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3편.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할 '10대 기술'(Ⅱ)…이런 업종이 5년 후 주가 뜬다
인공지능 다음으로 앞으로 다가올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할 유망기술로 '뇌 과학(Brain Science)'을 꼽는다. 뇌는 인간의 기억을 저장하고 △판단 △인지 △정서 △행동 등에 영향을 미치는 가장 중요한 신체부위로, 현대 과학기술의 한계에 있는 미지의 영역이자 인간의 건강과 행복한 삶을 위해 정복해야 할 최후의 난제로 평가받고 있다.
뇌 연구는 뇌신경계의 신경생물학과 인지 과학의 이론을 바탕으로 △뇌의 구조 △근본원리와 기능 △질병 해결법을 파악하는 연구 분야다. 현대 뇌 연구는 의학, 공학, 심리학 등 여러 분야가 서로 연간 되어 있는 융합 학문으로 주요 분야는 크게 △뇌의 신경생물학적 이해 △뇌질환 예방 및 극복 △인지 기능 △정보 처리 이해 및 응용으로 나뉜다.
최근에는 △인구 구조 △생활 패턴 △기술 발전 등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뇌 연구의 필요성과 관심이 부쩍 높아지고 있다.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가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고 인간의 기대 수명이 늘어나자 알츠하이머, 파킨슨 병 등 퇴행성 뇌 활동 장애와 인지능력저하 질환이 사회적 문제로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뇌 연구는 천문학적인 비용이 소요되기 때문에 주로 선진국을 중심으로 한 국가 차원의 연구가 진행됐다. 미국은 1990∼2000년을 '뇌 과학의 10년(Decade of Brain)'으로 선언하고 세계 뇌 연구를 선도해 왔다. 특히 오바마 정부는 뇌 활동지도(BAM·Brain Activity Map)를 완성하는 연구에 2023년까지 매년 3억 달러씩을 투자해 나갈 야심찬 계획을 발표했다.
유럽연합(EU)은 영국, 독일 등 7개 국가 연구기관이 함께 참여하는 공동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앞으로 10년 동안 10억 유로를 투자해 최신 뇌 과학 지식을 끌어 모아 슈퍼컴퓨터에 입력해 인간의 뇌를 시뮬레이션을 할 수 있는 '인간 뇌 프로젝트(HBP·Human Brain Project)'를 시행해 나갈 계획이다.
일본 역시 고령화가 빠르게 진전되자 뇌 연구의 중요성을 일찍부터 시작했다. 1996년에는 21세기를 '뇌 연구의 1 세기(Century of Brain)'로 선언하고 뇌 연구를 국가 프로젝트로 격상시켜 추진해 왔다. 특히 아베 정부 출범 이후 인간의 뇌 질환을 이해하기 위해 원숭이의 뇌를 지도로 표현하는 연구를 진행하는 등 매년 300억∼500억엔을 투자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 전체 생명공학 분야 예산 중 뇌 연구 분야에 편성된 예산(2014년도 기준)은 4.5%인 1,045억원으로 미국의 18%, 일본 7%, 영국 20%와 비교했을 때 예산 비중이 턱없이 부족하다. 하지만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기초과학연구원(IBS) 등을 중심으로 뇌 연구를 위한 본격적인 투자 유치에 나서고 있다.
앞으로 뇌 연구 프로젝트를 통해 뇌 지도와 뇌의 역할에 대한 이해도가 확립된다면 사회 전반에 상당한 파급효과를 불러올 것으로 예상된다. 뇌 지도 연구가 완성되면 뇌의 호르몬 분비를 조절해 고소공포증, 공황장애, 대인기피증 등과 같은 정신질환을 고칠 수 있게 되는 것은 물론 뇌세포와 신경회로 변화 등 퇴행성 뇌 활동 장애를 줄여 인간의 기대수명을 끌어올릴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산업적인 면에서 뇌 연구는 생각만으로 컴퓨터나 기계를 움직이는 뇌-기계 접속(BMI·Brain Machine Interface) 기술과 같이 이종 기술과의 융합 연구가 빠르게 확산되는 추세다. 앞으로는 기술 융합 연구를 통해 특정 기억을 저장하거나 지우게 되는 것도 가능해질 뿐만 아니라 로봇과의 연구와 인공지능 연구에도 가속도를 붙이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갈수록 주요 에너지 자원인 화석연료의 고갈, 환경오염과 온난화문제가 전 세계적인 문제로 대두되면서 '핵융합(Nuclear Fusion)'과 같은 친환경 대체 에너지 수요와 개발 관심이 부쩍 높아지고 있다. 주 에너지원인 석유는 정제와 사용과정에서 이산화탄소, 아황산가스 등 환경과 대기를 오염시키는 물질과 지구 온난화를 유발하는 주범이기 때문이다.
석탄은 매장량이 풍부하지만 수송이 어렵고 석유보다 더 큰 환경오염을 유발한다. 수력 에너지는 개발 과정에서 주변 환경을 파괴하는 단점이 있다. 풍력, 태양광 등 자연에너지는 환경을 파괴하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지만 에너지 밀도가 낮고 간헐적으로 이용될 수밖에 없어 대용량 에너지원으로 발전되기에는 어려움이 존재한다.
하지만 핵분열에 의해 생성되는 원자력 에너지는 비교적 저렴한 비용에 막대한 에너지를 생산하고 이산화탄소와 같은 환경오염 물질을 배출하지 않는다는 장점이 많다. 이 때문에 한국을 포함한 주요 선진국에서는 차세대 대체 에너지로 핵융합 에너지에 대한 관심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핵융합은 여러 기준에 의해 정의되지만 에너지 관점에서는 중수소(Deuterium)와 삼중수소(Tritium)를 섭씨 1억도의 초고온에서 융합시켜 더 무거운 원자핵을 만들어내는 현상을 말한다. 이 과정에서 전체의 99.29%가 헬륨가스로 전환되고 나머지 0.91%의 질량은 막대한 에너지를 생성하게 된다.
태양과 모든 별에서 발생되는 에너지의 근원 역시 일종의 핵융합 현상이다. 1g의 핵융합 반응은 석유 8톤에 해당되는 에너지를 만들어 낼 수 있다. 1 기가와트(GW?1기가와트는 약 10만 가구의 1년 동안의 전력 사용량과 맞먹는 수치)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0.5톤의 핵융합 원료가 필요한 반면 핵분열 원료는 150톤이 필요하다.
핵융합에너지는 핵분열 원자력 발전소와 달리 많은 원료와 냉각수를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넓은 해안가 등에 지을 필요가 없다. 핵과 관련된 모든 산업의 고질적인 ‘외부 불경제 문제’을 줄일 수 있다. 외부에서 연료 공급 여부에 따라 발전소 가동을 자유자재로 조절이 가능하기 때문에 폭발하지 않으며 통제도 가능하다.
주원료인 중수소는 바닷물 전기분해를 통해 거의 무제한으로 얻을 수 있다. 삼중수소는 리튬의 핵반응에 의해서 만들어 지는데, 리튬은 수 만년 지속될 정도로 충분히 매장되어 있기 때문에 융합 연료 고갈에 대한 문제가 전혀 없다는 장점이 있다. 에너지원으로 4차 산업혁명을 핵융합이 주도할 것으로 보는 가장 큰 요인이다.
하지만 막대한 장점을 지닌 대체 에너지 기술을 발명함에도 불구하고 핵융합은 최근까지 상용화되기가 매우 어려웠다. 핵융합 발전을 상용화하기 위해서는 태양 표면의 온도와 같은 1억도 이상의 고온과 높은 압력을 필요하다. 이 상태에서 변형되는 고체·액체·기체 상태가 아닌 제 4의 물질인 '플라스마' 상태를 오랫동안 안전하게 유지하면서 중수소와 삼중수소를 넣을 수 있는 장비를 개발하는데 어려움이 겪었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을 비롯한 일부 국가에서는 핵융합 발전을 위한 리튬을 수입해야하기 때문에 에너지 개발을 위해 필요한 재료를 수입해야하는 단점도 있다. 뿐만 아니라 핵융합은 핵분열을 이용한 원자폭탄과 보다 수백 배 강력한 수소폭탄을 만드는 주요 기술이기 때문에 군사적 용도로 사용될 우려도 있다.
핵융합은 여전히 논쟁적인 에너지이지만 많은 국가들은 핵융합을 미래의 대체 에너지로 인식하고 기술 상용화를 위해 분주하다. 중국 과학기술대학은 매년 학부생 600명, 석박사생 900명 규모의 핵융합 전문 인력을 배출해 오고 있다. 일본은 핵융합 로드맵을 수립해 체계적인 지원을 펼쳐오며 2030년까지 핵융합 모형을 만들 계획이다. 한국의 경우 1995년 건설을 시작해 2007년 완공된 핵융합 실험로가 지난해 플라스마 유지 시간을 55초를 기록해 세계 최고 기록을 세우는 등 다른 국가에 비해 경쟁력이 뒤지지 않는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국가 간 기술과 핵 인식도 차이 등으로 어렵게 출범시킨 '국제 핵융합 실험로 공동개발사업(ITER·International Thermonuclear Experimental Reactor)'에서 미국, 유럽 연합, 러시아, 한국 등 7개 국가가 함께 핵융합 실험로를 지으며 기술 상용화를 위한 협력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성공 여부에 따라 4차 산업혁명 에너지원으로 핵융합 앞날에 중대한 기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글. 한상춘 <a href=http://sise.wownet.co.kr/search/main/main.asp?mseq=419&searchStr=039340 target=_blank>한국경제TV 해설위원 겸 한국경제신문 객원논설위원(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