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기관 정책을 비판하는 과정에서 일부 비하하는 표현을 사용했더라도 모욕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정부나 국가기관은 원칙적으로 명예훼손의 피해자가 될 수 없다는 기존 판례와 비슷한 논리여서 주목된다.
대법원 2부(주심 조희대 대법관)는 욕설을 섞어가며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을 비하하는 글을 인터넷에 올린 혐의(모욕)로 기소된 의사 김 모(37)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9일 밝혔다.
김 씨는 2013년 1월 자신의 인터넷 블로그에 심평원을 비판하는 글을 쓰면서 '개XX 같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개XX들의 만행'이라는 제목을 다는 등 욕설을 사용한 혐의로 기소됐다.
다른 의사가 심평원으로부터 부당하게 진료비를 삭감당했다고 비판하면서 제목과 본문에 욕설을 썼던 것.
법원은 이에대해 오로지 심평원을 비하하기 위해 글을 올린 게 아니고 김 씨의 경우,비판이 주된 목적인 점을 감안해 무죄를 선고했다.
1심은 "진료비 삭감 문제에 관한 판단과 의견을 제시하며 타당함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부분적으로 모욕적인 표현을 사용했고 그 비중이 크지 않다"고 봤다.
이어 "동기나 전체적 맥락에서 볼 때 악의적이거나 현저히 상당성을 잃은 공격이 아니어서 헌법상 표현의 자유 범위에 속하고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라고 판단했다.
항소심은 개인 아닌 국가기관이 모욕죄의 피해자가 될 수 있는지에 판단의 중점을 뒀다.
2심은 "저속한 표현이 포함돼 인터넷 공간에 게시하기에 현저히 부적절한 것으로 보인다"며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볼 수 있는지 의문을 표시했다.
그러면서도 1심과 비슷하게 "비판이 주목적인 것으로 보이고 특정 개인을 겨냥하고 있지는 않다. 국가기관의 업무수행은 국민의 감시와 비판의 대상이어서 국가기관 그 자체는 형법상 모욕죄의 피해자가 될 수 없다"며 무죄 판단을 유지했다.
대법원은 "모욕죄의 피해자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지 않았다"며 검찰의 상고를 기각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모욕의 고의가 있었는지를 좀더 중점적으로 본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사법부 판단대로 비판이 주된 것이냐 모욕 또는 명예훼손이 앞서는 것이냐가 재량에 있어 근거가 되겠지만 형법은 그 객체를 '사람'으로 규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