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어업과 노무직 등에 종사하는 육체노동자의 사망률이 전문직 종사자에 비해 최대 2.7배로 높다는 연구 결과가 제시됐다.
이혜은 서울성모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교수팀은 산업안전보건연구원 직업건강연구실 김은아 실장팀과 함께 국내 고용보험 가입 근로자 1천143만5천937명(남 548만2천967명, 여 327만9천373명)을 대상으로 1995년부터 2008년까지 13년간 직업군별 사망 여부와 사망원인을 분석한 결과를 3일 밝혔다.
이번 조사에는 국내 대다수 근로자가 포함됐지만, 고용보험 가입 대상이 아닌 공무원이나 공기업 종사자, 일부 소규모 사업자들은 제외됐다.
연구팀은 조사 대상자를 한국표준직업분류에 따라 9개 그룹으로 나눠 직업군별 '연령표준화 사망률'을 계산했다.
연령표준화 사망률은 연령구조를 국가 인구구조로 표준화해 인구 10만명당 연간 사망자수를 산정한 개념이다.
이 결과 10만명당 사망률은 ▲ 농·어업 숙련 근로자(남 563.0명, 여 206.0명) ▲ 단순노무직 근로자(남 499.0명, 여 163.4명) ▲ 장치·기계조작원·조립원(남 380.3명, 여 157.8명) ▲ 기능원·기능근로자(남 365.1명, 여 158.1명) ▲ 서비스 근로자·상점과 시장판매 근로자(남 362명, 여 149.7명) ▲ 기술공·준전문가(남 285.6명, 여 136.4명) ▲ 입법자·고위임직원·관리자(남 252.8명, 여 122.3명) ▲ 사무직원(남 249.7명, 여 115.7명) ▲ 전문가(남 209.1명, 여 93.3명) 등의 순으로 높았다.
사망률이 가장 높은 농·어업 숙련 남성 근로자와 가장 낮은 전문가 남성 직업군의 사망률 차이는 2.7배로 벌어졌다. 단순노무직과 전문직 간 사망률 차이도 남성에서 2.4배로 증가했다. 농·어업 숙련 근로자와 단순노무직은 모두 육체노동을 주로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처럼 직업군에 따라 큰 사망률 차이를 보인 것은 사고와 자살을 포함한 손상, 중독 등의 사망이 육체 노동자들에게서 더 많았기 때문이라는 게 연구팀의 분석이다.
실제로 이번 연구에서 단순노무직 근로자는 전문가 직업군보다 10만명당 남성 96.9명, 여성 21.6명이 손상과 중독으로 더 사망했다. 또 남성의 간질환 사망도 같은 비교 그룹에서 10만명당 38.3명이나 차이가 났다.
정신질환 사망률은 단순노무직이 전문가보다 남성 5.31배, 여성 12.11배나 더 높았다.
논문의 제1저자인 이혜은 서울성모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교수는 "고용보험에 가입하지 못하는 소규모 영세 사업장 근로자들이 포함되지 않았는데도, 우리나라 직업군별 사망률에 큰 불평등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확인됐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 교수는 "사망의 불평등을 줄이려고 낮은 사회경제적 지위의 직업군들을 지원하기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영국에서 발행하는 직업환경의학 분야 국제학술지(Occupational Environmental Medicine) 2월호에 발표됐다.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