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1년새 현대중공업 협력사 폐업만 57곳

입력 2016-03-16 20:10
[침체 빠진 한국수출]제조업 협력사 줄도산
<앵커>

14개월 연속 수출 감소. 그동안 겪은 적 없던 수출 부진의 그늘이 한국 경제를 덮고 있습니다. 한국경제TV는 침체에 빠진 우리 수출 현장을 살펴보고 해법을 찾아보는 시간을 마련했습니다. 신인규, 임원식 기자가 차례로 보도합니다.

<기자>

울산 근교에 위치한 이 공장은 대형 선박에 들어가는 파이프를 제작하는 조선 협력업체의 일터였습니다.

그런데 공장 안이 조용합니다. 사람의 손길이 닿은지 한 눈에도 오래 되어 보입니다.

파이프를 옮겨야 할 짐차는 텅 비어있고,

한창 파이프를 끌어올려야 할 크레인에는 사람의 손길 대신 이제 은행 소유라는 딱지만 붙어 있습니다.

<인터뷰> H사 전 협력업체 대표

"채권자가 우리가 돈을 안 준다고, 우리 장비 세 대를 (불법으로) 가져간 겁니다. 경찰서 신고를 통해서 두 대는 반납을 했고...“

이곳과 조선소 내부 공장을 합쳐 연매출 130억원을 올리던 이 업체가 본격적으로 어려워진 건 지난 2014년부터였습니다.

유가 하락에 해양플랜트 악재가 터지면서 일감이 줄어들고, 받아야 할 돈도 제 때 받지 못하면서 급기야 지난해 10월부터 직원 월급이 밀리기 시작했습니다.

경기 회복을 기대하기도 어려운 상황, 결국 올해 극심한 경영난을 견디지 못하고 문을 닫은 겁니다.

<인터뷰> H사 전 협력업체 대표

“참담합니다. 열심히 살고, 학교에서 공부도 좀 하고 했는데, 경영 원칙이라든가 경영 기법이 필요가 없는 것 같습니다. 현재는. 쓰나미가 왔다, 전 이렇게 생각합니다.”

한때 최우수 협력사로 선정됐다는 표창장만, 폐허가 된 사무실을 지키고 있습니다.

국내 조선 1위 기업의 270여개 사내 협력사 가운데, 지난 1년 동안 문을 닫은 것으로 확인된 업체만 57개.

조선은 최근 1년간 우리 주력 산업 가운데 수출 감소폭이 가장 큰 업종 가운데 하나입니다.

울산 조선소에서 약 400미터 가량 떨어진 먹자골목.

음식점 12곳 가운데 세 곳이 점포를 내놓은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남아있는 곳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인터뷰> 울산시 A식당 사장

“저희는 10월달부터 좀 어려웠어요. 요즘에 진짜 너무 힘들어가지고. 주방 하루종일 고정 인력을 썼었는데 지금은 제가 직접 하고 있거든요.”

제조업의 도시, 전국 소득 1위의 도시인 울산이 활기를 잃은 가운데, 일터를 잃은 근로자들이 도시를 빠져나가는 공동화 현상까지 우려됩니다.

<인터뷰> 조선업체 사내하청 근로자

"실직을 하고 일을 구해보려고 거제도 쪽으로, 사천 쪽으로 여러 군데 5~6개월 정도 다녀 봤는데 쉽지가 않고...“

조선과 자동차, 정유 화학 업체들이 대거 밀집한 이 곳이 활기를 잃어가고 있는 건 13대 주력업종이 모두 수출 부진의 늪에 빠졌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1월부터, 한국의 수출은 역대 최장 기간인 14개월 연속 전년 대비 감소를 지속하고 있습니다.

<스탠딩> 신인규 기자

공장이 비어가고 있습니다. 지역 상권은 활기를 잃었습니다. 수출 감소라는 건조한 표현 뒤에 놓인 우리 경제의 현주소입니다.

올해 1월과 2월에도 수출 감소라는 늪에 빠진 한국 경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한 이유를 현장이 보여주고 있습니다.

한국경제TV 신인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