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원환자 병상 30개 갖춘 의료기관도 절반이 "마취전문의 없다"

입력 2016-03-15 11:15


안면성형 수술을 받으러 온 A씨. 프로포폴 마취하에 수술을 받던 중 호흡정지 및 심정지가 발생, 중증의 인지 및 언어장애(3세정도의 유아 수준), 실명에 가까운 시력 장애를 입었다.

마취전문의사가 없는 상태로 수술집도의가 단독으로 수술 및 마취를 함께 하면서 마취관리에 소홀했고, 심정지 후 적기에 적절한 응급처치가 이루어지지 못해 이뤄진 사고였다.

15일 홍성진 여의도성모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교수의 '마취 시술 안전성 확보를 위한 현황 파악' 논문에 따르면 2013년 기준 병원급 의료기관 47.9에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가 상주하지 않았다.

종합병원의 98% 이상이 전속 마취전문의를 고용하고 있지만 그 외 마취전문의가 없는 병원급 의료기관은 여전히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병원급 의료기관이란 주로 입원환자용 병상 30개 이상을 갖춘 곳이다. 병상 100개 이상, 진료과목 7개 이상이면 종합병원으로 분류된다.

프리랜서 마취전문의를 초빙해 시술할 수 있지만 이마저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으로 분석됐다.

병원이 공단에 신청한 외부 마취전문의 초빙료 규모가 전체 마취 시술에 비해 적은 것으로 드러나서다.

홍 교수는 "마취전문의가 상주하지 않는 병원에서 국소마취를 제외하고 어떤 형태로든 마취를 받을 때 비마취 전문의가 시행할 확률은 76.3%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또 "의사가 아니라 간호사를 비롯한 의료인력이 마취를 전담하는 목적으로 근무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마취통증의학회가 2009년부터 2014년까지 정맥마취 의료사고와 관련해 자문 의뢰를 실시한 총 39건 중 36건(92.3%)이 비마취전문의인 시술의사가 직접 마취제를 주사한 경우 발생했다.

이번 연구는 2011년부터 2013년까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급여비용 청구 자료를 기반으로 전체 마취 건수 중 마취전문의에 의한 시술 현황을 분석한 것이다. 논문은 대한의학회가 발행하는 국제학술지(JKMS) 최신호에 게재됐다.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