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행에 성공했던 철 지난 영화들이 복귀하는 사례가 이어지며 영화계에도 복고 열풍이 불고 있다. tvN '응답하라' 시리즈와 MBC '무한도전 토토가'로 드라마와 음악 시장에 불었던 열풍이 영화계에도 이어지고 있다.
재개봉 열풍이 갑작스럽게 나타난 것은 아니다. 2007년부터 최근까지 매년 10편 내외의 명작이 적게는 5년, 많게는 30년의 세월을 뛰어넘어 관객들과 만나고 있다. 2016년에는 그 현상이 더욱 두드러질 전망이다.
올해 다시 관객들을 찾은 재개봉 영화는 지난 1월 '인터스텔라'와 '매드맥스:분노의 도로'로 시작해 2월에는 '러브레터'와 '시간을 달리는 소녀', '영웅본색'이 재개봉했다. '쇼생크 탈출'과 '무간도' '오페라의 유령' '조제, 호랑이 물고기들'도 곧 개봉을 앞두고 있다.
이쯤 되면 재개봉 신드롬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재개봉 영화는 중장년층에게는 향수와 익숙함을, 젊은 세대에겐 윗세대에서 들었던 영화를 직접 접하는 기회가 된다. 여기에 문화계 전반에 나타나는 복고 열풍이 영화계에도 영향을 미쳐 재개봉 신드롬을 만들었다.
무엇보다 재개봉 영화 열풍을 이끈 것은 높은 수익성이다. 신작과 비교하면 재개봉 영화는 총비용이 높지 않다. 한 배급사 관계자는 "러닝타임을 100분 기준으로 봤을 때 리마스터링 비용은 약 2,000만 원 정도라 부담스러운 가격은 아니다. 또 신작보다 재개봉 영화 판권 구매가 저렴한 편"이라고 밝혔다. 이미 작품의 가치가 알려져 마케팅 비용까지 줄일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아울러 배급사들의 VOD 시장 공략에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는 점도 들 수 있다. 재개봉 영화 대부분은 개봉 당시 삭제된 분량을 덧붙이거나 음질과 화질을 개선한 디지털 리마스터링(digital remastering)을 하는데 VOD 시장에서 리마스터링 타이틀이 붙으면 몸값이 뛴다. 개봉 시기가 한참 지난 영화는 대게 1,000원대에서 가격이 형성되는데 재개봉 프리미엄이 붙으면 다른 다양성 영화들과 같이 2,500원으로 책정된다. 또 극장에서 개봉 중일 때는 굿다운로더 극장 개봉작 가격인 7,000원~1만 원과 같다.
기술의 발전도 이런 현상에 기여했다. 우선 디지털 리마스터링 기술이 발전하면서 예전에 상영했던 명작을 더 좋은 화질로 업그레이드했고, 이는 재개봉에 대한 팬들의 욕구를 자극한다. 그간 블루레이나 DVD, TV를 통해 접할 수밖에 없었던 과거 걸작들을 더 나은 질로 스크린을 통해 다시 볼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관객은 환호하고 있다.
물론 긍정적인 효과만 가져오는 것은 아니다. 대중의 호평을 받았던 영화라도 재개봉 결과가 늘 성공적이진 않기 때문이다. 시의성이 떨어지는 영화가 많아서 다수의 관객을 확보하기는 어렵다. 이에 재상영작은 2만~3만 명도 꿈의 숫자다.
또 가뜩이나 치열한 경쟁을 펼쳐야 했던 독립·예술 영화들의 설 자리가 더욱 좁아질 수 있다는 것도 문제다. 재개봉 영화는 주로 예술영화관에서 개봉한다. 사회적 공익성을 추구하던 예술 영화관이 영리를 목적으로 재개봉 영화의 스크린 수를 늘리면 독립·예술 영화들과 재개봉 영화가 스크린을 나눠 가지게 된다. 이는 다양성 영화의 설 자리를 빼앗을 수도 있어 우려된다.
그런데도 영화 재개봉은 걸작의 가치를 인정받고 관객의 공감을 산다는 이유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복고 열풍', '관객의 수요', 'VOD 수익 창출' 등 여러 가지 요인이 결합되어 있어 2016년에도 재개봉영화 상영은 활성화될 조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