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의료진, "백혈병 치료제 '글리벡' 비만·당뇨에도 효과있다"

입력 2016-02-24 14:11


울산과학기술원(UNIST) 생명과학과 최장현 교수

국내 연구진이 백혈병 치료제 '글리벡'이 고혈당과 비만을 완화해 인슐린 저항성을 개선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은 24일 생명과학과 최장현 교수 연구팀이 지방세포의 생성·분화에 필수적인 전사인자인 'PPARγ'에 인산(P)이 붙는 인산화가 당뇨 발병과 밀접한 연관이 있으며 PPARγ에서 인산을 떼어내면 항당뇨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당뇨병 치료제로 널리 쓰이는 기존 티아졸리딘다이온계(TZDs) 약물은 혈당 조절 효과는 좋지만 저혈당, 신부전증, 심혈관계 질환 등 부작용을 초래해 대체 치료제 개발이 시급한 상황이다.

최 교수팀은 당과 지질 대사 항상성에 관여하는 유전자를 조절하는 'PPARγ'에 인산이 결합하는 것을 측정하는 새로운 화합물 스크리닝 기법을 개발, 글리벡이 PPARγ 인산화에 어떤 작용을 하는지 분석했다.

그 결과 글리벡이 PPARγ에 특이하게 결합해 활성을 유도하지 않으면서 인산화만 억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존 연구에서는 글리벡을 투여한 암환자의 혈당이 낮아지고 인슐린 저항성이 개선되는 것이 관찰됐지만 분자 수준의 작동과정은 밝혀지지 않았다.

연구진이 이어 10주간 고지방 먹이를 먹인 실험용 쥐에 글리벡을 1주일간 투여하자 대조군보다 혈당이 감소하고 인슐린 저항성이 개선됐으나 부종, 뼈골절, 체중증가 등 기존 TZDs 약물의 부작용은 나타나지 않았다.

또 피하지방조직에 있는 건강에 해로운 백색 지방세포가 몸에 좋은 갈색지방세포로 변하면서 에너지 소비를 증가시켜 체중 감소 효과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글리벡이 항당뇨 뿐 아니라 항비만 작용도 한다는 것을 뜻한다.

최장현 교수는 "이 연구는 PPARγ 인산화 억제라는 새로운 개념과 함께 새로운 당뇨병 치료제로서 글리벡의 가능성을 확인한 것"이라면 "글리벡을 선도물질로 하는 유도체를 합성, 새로운 형태의 항당뇨 치료제를 개발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미래창조과학부 바이오·의료기술개발사업 지원으로 수행된 이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당뇨병'(Diabetes, 1월 5일자)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