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난에 빠진 한진해운이 대한항공에 담보로 잡힌 영국 런던 사옥 등의 보유 자산 매각을 검토하고 있다.
23일 채권단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한진해운은 다음 달부터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 상환을 위해 미국, 유럽연합(EU) 국가에 등록된 상표권과 자사주 1,380만주, 런던 소재 사옥 등 자산 매각을 검토하고 있다.
이들 자산은 대한항공이 한진해운에 2,200억원을 대여하면서 담보로 잡은 물건으로 대한항공이 담보 해지를 해야 매각 수순을 밟을 수 있다.
대한항공도 한진해운의 자금난 해소를 위해 설정 담보를 푸는 방안을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IB업계 관계자는 "대한항공이 담보를 해지하면 한진해운은 상표권 등 일부를 계열사에 넘기고 런던사옥 등 일부 자산은 외부 매각을 고려 중인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해 11월에도 대한항공은 한진해운에 자금을 대여해주면서 담보로 설정한 한진해운의 H-Line해운주식 181만주와 선박 4척에 대한 담보를 해지하기도 했다.
한진해운은 이들 자산을 매각해 1,600억원의 유동성을 확보한 바 있다.
이에 따라 한진해운은 이번에도 자산 매각을 통해 자금을 확보하면 상반기에 만기가 돌아오는 6천억원대의 회사채를 상환해 급한 불을 끌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진해운은 또 해외 터미널 등을 매각할 가능성도 열어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매각 가능성이 있는 미국 소재 국제 터미널(TTI)은 운영권 포함 지분가치가 상당한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채권단 관계자는 "한진해운이 수익이 나는 TTI를 매각 가능 자산으로 분류한 상태이지만, 수익성 확보 차원에서 쉽게 매각을 결정하기 힘들 것"이라고 전했다.
한진해운이 올해 자산 매각에 속도를 내는 것은 차입금 상환 만기가 대거 돌아오는 데다 올해부터 회사채 신속인수제 혜택을 받을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만기가 돌아오는 무보증 공모 회사채 규모는 당장 다음 달에 1,827억원, 4월과 6월에 2,604억원 등으로 상반기에만 4,431억원 수준이다.
여기에 4월에 만기가 돌아오는 외화표시채(1억5천만 달러)까지 더하면 모두 6,280억원어치에 이른다.
그러나 이번 추가 자구안이 원안대로 추진되더라도 한진해운이 자금난에서 벗어나기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금융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한진해운의 자산 매각은 급한 불을 끄는 방안일 뿐 경쟁력 강화와는 무관하다"며 "유동성 개선 전망은 여전히 어둡다"고 지적했다.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