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사울의 아들>이 이변 없이 제88회 아카데미 시상식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했다. 시상자로는 배우 이병헌이 나섰다.
29일 오전 10시부터 미국 LA 돌비씨어터에서 열린 제88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사울의 아들>의 라즐로 네메스 감독이 외국어영화상 부문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외국어영화상에서 헝가리 영화가 트로피를 차지한 것은 1981년 <메피스토> 이후 두 번째다.
한국인 최초로 시상자로 참여한 이병헌과 배우 소피아 베르가라의 시상으로 무대에 오른 라즐로 네메스 감독은, "아주 영광스럽다"며 소감을 시작했다. "배우인 게자 뢰리히와 모든 스탭들과 함께 이 기쁨을 함께 나누고 싶다"고 말을 이은 그는, "인류의 어두운 시간에도 우리 안에는 내재되어 있는 목소리가 있다. 이를 통해 우리는 인간일 수 있는 것이다"고 소감을 남겨 우레와 같은 박수를 받았다.
특히 <사울의 아들>은 수상 직후 네이버 실시간 검색어 8위에 오르며 네티즌들의 관심을 한 몸에 모았다.
<사울의 아들>은 1944년 아우슈비츠의 제1 시체 소각장에서 시체 처리반인 '존더코만도'로 일하는 남자 '사울'이 수많은 주검 속에서 아들을 발견하고 그의 장례를 치르기 위해 일탈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지난 칸영화제에서 최초 공개된 이후, 극찬을 받은 <사울의 아들>은 2등상인 심사위원 대상을 포함, 4개의 상을 수상했고 아카데미 시즌을 맞아 골든글로브와 각종 비평가상을 휩쓸었다.
시상식 직전 진행된 레드카펫 인터뷰에서 라즐로 네메스 감독은 "그 비극을 잊고 있는 우리 세대에게, 그 지옥의 한가운데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직접 느끼게 하고 싶었다"며 독특한 형식의 홀로코스트 영화를 만들게 된 의도에 대해 밝혔다. '사울' 역 배우 게자 뢰리히는 "그 동안의 홀로코스트 영화들이 포착해내지 않은, 잔인한 시스템 그 자체에 대해 말하는 영화"라며 <사울의 아들>을 소개했다.
특히 시상식 전일 열린 제31회 인디펜던트 스피릿 어워즈에서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하며 아카데미 레이스를 화려하게 마무리, 유력 후보로서 입지를 재확인한 라즐로 네메스 감독은 "영화 문법의 진화가 멈춰진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 것 같다. 영화 문법의 세계를 더 탐험하고 싶은데, 큰 격려를 받았다"고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제88회 아카데미 시상식 외국어영화상 수상작 <사울의 아들>은 25일 국내에 개봉돼 상영중이다.
이예은기자 yeeuney@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