니었구나.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바다를 나올 때는 어쩐지 가슴이 벅차서 눈물이 고이더라고요. 수압 때문인가. 하하"
그는 스스로를 지공 역(류준열)과 비슷하다고 밝히기도 했다. "기분이 업 되거나 좋을 때, 또 멤버들이랑 같이 있을 때 약간 미친 것처럼 그래요. 하하. 그런 모습이 지공의 평상시 모습과 비슷한 것 같아요. 그래서 지공 역도 탐났었는데, 영화를 보고나니 지공은 준열이 형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제가 생각한 지공의 그 이상을 연기한 준열이 형, 인정합니다(웃음)"
인터뷰 내내 류준열, 지수, 김희찬의 연기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았던 김준면. 문득 그가 생각하는 김준면의 연기는 몇 점인지 궁금해졌다. "제가 생각하는 제 연기 점수요? 답변이 조금 식상하긴 한데 시작이 반이라고 50점을 주고 싶어요. 재미있게 하려면 62점 이런 걸 줘야하는데. 하하"
류준열의 연기 만큼 김준면의 연기에도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그는 '글로리데이'를 통해 '연기하는 아이돌'에 대한 우려를 가뿐히 걷어냈다. 첫 작품에서 의외의 실력을 드러낸 만큼, 그의 차기작에도 벌써부터 관심이 쏠리고 있다. "차기작을 빨리 하고 싶은 마음도 있죠. 그런데 엑소 앨범 활동이 여름쯤 있을 것 같아요. 엑소가 우선이기 때문에 차기작에 대한 계획은 아직 없네요. 제 연기를 좋게 봐주시는 분들이 있다니 기쁘네요. 다음 작품을 하게 된다면 더 열심히 할게요"
상우의 청춘을 연기한 김준면. 이미 엑소로도 성공적인 행보를 걷고 있지만, 그는 스스로 "아직 성공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꿈을 꾸는 사람은 모두 청춘이라고 정의한 그는 "저는 아직도 꿈을 쫓고 있는 일개 '미생' 같은 한 사람이라서 제가 뭔가를 이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계속해서 전진하고 있죠"
꿈을 꾸는 사람은 모두 청춘. 그렇다면 26살의 청춘, 김준면의 꿈은 무엇일까. "일개 미생의 꿈이라고 말하고 싶네요. 제 꿈은 모든 가수와 배우들이 꿈꾸는 것들이에요. 아시아를 대표하는 그룹 엑소로서 그래미 어워드 무대에 서는 게 꿈이죠. 또 배우로서는 한국을 알리는 할리우드 배우가 돼서 영화제에서 상을 받는다거나. 하하. 사실 그냥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14년 후에는 안정적인 가정을 꾸리고 싶어요(웃음)"
'성취감'을 통해 행복을 느낀다던 김준면. 그의 최근 관심사는 '글로리데이'가 잘 되는 것이라고. "제가 한 것에 대해 좋은 반응이 있으면 행복해요. 아무래도 보여지는 직업이다 보니, 좋아하는 사람이 많으면 행복하죠. 또 개인적으로는 목표나 계획 같은 걸 이뤘을 때 행복해요. '글로리데이' 크랭크업 했을 때 굉장히 좋았죠. 하나를 완성했다는 성취감이 들었거든요. 뿌듯하고 행복했어요"
인터뷰를 통해 본 김준면은 '의외의 인물'이었다. 반듯한 이미지 속에 숨겨졌던 허술함이, 편견을 깬 연기가 그랬다. 완벽한 '엑소'의 이미지를 한꺼풀 벗고나니 인간 김준면의 매력이 돋보인다. 아이돌로서 이미 최고의 위치에 선 김준면, 배우 김준면으로서는 이제 시작이다. 첫 스타트를 성공적으로 마친 만큼 스스로 매긴 50점 그 이상의 점수가 필요한 것은 아닐까. 차기작을 위한 1점을 남겨둔다. 99점 그 이상의 연기를 보여주길. 엑소 수호가 아닌 배우 김준면의 '글로리데이', 이제 시작이다. (사진=SM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