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중화 이병훈 감독, 거장의 사명감+고민 묻어나는 품격

입력 2016-03-22 17:13



이병훈 감독이 ‘사극 거장’으로 불리는 이유를 몸소 증명했다.

장장 두 시간 반에 걸쳐 진행된 이병훈 감독과의 대화는 이병훈 감독이 어떻게 대한민국 최고의 ‘사극 거장’으로 우뚝 설 수 있었는지 이유를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이날 이병훈 감독은 인터뷰 내내 특유의 열정적인 말투로 본인의 드라마관부터 시작해 시청자들이 궁금해 하는 ‘옥중화’의 모든 것을 허심탄회하게 털어놨다.

이병훈 감독은 “드라마는 재미가 최우선시 되어야 하지만 사극의 경우 교육적인 의미가 플러스되어야 한다는 것이 내 드라마관”이라면서 ‘사극 거장’으로서의 남다른 사명감을 드러냈다. 이병훈 감독은 ‘옥중화’를 통해 그 동안 다뤄지지 않았던 ‘전옥서’, ‘외지부’ 등의 소재들을 선보일 예정. 이에 대해 이병훈 감독은 “일종의 변호사 제도인 ’외지부’는 당시 전세계에서 우리나라밖에 없었던 훌륭한 인권 제도다. 우리 문화의 우수성을 시청자들에게 알리고자 한다”며 포부를 밝혔다.

또한 이병훈 감독은 배우들의 캐스팅 비화를 털어놓아 눈길을 끌었다. 이병훈 감독은 진세연에 대해 “2009년 ‘동이’의 주인공인 한효주에게서 느꼈던 것을 6년만에 진세연에게서 발견했다. 두 사람 모두 작품 당시 나이가 23살이었는데 어른스럽고, 가치관이 뚜렷한 부분이 매우 닮았다. 그래서 진세연을 캐스팅 해야만 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특별한 인연을 고백했다.

이어 고수에 대해서는 “윤태원 역에는 처음부터 고수를 생각했다”면서 “극중 고수를 유들유들하고 장난스러운 캐릭터로 그리려고 한다. 고수에게서도 개구쟁이가 나오더라”고 밝혀 고수의 이미지 변신에 대한 기대감을 고조시켰다. 또 1999년 ‘허준’으로 호흡을 맞췄던 전광렬에 대해서는 “전광렬이 맡은 박태수 역할이 분량은 적지만 고생은 무지막지하게 하는 역할이다. 그렇지만 박태수 역할에 전광렬 이외의 사람은 생각해 본 적도 없다. 특별출연을 흔쾌히 수락 해줘서 고맙다”며 작품으로 맺어진 끈끈한 의리를 과시했다.

그런가 하면 이날 이병훈 감독은 대본리딩의 중요성에 대해 입에 침이 마르도록 강조했다. 실제로 ‘옥중화’는 16시간에 이르는 릴레이 대본리딩으로 화제를 모은 바 있으며, 당시 이병훈 감독은 수 십 명에 달하는 배우들에게 일일이 연기 시범을 보이는 등 열성적인 디렉션으로 모두를 놀라게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이병훈 감독은 “연출자는 무한 책임이다. 배우들이 연기 지적을 받는 것도 연출자의 책임”이라며 거장다운 리더십으로 그의 작품이 대중들의 사랑을 받을 수 밖에 없는 이유를 실감케 했다.

뿐만 아니라 이병훈 감독은 3년만에 메가폰을 잡는 것에 대한 부담감을 털어놔 눈길을 끌었다. 이병훈 감독은 “근사한 걸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감이 항상 있다. 드라마를 새로 맡는 순간부터 끝날 때까지 100kg짜리 부담감을 늘 등에 지고 달리는 기분이다. 고민이 많다. 시청자들에게 ‘저 사람은 나이를 먹어도 화면은 반짝 반짝하네’라는 소리가 듣고 싶다”면서 ‘거장’이라는 타이틀의 무게를 털어놓는 동시에, 그 부담을 초월한 뜨거운 열정을 드러내 감탄을 자아냈다.

시종일관 열정적으로 인터뷰에 응하던 이병훈 감독이 말을 잇지 못한 순간이 있었다. 그는 바로 ‘옥중화가 시청자들에게 어떤 드라마로 기억되기를 원하느냐’는 질문을 받은 순간. 이병훈 감독은 질문을 받고 한동안 깊은 상념에 빠졌고 인터뷰 현장에는 고요한 침묵이 이어졌다. 잠시 후 입을 뗀 이병훈 감독은 “시청자 분들이 ‘옥중화’를 재미있게 보고, 유익하게 보고, 그 속에서 우리 역사와 문화에 대한 자랑스러움을 느꼈다면 나는 100퍼센트 만족한다”고 답했고 이병훈 감독의 뜨거운 눈빛에서 우러나오는 진심이 이병훈표 사극이 집대성 된 ‘옥중화’에 대한 기대감을 한껏 끌어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