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상사, 2천억원 적자에도 주가 '고공비행'…'이유있네'

입력 2016-02-22 07:08
수정 2016-02-22 14:42


LG상사가 2천억원이 넘는 적자에도 주가가 크게 오르고 있다고 한국경제신문이 보도했다.

LG상사는 지난 3일 장 마감 후 지난해 4분기 2,372억원의 당기순손실을 입었다고 공시했다.

유가 급락으로 자원·원자재 사업 부문에서 631억원의 영업손실을 낸 데다 자원개발 관련 광업권과 투자자산 평가액을 3천억원가량 낮춘 탓(손상차손)이다.

하지만 실적 발표 다음날인 4일 주가가 5.78% 뛰는 등 최근 한 달 새(1월21일~2월19일) 25.8% 오르며 고공행진하고 있다.

◆ LG그룹 내 유일한 물류회사

LG상사는 지난주(15~19일) 외국인과 기관투자가들의 순매수세가 이어지며 7.86% 오른 3만4,3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해 4분기 큰 폭의 적자에도 상승 랠리가 이어지고 있는 이유는 손상차손으로 자원개발 부문의 불확실성이 사라진 데다 지난해 이뤄진 인수합병(M&A)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LG상사는 지난해 5월 비상장 물류회사인 범한판토스 지분 51%를 3,147억원에 인수했다.

LG상사의 자회사가 된 범한판토스는 같은 해 10월 LG전자의 물류 자회사 하이로지스틱스를 1,054억원(지분 100%)에 사들였다.

범한판토스와 하이로지스틱스는 LG그룹 물류의 상당 부분을 담당하고 있다.

LG전자의 연간 물류비는 1조5,641억원에 이른다.

LG화학(4,303억원)과 LG디스플레이(1,999억원) 등 다른 계열사들도 연간 수천억원대의 물류비를 지출하는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범한판토스(해상·항공화물)의매출 중 LG그룹 물량 비중은 60%, 하이로지스틱스(육상)는 80% 수준이다.

허민호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하이로지스틱스의 실적이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LG상사에 반영될 것"이라며 "LG그룹 내 유일한 물류회사라는 점이 주가에 호재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 '일감몰아주기' 벗어난 기업 강세

LG상사가 LG그룹 지배구조의 핵심에 있다는 점도 주가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LG상사는 LG그룹 지주사인 (주)LG의 자회사에 속해있지 않다.

구본무 LG 회장 등 총수 일가(지분 27.6%)가 주요 주주다.

자회사로 편입된 범한판토스가 계열사 내부 거래를 늘려도 공정거래법에 따른 일감몰아주기 규제(지분의 30%)를 피할 수 있다.

배은영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계열사 간 내부 거래에 대한 제한이 없어 안정적인 성장이 가능하다"며 "현대자동차그룹의 물류를 담당하는 현대글로비스와 같은 역할을 범한판토스가 하면서 LG상사의 기업가치도 올라갈 것"이라고 분석했다.

배 연구원은 범한판토스의 지분 가치가 1조원 수준(9,958억원)까지 오른 것으로 평가했다.

증권업계는 LG상사가 범한판토스의 기업가치를 더 높인 뒤 기업공개(IPO)에 나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구 회장의 장남인 구광모 (주)LG 상무는 범한판토스의 지분 7%가량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벗어난 다른 물류 기업들의 주가도 강세다.

한익스프레스는 지난 19일 12만8천원에 마감해 1년 전(4만4천원)보다 190% 올랐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누나인 김영혜 씨 등이 이 회사 지분 50.77%를 갖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정한 한화그룹 기업 집단에 속해있지 않아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받지 않는다.

한익스프레스 매출의 절반가량이 한화그룹의 물류 관련 사업에서 나온다.

업계에선 2014년 한화와 삼성의 빅딜로 지난해부터 물류사업의 실적 개선이 나타난 것으로 보고 있다.

2013년 3,216억원, 2014년 3,586억원이었던 한익스프레스 매출은 지난해 1~3분기에 3,181억원을 기록했다.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