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탐구 생활] 드라마 속 ‘음식 따귀’의 진화 "이중 최고는?"

입력 2016-03-23 07:01
일명 ‘김치 따귀’로 드라마 속 따귀 신의 새 지평을 연 원영옥 작가가 5월 MBC 새 일일극으로 컴백한다. 그의 손에서 탄생한 ‘김치 따귀’와 ‘주스 폭포’는 국내 드라마 역사상 전무후무한 설정으로 수많은 패러디물을 양산하며 화제를 모았다. 이에 원영옥 작가가 ‘음식 따귀’의 계보를 이을 만한 장면을 다시 한 번 탄생시킬지 관심이 쏠리는 가운데 국내 드라마 속에 등장한 각종 음식 따귀 장면들을 짚어봤다.

▲ 주르륽.jpg



따귀를 때린 장면은 아니지만, 임팩트는 웬만한 따귀 신 보다 강력했다. "예나, 선정이 딸이에요"는 주스 폭포와 함께 두고두고 회자되는 명대사. MBC 드라마 ‘사랑했나봐’에서 박동빈(박도준 역)은 박시은(한윤진 역)으로부터 출생의 비밀을 듣고 깜짝 놀라 주스를 뱉었다. CG로 만든 듯한 숟가락 모양의 물줄기와 자로 잰 듯 컵 속으로 정확히 흘리는 모습이 웃음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해당 장면이 많은 예능, 코미디 프로그램을 통해 패러디되면서 배우 박동빈은 오랜 무명 생활을 깨고 신스틸러로 급부상했다. 이후 ‘주스 아저씨’라는 별명까지 생겼다는 그는 ‘라디오스타’에서 “절대 웃기려고 일부러 한 건 아니다. 컵으로 받을 생각도 없었는데 하다 보니 그렇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박동빈은 2014년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라디오스타’ 출연 전까지는 ‘주스 뱉는 사람’이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는 것이 싫었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온라인상에 퍼진 주스 폭포 동영상에 '뜨려고 발악한다' 등 부정적인 반응도 있었고, 이미지가 고정되는 것에 대한 부담감도 있었다는 것. 하지만 ‘라디오스타’ 출연 이후 콤플렉스처럼 느껴졌던 주스 신으로 주목 받는 것에 다시금 감사함을 느꼈다고 털어놨다.

▲ '음식 따귀'는 김치로부터





'김치 따귀'는 음식 따귀계의 전설. 해당 장면 덕분에 배우들은 아침드라마를 시청하지 않는 이들에게까지 인지도를 높였다. MBC 드라마 ‘모두 다 김치’에서 원기준(임동준 역)은 이효춘(나은희 역)에게 김치로 따귀를 맞아 화제가 됐다. 딸 김지영(유하은 역)이 거듭해 힘든 일을 겪는 까닭이 전 남편 원기준 때문이라고 생각한 이효춘은 그를 찾아갔다.

울부짖는 이효춘 앞에서 원기준은 “엄마랑 딸이 똑같네”라고 비아냥거리는 등 파렴치한 모습을 보였고, 분노한 이효춘은 들고 있던 김치팩에서 김치를 꺼내 원기준의 따귀를 후려쳤다. 서로의 감정이 극에 달한 상태에서 이루어진 따귀 신이었지만 휘둘리던 김치가 원기준의 뺨과 목을 휘감으며 뜻밖의 웃음을 자아냈다.

이후 원기준이 웃픈(?) 비하인드 스토리를 공개하기도 했다. 그는 “이효춘 선생님이 촬영이 진행될수록 김치가 말라가니까 국물을 많이 묻혀서 때리셨다”라며 “아프다기 보단 손으로 맞는 것보다 심한 모멸감이 든다. 찍을 때는 몰랐는데 고춧가루가 눈, 코, 심지어 귀 속까지 들어가 밤새 두통에 시달렸다”라고 털어놨다.

특히 ‘사랑했나봐’와 ‘모두 다 김치’의 제작진이 같다는 점에서 김치 신은 ‘사랑했나봐’의 주스 신을 연상케 했다. 무엇보다 ‘모두 다 김치’ 제작발표회 당시 김흥동PD가 “주스 신을 능가하는 장면이 등장할 것”이라고 예고했던 바, 제 2의 주스 신으로 당초 기대를 모았던 장면이 '김치 따귀'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기도 했다.

▲ 스파게티 따귀





지난해 방송된 MBC 드라마 ‘이브의 사랑’에서는 김치 따귀에 비견될 만한 장면이 탄생하기도 했다. 극중 악역인 며느리 김민경(강세나 역)은 손님들을 초대해 식사를 대접한 자리에서 시어머니 금보라(모화경 역) 몰래 음식 대행 서비스를 이용해 상을 차렸다. 하지만 한 손님이 ‘음식 대행 서비스 부른 것 아니냐’며 지적한 탓에 거짓말이 들통 났고, 김민경은 “어머님, 요즘 제 또래들은 음식 대행 서비스 잘 이용해요. 집에서 만드는 것보다 비용이 더 적게 들고 시간이 절약되니까요. 또 전문가가 만들어서 맛도 좋잖아요”라고 응수했다.

손님들 앞에서 망신을 당한 금보라는 “뚫린 입이라고 말도 잘한다! 그렇게 맛있으면 너나 많이 처먹든가!”라며 스파게티를 김민경의 얼굴에 끼얹었다. 이후 해당 장면은 ‘파스타 따귀’로 불리며 많은 화제를 모았다. 심지어 스파게티를 활용한 장면이 너무 실감난 탓에 악역인 김민경을 향한 동정론(?)이 생기기까지 했다.

스파게티 따귀가 신선하고 재미있다는 반응도 있었지만 시어머니가 며느리에게 음식을 끼얹는 장면이 너무 자극적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이후 해당 장면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결국 주의 결정을 받기도 했다.

▲ 피자 따귀







2014년 방송된 tvN 드라마 ‘라이어게임’에서는 피자 공격이 등장하기도 했다. 극중 순진한 여대생 김소은(남다정 역)의 조력자이자 사채업자인 조재윤(조달구 역)은 김소은이 상금을 거머쥐었다는 소식에 기뻐했다. 이를 본 사채 사무실 사장은 “너 걔 흑기사야? 너네 사귀냐? 정신 차려 이 양반아. 여기가 지옥이야!”라며 피자 한 판을 통째로 들고 조재윤의 따귀를 때렸다.

제작진에 따르면 촬영 당시 조재윤은 피자를 세게 던져야 장면이 산다며 스스로 강도 높은 ‘피자 따귀’를 주문했다고 한다. 특히 피자에 소스를 더 많이 얹어 달라고 요청했고 결과적으로 극의 효과를 배가시켰다는 평을 얻었다.

▲ 쫄면 따귀





2014년 방송된 MBC 드라마넷 드라마 ‘스웨덴 세탁소’에서는 분식을 활용한 따귀 장면이 그려지기도 했다. 당시 3회 방송에서는 송하윤(김봄 역)과 배누리(배영미 역)가 학창시절을 회상하며 자신들을 괴롭힌 이들과 육탄전을 벌이는 모습이 그려졌다. 배누리는 “누가 우리 스프링 건드렸냐! 너구나? 죽었어!”라며 분식집에 있던 쫄면사리로 강하게 따귀를 날리는 등 쫄면을 연장삼아 싸우는 장면을 선보였다.

특히 송하윤을 괴롭히는 사람들이 근무하는 사무실 계단에 앉아 쫄면을 한 가닥씩 분리하며 싸움을 준비하는 배누리의 모습은 왠지 모를 섬뜩함까지 자아냈다.

해당 장면의 촬영을 앞두고 제작진은 쫄면사리가 음식 공격 장면에 등장하기엔 임팩트가 없지 않을까 우려했다고 한다. 하지만 제작진은 “실제 촬영에 들어가자 쫄면 특유의 찰진 특성 때문에 너무 실감이 나 깜짝 놀랐다”라며 “맞은 곳이 빨갛게 부어오른 배우도 원 테이크에 끝나서 다행이라고 할 정도였다”라고 촬영 에피소드를 밝히기도 했다.

▲ 삼겹살 따귀





지난해 방송된 tvN 드라마 ‘막돼먹은 영애씨 시즌 14’에서는 삼겹살 따귀가 등장했다. 1회 방송에서 김현숙(이영애 역)는 정지순(정지순 역)이 자신의 부모님을 찾아갔다는 이야기를 듣고 분노했다. 이영애는 그에게 “아무리 축의금에 눈이 멀어도 그렇지. 아무 친분도 없는 우리 엄마, 아빠한테까지 청첩장을 들이미느냐”라며 따졌다.

이에 정지순은 “그렇게 부모님 생각하는 사람이 여태 시집도 안 가고 뭐 했냐. 결혼할 기회가 있을 때 놓치지 말고 했어야지.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씩이나 놓치고 말이야”라며 이영애의 파혼 사실을 폭로했다. 결국 이영애는 분노를 참지 못하고 옆에 있던 생삼겹살로 정지순의 따귀를 때려 웃음을 자아냈다.

삼겹살 따귀에도 비하인드 스토리는 있었다. 삼겹살이 힘이 없는 탓에 수십번의 NG가 발생했으며, 심지어 나중에는 삼겹살에 따귀를 맞고 정지순의 안경이 내동댕이쳐졌다는 후문이다.

이처럼 음식 따귀 장면들은 파격적인 설정과 신선함으로 많은 주목을 받았지만, 단발적 화제성만을 노린 무리수라는 지적도 받고 있는 상황. 앞으로 또 어떤 드라마가 이같은 장면으로 온라인을 달굴지 관심이 쏠린다.(사진=MBC 드라마 ‘사랑했나봐’, ‘모두 다 김치’, ‘이브의 사랑’, tvN 드라마 ‘라이어게임’, ‘막돼먹은 영애씨 시즌14’ 방송화면 캡처, MBC 드라마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