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대한축구협회
역대 국가대표 축구팀의 7경기 연속 무실점 승리 기록과 8경기 연속 무실점 경기 기록에 대한 부담감이 느껴지는 무거운 경기였다. 그러나 그들은 끝내 목표했던 것을 이루고 말았다. 감독이 믿은 선수들이 정말 특별한 능력을 보여준 셈이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끌고 있는 한국 남자축구대표팀이 24일 오후 8시 안산 와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G조 레바논과의 홈 경기에서 골잡이 이정협의 짜릿한 결승골에 힘입어 1-0으로 이겼다.
FIFA(국제축구연맹)로부터 지난 해 중징계를 받아 G조 순위 경쟁에서 밀려날 것이 확실해진 쿠웨이트 덕분에 이 경기는 레바논이 승점 1점을 추가하여 한국과 나란히 월드컵 최종 예선 진출을 확정할 수 있는 기회였다. 그러다보니 레바논 선수들은 극단적인 수비 축구를 선택했다. 실점 없이 버티면 무엇보다 귀중한 승점 1점을 얻어갈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정말 그들의 끈질긴 수비가 성공을 거두는 듯 보였다. 전반전에 황의조가 오른발로 날린 유효 슛이 레바논 골키퍼 메흐디 카릴의 슈퍼 세이브에 막히는 바람에 일이 꼬이는 듯 보이기도 했다. 공격적인 감각 면에서 미드필더 구자철이 가장 인상적인 몸놀림을 보여주었지만 레바논 선수들의 겹수비를 벗겨내는 것이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후반전 추가 시간 4분이 표시되고 그대로 끝날 것만 같았던 이 경기가 놀라운 결말을 남겨두고 있었다. 90+3분에 기성용의 기막힌 드리블 기술이 통한 것이다. 그가 지나간 자리에는 레바논 수비수 셋이 멍하니 서 있었다. 그리고 왼쪽 엔드라인 바로 앞에서 대각선 패스가 이루어졌다. 이 공을 받은 선수는 70분에 황의조 대신 들어온 슈틸리케의 황태자 이정협이었다. 그는 미끄러지며 오른발 안쪽으로 정확하게 공을 밀어넣은 것이다.
상주 상무 시절부터 이정협을 꾸준히 믿고 지켜본 결과가 이처럼 반짝반짝 빛나는 순간으로 변한 셈이다. 국가대표 새 유니폼을 입고 개인 통산 A매치 4호골(13경기)을 누구보다 멋지고 귀중하게 터뜨린 순간이었다.
이로써 한국은 7경기 전승 24득점 무실점 기록을 자랑하며 최종 예선을 준비할 수 있게 되었다. 쿠웨이트와의 경기 일정은 FIFA의 엄중한 징계에 따라 나중에 몰수승 기록으로 추가될 것으로 보인다.
슈틸리케호는 27일 방콕으로 들어가서 태국과의 원정 평가전을 치른다.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예선 G조 결과(24일 오후 8시, 안산 와 스타디움)
한국 1-0 레바논 [득점 : 이정협(90+3분,도움-기성용)]
◎ 한국 선수들
FW : 황의조(70분↔이정협)
AMF : 이청용, 기성용, 구자철(79분↔남태희), 이재성(82분↔석현준)
DMF : 한국영
DF : 김진수, 김기희, 곽태휘, 장현수
GK : 김진현
◇ G조 현재 순위
한국 7경기 21점 7승 24득점 0실점 +24
쿠웨이트 6경기 10점 3승 1무 2패 12득점 4실점 +8
레바논 7경기 10점 3승 1무 3패 11득점 5실점 +6
미얀마 7경기 7점 2승 1무 4패 8득점 20실점 -12
라오스 7경기 1점 1무 6패 3득점 29실점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