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듀스 101' 욕하면서 보는 이유는 투표 때문?

입력 2016-02-21 14:26
수정 2016-02-21 15:20


엠넷 '프로듀스 101'은 46개 기획사에 모인 101명의 걸그룹 연습생을 시청자가 조목조목 비교하고 평가해 11명의 걸그룹을 만드는 프로그램이다.

실력으로 평가한다지만 참가자들의 외모와 성격, 그리고 극단의 경쟁을 이겨내는 정신력이 평가 기준이 될 것이라는 건 충분히 예상 가능하다.

'프로듀스 101'은 시작 전부터 상품화 논란에 101명이 공정경쟁이 가능하냐는 지적과 계약서 논란까지 수많은 설화 속에도 승승장구 중이다.

◆ 상품화·공정 경쟁 논란에 계약서 문제까지

수많은 아이돌, 그리고 그 아이돌이 되기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땀 흘리는 더 많은 연습생이 있다는 것을 모르는 바는 아니었지만 '프로듀스 101'의 무대를 가득 채운 101명의 연습생을 보는 것은 새로운 충격으로 다가왔다.

이 많은 이들 중 일부만이 살아남고 나머지는 다시 대중의 눈길이 닿지 않는 어느 곳으론가 사라진다는 잔인한 현실이 즉각적으로 인지됐다.

방송 시작 전부터 교복과 체육복의 단체복, 일본의 AKB48을 한국 방송으로 옮겨온 듯한 왜색으로 논란이 된 데다 재기 발랄한 소녀들이 불특정 다수 시청자의 관심과 애정을 받으려고 갖은 애를 쓰는 모습에서 본능적인 불편함이 느껴진다는 의견도 많았다.

이들이 곧잘 '상품화'되는 여성이라는 점을 굳이 생각하지 않더라도 순위 안에 들어야 한다는 무한 경쟁, 실력별로 매겨지는 '등급', 개개인의 외모 또는 소속사의 규모로 나뉘는 선천적인 '계급', 그리고 "나를 골라달라"는 미션곡 '픽 미'(Pick Me)까지, 시청자를 불편하게 할만한 요소는 충분했다.

자진 하차한 3명을 제외해도 100명에 가까운 출연자가 모두 고르게 카메라에 담길 수는 없다는 점은 지난달 21일 제작발표회에서부터 지적됐던 부분이다.

제작진은 당시 "짜고 친다든지 편파적인 행동을 한다든지 하는 일은 방송 환경상 할 수 없다"고 공언했지만 특정 참가자의 사연이 뜬금없이 방송되는가 하면 팀을 나눠 무대로 경쟁한 뒤 승리팀에 1천표를 더해주는 제도 등 오히려 불공정을 의심하게 하는 장치가 생겼다.

최근엔 촬영, 편집 분에 대한 어떠한 이의나 법적 청구를 할 수 없고, 출연료는 0원이라는 내용이 담긴 엠넷-기획사-연습생간의 계약서가 유출돼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그간 '악마의 편집' 등 여러 논란을 경험한 엠넷은 "내용 유출 방지를 위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쉬이 납득이 되지 않는다.

◆ 화제성지수 8일 연속 1위…부정의견보다 긍정 많아

빅데이터 분석업체 다음소프트에 따르면 매주 금요일에 방송되는 엠넷 '프로듀스 101'은 8일부터 15일까지 8일 연속 프로그램 화제성 지수에서 1위를 차지했다.

이후에도 1~3위를 오가며 연일 화제를 모으고 있다.

지난달 22일 첫 방송 이후 2회 방송 이틀 전인 27일까지는 20위까지 선정하는 화제성지수 순위에 이름 자체를 올리지 못했던 것에 비하면 가히 놀라운 인기 상승이다.

지난 18일 '프로듀스 101'의 프로그램명과 함께 언급된 감정어를 분석해보면 '귀엽다', '예쁘다', '사랑하다' 같은 긍정어가 65.3%, '잔인하다', '울다', '싫다', '악마의 편집' 같은 부정어가 20.6%였다.

비율은 날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계속되는 논란에도 SNS에선 대부분 긍정적인 반응이 주를 이루고 있다.

프로그램 자체의 인기도 인기지만 출연자 개개인에 대한 관심도 점차 커지고 있다.

다음소프트가 올해 1월1일부터 지난 17일까지 '프로듀스 101'에 출연하는 참가자들에 대한 트위터 언급 횟수를 산출한 결과 총 92명의 참가자에 대한 트윗이 29만5천여건에 달했다.

이 중에서도 실력과 외모를 갖춘 데다 인성까지 좋다는 평을 받는 김세정(젤리피쉬)이 4만5,177건으로 가장 많이 언급됐고 전소미(JYP)가 3만9,719건, 최유정(판타지오)이 2만2,035건으로 뒤를 이었다.

◆ "이런 MSG 같은 프로그램이…" 욕하면서 보는 맛

'프로듀스101' 첫 방송에선 소개와 함께 '경쟁자'가 한명씩 등장할 때마다 긴장하는 참가자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일부는 "쟤 예쁘다", "난 안되겠다"고 고개를 젓는다.

트레이너들에 의해 실력별로 A부터 F까지 등급을 받아든 참가자는 등급별로 다른 색깔의 셔츠를 입고 등급을 올리기 위해 눈물 콧물을 쏟는다.

"녹화부터 경쟁"이라는 제작진의 말처럼 녹화 내내 적나라한 경쟁이 펼쳐진다.

대리 만족을 주기보단 '이런 게 현실'이라고 알려주는 듯하지만 그럼에도 1회 1%로 시작해 4회 3.3%까지 오른 시청률이 보여주듯 시청자는 이 프로그램에서 눈을 뗄 수가 없다.

극한의 경쟁 속에서도 위축돼 있는 다른 참가자를 돕고 서로 괜찮다며 위로하는 모습, 시련을 딛고 조금씩 성장하는 참가자들의 모습이왠지 모르게 가슴을 뭉클하게 한다.

10년째 연습생, 데뷔의 문턱에서 미끄러지거나 데뷔를 했지만 대중의 관심을 받지 못하고 다시 연습생 신분이 된 안타까운 사연도 시청자의 마음을 자꾸만 끌어당긴다.

계약서 논란도 결국은 독이 아닌 약이 됐다.

출연료 한 푼 못 받고 이 프로그램으로 오히려 손해를 볼 수도 있지만 그런 계약 조건을 감수할 만큼 절박한 참가자들의 심정이 강조됐다.

그리고 '프로듀스 101'은 '나쁜 프로그램'일지언정 참가자들의 그 절박한 꿈을 이뤄줄 동아줄 같은 프로그램이 됐다.

자극적이지만 자꾸 끌리는 맛.

'프로듀스 101'의 시청자들은 이 프로그램을 'MSG'라고 표현한다.

한 누리꾼은 "'프로듀스 101'을 보면 화가 난다. 안 보면 되는데 방관하면 더 심해질까봐, 자기네 멋대로 방송할까봐 (걱정돼서 보게 된다)"고 썼다.

또 다른 누리꾼은 "'픽 미'에서 '픽미 픽미'할 때 소름 돋는다. '나를 뽑아줘 나를 뽑아줘 살려줘' 이런 느낌"이라고 적었다.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