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대한축구협회(KFA)
그래도 자신 있게 이길 수 있는 상대인 베트남과 먼저 경기를 치렀다면 어땠을까? 이제 와서 결과론을 들먹인다고 해서 달라지는 것은 없지만 우리 태극낭자들의 투혼이 너무나 안타까울 뿐이었다. 남자축구 판도에 이어 아시아 여자축구의 대세도 호주 쪽으로 많이 기울어졌다는 것을 씁쓸하게 확인할 수 있었다.
윤덕여 감독이 이끌고 있는 한국 여자축구대표팀이 4일 오후 7시 35분 일본 오사카에 있는 얀마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2016 리우올림픽 여자축구 아시아지역 최종 예선 호주와의 3차전에서 0-2로 완패해 사실상 본선 진출이 어렵게 되고 말았다.
앞선 두 경기에서 결코 쉽지 않은 승점 2점을 따냈다. 그 상대가 여자축구 무대에서 세계 톱10 안에 들어있다는 북한과 일본이었기에 더 의미있는 결과였다. 마무리만 잘 했다면 두 경기 모두 이길 수 있는 기회도 있었기에 큰 아쉬움이 남기는 했지만 그 다음으로 만난 호주라는 거목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호주는 이번 예선 첫 경기에서 개최국 일본을 3-1로 물리치며 최강자로 급부상했다. 지난 해 캐나다에서 열린 FIFA(국제축구연맹) 여자월드컵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일본을 그렇게 쉽게 보내버릴 것이라고 예상한 전문가들은 별로 없었다. 더구나 일본은 월드컵 8강전에서 호주를 1-0으로 물리치고 결승전까지 올라간 현 여자축구 세계 톱 클래스의 팀이라고 인정받는 팀이기에 더 놀라운 결과였다.
2승을 먼저 챙긴 호주와 힘겹게 2무승부를 따낸 한국이 외나무다리에서 만났다. 호주는 느긋하게 상대의 흐름을 읽을 수 있는 여유가 있었고 한국은 반드시 이겨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었다. 늘 그랬듯이 입장 차이가 축구장 경기력에 미치는 영향은 생각보다 컸다.
의욕적으로 라인을 밀어올린 한국의 수비 뒷공간이 너무 일찍 휑하니 뚫리고 말았다. 경기 시작 후 단 2분만의 일이었다. 호주의 주장 완장을 찬 노련한 골잡이 리사 드바나의 스피드는 여전했다. 각도를 줄이고 달려나온 한국 골키퍼 김정미를 피해 슈을 시도한 공이 느리게 굴러가서 오른쪽 기둥을 때리고 나왔다. 우리 수비수들은 그 다음 대응에도 늦었다. 키아 사이몬이 몸을 날리며 밀어넣기에 충분한 공간이었던 것이다.
예상보다 이른 시간에 실점한 우리 선수들은 정신을 바짝 차리고 '장슬기, 전가을' 양 날개를 활용한 공격에 집중했다. 11분에 장슬기가 훌륭한 드리블 실력을 자랑하며 왼쪽 측면을 허물었다. 마무리 크로스도 낮게 깔려 넘어왔다. 하지만 정설빈이나 전가을이 공의 스피드를 따라가지 못했다.
여기서 이 경기 승부의 갈림길이 만들어진 셈이다. 좋은 동점골 기회를 놓친 한국은 또 한 번 수비 뒷공간에 구멍이 생겼다. 역시 호주의 스피드를 자랑하는 리사 드바나였다. 그녀를 저지하기 위해 오른쪽 풀백 김혜리가 달려들어 깊은 태클을 구사했다. 하지만 루실라 베네가스(멕시코) 주심은 냉정하게 휘슬을 불고 페널티킥을 선언했다. 반칙을 저지른 지점이 페널티 에어리어 표시선 바로 안쪽이었던 것이다. 호주는 이 기회를 키다리 공격형 미드필더 에밀리 반 에그몬드가 놓칠 리 없었다. 그녀의 오른발 킥은 골키퍼 김정미를 피해 오른쪽 구석으로 빨려들어갔다.
경기 시간 15분도 지나지 않아서 0-2로 몰린 한국은 다시 고개를 들고 역습에 나섰다. 하지만 호주는 우리 선수들의 패스 흐름을 너무나 잘 읽고 있었다. 왼쪽 측면의 장슬기, 가운데 지소연, 오른쪽 측면의 전가을을 겨냥한 패스 줄기를 차단하면 쉽게 막을 수 있는 팀이라고 하는 점을 숙지하며 뛰고 있었다. 그러다보니 우리 선수들의 패스 줄기는 3회 이상 이어지는 것이 거의 불가능할 정도였다.
전반전 종료 직전에 얻은 측면 프리킥 기회에서 전가을이 과감하게 롱 킥을 시도했지만 포물선을 그린 공이 크로스바를 때리고 넘어갔다. 골대 불운도 윤덕여호에게 드리워지는 순간이었다.
윤덕여 감독은 후반전 시작과 동시에 이민아와 이금민 두 명의 공격형 미드필더를 들여보내 대반전을 노렸다. 하지만 호주 선수들의 촘촘한 압박을 벗어날 수 있는 방향 전환 능력이 이미 떨어진 상태였다. 79분에 이민아와 이금민이 기대에 부응하는 역습을 멋지게 전개했다. 이민아가 찔러주고 이금민이 마무리한 것이다. 하지만 이금민의 왼발 마무리 슛은 호주 골키퍼 리디아 윌리엄스가 침착하게 각도를 잡아 몸 날려 쳐내고 말았다.
이로써 한국은 2무 1패의 성적으로 4위에 머물러 2위까지 주어지는 올림픽 본선행 티켓이 더 멀어졌다. 한국이 7일(월) 오후 4시 35분에 중국과 만나며 이번 예선 최약체로 평가되는 베트남과의 마지막 경기에서도 이긴다고 해도 승점 8점에 머물기 때문에 2위까지 올라설 가능성은 희박한 편이다. 물론 중국의 남은 한 경기 일정이 강팀 호주와 맞붙는 것이어서 희망의 불씨가 완전히 꺼진 것은 아니다. 그만큼 우리 태극낭자들이 많은 골을 터뜨리며 이겨야 한다는 전제가 붙는다.
2016 리우올림픽 여자축구 아시아 예선 결과(4일 오후 7시 35분, 얀마 스타디움-오사카)
한국 0-2 호주 [득점 : 키아 사이몬(2분), 에밀리 반 에그몬드(14분,PK)]
◎ 한국 선수들
FW : 정설빈
AMF : 장슬기, 지소연, 전가을(75분↔유영아)
DMF : 조소현, 이소담(46분↔이민아)
DF : 김수연, 황보람, 김도연, 김혜리(46분↔이금민)
GK : 김정미
북한 1-0 베트남
일본 1-2 중국
◇ 3라운드 현재 순위(2위까지 본선 진출)
호주 9점 3승 14득점 1실점 +13
중국 7점 2승 1무 5득점 2실점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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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5점 1승 2무 3득점 2실점 +1
한국 2점 2무 1패 2득점 4실점 -2
일본 1점 1무 2패 3득점 6실점 -3
베트남 0점 3패 0득점 12실점 -12
◇ 남은 경기 일정
3월 7일 : 한국 vs 중국, 북한 vs 호주, 일본 vs 베트남
3월 9일 : 한국 vs 베트남, 호주 vs 중국, 북한 vs 일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