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차 길들이기 "필요하다 vs. 필요없다" 뭐가 맞아?

입력 2016-02-23 17:33


옛날엔 신차 길들이기는 거의 상식과 같은 것이었다. 엔진을 비롯한 차체 구성 부속들이 아직 제 기능을 다 하지 못하기에 소위 '기름칠'하는 과정이 필요했던 것이다. 예전엔 이 말에 크게 이견이 없던 분위기였다면 요즘은 이에 대한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다. 길들일 필요가 없다는 주장 측은 한마디로 요즘 차는 좋아서 길들이지 않아도 된다는 것.

신차 길들이기에 대해 미국의 자동차 매체 'CAR CONNECTION'은 흥미로운 칼럼을 내놓은 바 있다. '아직도 신차 길들이기를 하고 있는가?'란 제목의 이 칼럼에서 글쓴이는 "신차 길들이기가 이제는 몇 년 전에 통용되던 의미와 같지 않다"며 운을 뗀다. 10년 전만 하더라도 자동차 제조사에서는 신차 구매자들에게 매뉴얼을 따를 것을 권했지만 이러한 이야기는 오늘날 들어맞지 않는 게 사실이라고 말이다.

글쓴이는 신차 길들이기와 관련해 이제는 상식이 되어버린, 100km/h 이하에서 다양한 속도로 주행해야 한다든지 공회전 시간을 얼마간 가져야 한다는 등의 과정을 언급하며 이를 따라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다.



그리고는 오늘날 신차 길들이기가 필요하느냐는 물음에는 단호하게 "아니오"라고 대답한다. 그 이유로 자동차의 역사만큼이나 엔진과 윤활유의 기술도 발전을 거듭해왔다는 점을 든다. 이에 따라 엔진의 금속 부속을 옛날 차보다 훨씬 잘 보호할 수 있다는 논리다. 제조사에서도 이미 엔진 부속들을 바로 운행 가능한 조건으로 만든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유일하게 따라야 할 신차 매뉴얼이 있다면 첫 엔진 오일을 일정 거리 주행 후 교환하라는 내용이라 말한다. 이유는 엔진 내부 점화, 폭발 및 피스톤 행정 과정을 통해 엔진룸이 마모되면서 철 스크랩(조각)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이 스크랩이 남아서 엔진룸에 지속적인 손상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엔진 오일 교환은 필수적이라는 것. 그러나 이 내용은 글쓴이가 신차를 길들일 필요가 없다고 말한 논거와 정면으로 충돌한다. 결국 신차의 엔진이 일반 주행에 최적화된 상태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후 이 칼럼은 엔진 오일과 관련된 교환 주기에 대해 몇 가지를 언급하고 끝을 맺는다.

이 칼럼에는 위에서 든 예 말고도 치명적 맹점이 하나 있다. 바로 신차 길들이기를 단순하게 엔진의 관점에서만 살펴본 것. 우리가 보통 신차 길들이기라고 하면 아직 길이 덜 든 엔진만 떠올리기 쉽지만 실제론 그렇지 않다. 주행과 관련되어 밀접한 관계를 갖는 부속은 엔진 말고도 어마어마하게 많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댐퍼, 브레이크, 타이어는 주행 성능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부속들이다.



노면의 충격을 흡수하고 승차감에 절대적인 기여도를 가진 댐퍼는 차체에서 가장 민감한 부속 중 하나다. 유압 피스톤과 스프링으로 이루어진 댐퍼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발진 및 제동 관련 매뉴얼만 따라도 내구성을 높이며 오랫동안 교체할 필요 없이 차를 몰 수 있다. 브레이크와 타이어는 조금 더 직관적으로 이해가 가능하다. 캘리퍼와 디스크가 맞물리며 제동을 돕는 브레이킹의 원리를 이해한다면 아무리 고성능의 브레이크 시스템이라도 급브레이크를 잡기 일쑤인 운전자의 운전 습관을 당해낼 재간은 없다. 타이어 역시 마찬가지다. 공장에서 출고되고 아직 도로의 맛을 덜 봐 딱딱하게 굳은 타이어를 갖고 급브레이크와 풀악셀을 가한다면? 심각하게는 타이어가 찢어지는 불상사가 벌어질 수 있는 것이다.

결론은 이렇다. 아무리 자동차 관련 기술이 좋아졌다고 한들 신차 길들이기 과정은 필수라는 것. 백번 양보해서 엔진 기술의 발달로 아무리 막 다뤄도 고장은 나지 않는다고 해도 말이다. 엔진을 제외한 수많은 부속들, 특히 많은 사람들이 간과하는 댐퍼, 브레이크, 타이어에 있어서만큼은 논쟁의 여지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니 부디 새봄을 맞아 새 차를 타게 되는 일이 있거든, 길들이기 제대로 한 번 하고 타시라 권하고 싶다. 당신이 차를 애인 갈아치우듯 몇 개월마다 바꾸지만 않는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