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박보검 “팬카페 '보검복지부' 회원 수, 여전히 신기해요”

입력 2016-02-20 00:02


[조은애 기자] “저 정말 많이 탔죠? 열심히 선크림 바르고 모자도 썼는데 왜 이렇게 탔는지 모르겠어요(웃음)” 최근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배우 박보검은 기자와 인사를 나누자마자 ‘꽃보다 청춘 아프리카’ 촬영 후 햇볕에 그을린 양손부터 들어보였다.

“아프리카라니...처음에 퇴근길에 끌려갈 때는 정말 상상도 못 했어요. 나올 때 얇게 입고 나왔는데 그 옷 그대로 출발해야 했죠. 최근 들어 가장 설레고 떨렸던 것 같아요”

박보검은 데뷔 후 첫 예능 프로그램 출연에 들뜬 기분을 드러냈다. 여행 중 가장 좋았던 점을 물으니 멋진 자연 풍광 대신 ‘형들’부터 꼽았다. “‘응팔’ 촬영하면서 사실 많이 외로웠어요. 왜냐면 저는 혼자 있는 장면이 많았거든요. ‘쌍문동 친구들’은 같이 학교도 다니고 브라질 떡볶이도 먹으러 가고 수학여행도 가는데 저는 늘 혼자 대국 준비하거나 약 먹고 자는 장면이 대부분이었잖아요. 그런 부분이 아쉬웠는데 이번 여행으로 형들이랑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내면서 굉장히 친해졌어요. 그래서 더 소중한 시간이었죠”

박보검은 최근 신드롬급 인기를 끌었던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이하 응팔)에서 천재바둑기사 최택 역을 맡아 열연했다. 당시 ‘어남류’(어차피 남편은 류준열) 공식을 깨고 혜리(덕선 역)의 남편임이 드러나면서 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사실 저도 ‘어남류’ 파였어요(웃음) 정환이 캐릭터는 남자인 제가 봐도 너무 매력적이었거든요. 제가 남편인 건 19화 대본을 보고 알았는데 기분이 묘했죠. 근데 처음 작품 시작할 때부터 누가 남편이 되든 간에 덕선이가 행복한 선택을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 터라, 덕선이가 택이를 선택해서 행복해졌다면 그걸로 된 거죠”

‘응팔’ 이야기를 꺼내자 박보검은 오디션 당시부터 떠올렸다. “그때는 어떤 배역이 있는지도 몰랐어요. 각 캐릭터마다 대본이 달랐는데, 감독님 앞에서 여러 개의 대본을 읽으면서 굉장히 떨었던 기억이 나요. 사실 그때 제가 욕 대사를 엄청 어색해했거든요. 그래서 감독님이 택이 역을 주신 것 같아요”

최택은 바둑에 천재적인 재능을 가졌지만 그 외의 부분에선 허당인 인물. 박보검의 실제 모습은 어떨까. “외유내강인 점은 택이와 비슷한 것 같아요. 또 저도 주어진 일에 무섭게 집중하는 편이기도 하고요. 생각해보니 좋아하는 여자에게 적극적으로 대시하는 점, 우유를 좋아하는 점도 비슷하네요(웃음)”

극 중 기억나는 장면을 꼽아달라고 요청하자 아버지 역 최무성과 '아이 콘택트'한 장면들을 언급했다. “최무성 선배님과 눈을 맞추며 연기하는데, 대사 없이도 감정이 온전히 느껴지더라고요. 찌릿하고 벅찬 경험이었어요” 이어 그는 실제 가족들을 떠올리기도 했다. “극 중에선 무뚝뚝한 부자였지만 실제로 저희 아빠는 굉장히 다정하세요. 그리고 저 역시 선우 스타일에 더 가까워요. 부모님께 하루 종일 있었던 일들을 선우처럼 다 이야기하는 편이에요”

2남 1녀 중 셋째, 막내아들로 가족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랐다는 그의 학창시절에 대해 묻자 초등학생 때부터 임원활동에 욕심이 많았다고 털어놨다. 전교회장을 해보지 못한 게 아쉽다고도 했다. “학교, 친구 좋아하는 평범한 학생이었죠. 고등학생 때 방송반 활동을 하면서 방송 관련된 일을 하고 싶단 생각을 했고, 구체적으로는 편곡하고 노래하는 걸 좋아하다보니 뮤지션이 되고 싶었어요. 그래서 고2때 피아노 치면서 노래 부르는 모습을 동영상으로 찍어서 지금 몸담고 있는 기획사에 보냈죠. 그때 배우를 권해주셔서 연기를 시작하게 됐지만, 이 정도 패기라면 꼭 배우가 아니어도 뭐든 됐을 것 같지 않나요?(웃음)”



박보검, 서강준, 유승호. 최근 '대세'로 떠오른 남자배우들에겐 공통점이 있다. 바로 ‘93년생’이란 점이다. 박보검에게 이들과의 경쟁 구도에 대해 묻자 손사래부터 쳤다. “한 번도 누군가를 연기로 이겨야겠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어요. 부모님께서도 ‘너는 경쟁하려고 연기하는 게 아니라 네가 하고 싶은 걸 하는 것’이라고 늘 말씀하시거든요. 다만 그분들이랑 식사자리 혹은 작품할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대화 나누다 보면 배울 점이 정말 많을 것 같아요”

박보검은 2011년 영화 ‘블라인드’로 데뷔해 KBS2 드라마 ‘각시탈’, SBS 드라마 ‘원더풀 마마’, 영화 ‘명량’, '차이나타운' 등을 통해 이름을 알렸다. 이어 KBS2 드라마 ‘너를 기억해’에서는 서늘한 악역으로 주목 받았고 최근 '응팔‘을 통해 '대세' 수식어를 따냈다. 2016년 최고의 핫스타로 떠오른 만큼 차기작 선택에 고민이 많을 것 같았다. 그는 욕심나는 장르로 ‘청춘 로맨스’물을 꼽았다. “교복이 안 어울리는 나이가 되기 전에 청춘물을 찍고 싶어요. 아니면 아주 남성적인 액션물이나 사극, 시골 순수 청년 같은 것도 해보고 싶고요. 어떤 옷을 입혀놔도 잘 어울리는 모델처럼 어떤 역을 맡아도 잘 소화한단 이야길 들으면 감사할 것 같아요”

아프리카 여행 중 박보검이 전파해 공식 구호가 됐다는 '감사하다'는 실제 인터뷰 내내 그가 가장 자주 한 말이기도 했다. 팬카페 ‘보검복지부’에 대해 언급하자 아니나 다를까, “감사한 일”이라고 운을 뗐다. “'응팔' 끝나고 회원 수가 엄청 늘었더라고요. 여전히 신기해요. 평소에 카페 글을 다 읽어보는데 이젠 너무 많아서 읽기가 벅찰 정도예요. 아프리카에선 인터넷이 잘 안 터져서 못 들어갔는데 이제 또 자주 들어가야죠. 글을 다 읽어보는 이유요? 팬 분들이 써주시는 응원 글에 힘을 많이 얻어요. 항상 감사하죠”

그는 언젠가 사그라들 인기에 대해서는 ‘당연한 것’이라 말했다. “사람마다 잘 되는 때가 있는 것 같아요. 드라마 인기로 지금 많은 사랑을 받았지만 언제까지 지속될진 아무도 모르는 거잖아요. 이럴 때일수록 더 행동에 조심하고 감사한 마음으로 연기하다보면 또 사랑 받는 날이 오지 않을까요”

마지막으로 스물 넷, 한창 푸릇한 나이를 지나고 있는 그에게 20년 뒤의 모습을 생각해본 적 있는지 물었다. “그때도 연기를 하고 있을지 장담할 순 없겠지만 마흔 넷의 박보검은 따뜻한 사람, 함께 일하고 싶은 사람이었으면 좋겠어요. 만약 연기력까지 인정받는다면, 그때도 감사할 일이 너무나 많겠는데요?”(사진=블러썸 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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