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단 최다연승 타이(15연승)를 이룬 현대캐피탈(사진=현대캐피탈)
현대캐피탈의 새로운 전성기가 시작되는 것일까?
현대는 21일 천안에서 펼쳐진 한국전력과 경기에서 주전들의 고른 활약에 힘입어 한국전력을 세트 스코어 3-0으로 완파. 시즌 15연승을 달성했다. 현대의 연승 기록은 지난 2005-2006시즌 달성한 구단 최다 연승기록과 타이를 이뤘다. 당초 올 시즌 하위권으로 분류됐던 현대가 1위에 오른 것은 물론 15연승을 이어가고 있다는 것은 기적과도 다름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연승기록 보다 현대가 1년 만에 무서운 팀으로 변했다는 것이 더욱 놀라운 부분이기도 하다.
아직 시즌이 끝나지 않았다. 또한 현대의 최종 순위가 결정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와 별개로 현대의 새로운 전성기가 시작되고 있다.
V리그 출범 후 현대는 2005-2006, 2006-2007시즌 연속 우승을 차지. 실업시절의 삼성 천하를 저지하며 배구계의 새로운 바람을 일으켰다. 또한 당시 많은 이들이 ‘삼성이 아닌 현대의 독주가 걱정된다.’고 입을 모으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2007-2008시즌을 시작으로 V리그는 또다시 삼성 천하가 시작됐기 때문이다. 현대는 또다시 2인자로 물러나게 됐다. 또한 2010년대를 기점으로 주전들이 급격히 노쇠화를 보였다.
현대가 흔들리는 동안 대한항공이 신흥강호로 급부상하며 급기야 3인자로 밀려났다. 심지어 2014-2015시즌에는 V리그 출범 후 처음으로 봄 배구 진출에 실패하는 수모를 겪었다. 현대는 지난 시즌 종료 후 현역 선수였던 최태웅을 감독으로 임명하면서 파격적인 선택을 했다. 이러한 선택에 많은 이들은 우려의 시선으로 현대를 바라왔다. 또한 최태웅 감독이 선언한 ‘스피드 배구’는 시즌 초반 ‘스피드 몰빵’이라고 조롱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실패와 우려, 그리고 비난의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현대가 외치는 ‘스피드 배구’는 결코 허세가 아니었음을 입증하고 있다. 올스타브레이크 이후 현대의 스피드 배구는 거의 완성 단계에 진입했다. 그리고 독주를 하던 OK저축은행을 끌어내리고 리그 선두자리에 올랐고 15연승이라는 어마어마한 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따라서 올 시즌 최종 순위와 관계없이 현대의 새로운 시도는 기대이상의 성과를 남겼다.
최근 현대의 경기력이나 분위기로는 결코 이길 수 있는 팀이 없는 수준이다. 그렇다면 1년 만에 우수한 전력들이 대거 입단을 한 것일까? 그렇지 않다. 프로 출범 초창기 현대의 최대 장점은 풍부한 자원이었다. 그러나 현재의 현대는 풍부한 자원을 자랑한다고 볼 수는 없다. 시즌 시작 전만 하더라도 여전히 레프트와 세터가 약점이었고 자원도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그럼에도 성공행진을 하는 것은 남들이 하지 않는 배구를 선택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현대가 추구해야 하는 배구 시스템을 정확히 찾았고 이런 시스템이 단 기간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 것이 과거 전성기와 다른 점이다. 물론 앞으로 실패가 없을 것이라고 장담할 수는 없다. 다만 스피드 배구가 정착되는 가운데 미래를 동시에 대비하는 것은 긍정적인 부분이다.
아직 가야할 길이 멀다. 앞으로도 많은 시행착오가 발생하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또 다시 팬들을 열광시키는 배구를 한다는 것이 진정한 의미의 전성기가 시작이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