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부탁해요, 엄마’ 손여은 “따뜻한 드라마 참여 기뻐. 못 보고 돌아가신 아빠 생각 많이 났다“

입력 2016-02-18 08:55


강력한 한 방이었다. 배우가 자신과 어울리는 캐릭터를 만나 대중에게 칭찬을 받기란 쉽지 않은 일. 배우 손여은은 최근 인기리에 종영한 KBS2 주말드라마 ‘부탁해요, 엄마’를 통해 연기력을 입증하며 시청자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았다.

‘부탁해요, 엄마’에서 선혜주로 열연한 손여은은 지난 2월 16일 오후 서울 서대문 이화여대 인근 스튜디오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바쁜 스케줄로 피곤할 텐데도 불구하고 인터뷰 내내 환한 미소를 지었다.

“‘부탁해요, 엄마’ 뿐 아니라 모든 작품이 소중해요. 6개월 동안 애정을 쏟다가 촬영장에 갈 수 없다고 생각하니 섭섭해요. 시간이 빨리 갔네요.”

데뷔 12년 동안 다양한 역할을 선보였던 손여은은 ‘부탁해요, 엄마’를 통해 지금까지 보여주지 못했던 캐릭터로 또 한 번의 새로운 모습을 선보였다. 그동안 수많은 작품에 출연했지만 손여은은 아직도 새로운 캐릭터에 목마르다. ‘부탁해요, 엄마’가 손여은에게 각별한 의미로 남은 것도 그래서다.

“좋은 대본과 감독님, 동료 연기자들을 만나 너무 좋았어요. 처음부터 설렌 작품이었고, 궁금증이 있는 작품이었는데 잘 됐어요. 가슴에 남을 만한 작품이에요. ‘또 이런 현장을 만날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어요. 현장이 너무 좋았어요.”

‘부탁해요, 엄마’는 세상에 다시없는 앙숙 모녀 산옥(고두심)과 딸 진애(유진)를 통해 징글징글하면서도 짠한 모녀간 애증의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 손여은은 이번 작품에서 엉뚱하고 천진한 돌싱녀 선혜주를 연기했다.

“혜주는 겉으로 보기엔 조근 조근 이야기하고 자기주장도 없을 것 같지만 순수하면서도 독특한 세계가 있어요. 할 말도 다 하잖아요. 외유내강 캐릭터로 단단한 내면도 있고, 엉뚱한 면도 있어서 끌렸어요.”



그녀는 초등학생 아들을 둔 엄마라고는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청초하고 단아한 미모를 자랑하며 때로는 가냘픈, 때로는 강단 있는 선혜주 캐릭터와 찰떡처럼 맞아 떨어졌다.

“어떤 작품을 하던지 캐릭터만의 매력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혜주는 딱 맞아 떨어졌어요. 대본을 보고 연기를 하지만 배우들마다의 색깔이 있기 때문에 나머지는 배우의 몫이라고 생각해요. 혜주처럼 생각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묻어났어요. 시청자분들이 자연스럽게 받아주신 덕분이죠. 드라마가 끝난 지금도 제 안에는 혜주가 남아 있어요.”

혜주가 형규(오민석)와 결혼이라는 결실을 맺기까지는 순탄치 않은 과정이 있었다. 이유는 바로 혜주가 한 차례 결혼에 실패한 싱글 맘이었던 것. 아직 미혼인 손여은이 싱글 맘 혜주를 연기하는 것에 어려움은 없었을까. 결코 평범하지 않은 엄마 역은 많은 공부와 노력을 필요로 했다.

“결혼한 것 자체가 혜주에게는 행복이지만 실제상황이라면 죄송해서 못 했을 것 같아요. 혜주가 산옥에게 ‘저 결혼하고 싶습니다’라고 당당하게 말을 하는데, 산옥이 혜주의 손을 잡으시면서 ‘산이가 그런 여자를 데리고 와서 결혼한다고 하면 어떻겠냐’고 하는 대사에서 ‘결혼을 못 하겠구나’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누군가의 마음을 아프게 하고는 못 살 것 같아요.”

집안의 반대를 무릅쓰고 혜주와 결혼에 골인하는 형규 역에는 배우 오민석이 열연했다. MBC ‘우리 결혼했어요’에 출연하고 있는 오민석과의 부부 연기 호흡은 어땠을까.

“굉장히 편안한 배우에요. 상대 배우와의 호흡이 굉장히 중요한데, 오민석과 호흡이 너무 좋았어요. 웃음이 많아 NG를 냈어요. 다른 분들도 너무 좋았어요. 고두심, 김갑수 선생님에게는 보고 배운 게 많았어요. 현장이 배움터였죠. 고두심 선생님이 먹을 것도 많이 사주시고, 반찬도 많이 주시고. 진짜 엄마처럼 해주셨어요. 김갑수 선생님은 너무 멋있으시고, 재밌으세요.”

손여은이 현실에서 만나고 싶은 이상형은 어떻게 될까.

“‘솔직하게 연애하자’ 주의예요. 밀당을 싫어하고 잘 못해요. 행복하려고 연애를 하는 거니까 나와 잘 맞는 사람과 하고 싶어요. 푹 빠져 올인 하는 스타일이에요. 연애한지 너무 오래 됐어요. 나이를 먹을수록 신중하게 선택하게 되요. 욕심은 없어요. 눈이 낮아요.”(웃음)



손여은은 드라마 후반 동서 채리(조보아)와 신경전을 벌이거나 음식 솜씨를 발휘하려는 장면에서 시청자들에게 많은 웃음을 선사했다.

“실제 성격은 맞춰주는 편이에요. 그 안에서 평화롭게 살아가는 주의죠. 혜주 입장에서는 아래 동서가 철이 없다고 생각해서 그거를 잡아주려고 하는 것 아닐까요. 결국은 잘 지내잖아요. 채리와 혜주의 성격이 다른데, 채리 캐릭터도 너무 매력적이에요. 애교 쟁이죠. 저는 낯을 많이 가리기는 하지만 남자친구한테는 애교가 있지 않을까요. 맛있는 음식을 좋아해요. 맛있는 음식을 만들려고 노력하죠. 못 한다는 소리는 안 들어 봤어요. 된장찌개를 정말 잘 끓여요.”(웃음)

따뜻한 가족 드라마 출연과 현장의 분위가가 너무 좋아서 일까, 손여은은 가족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새기게 되고, 좋은 엄마에 대해서도 생각하는 계기가 됐단다.

“대가족 안에서 살아보지 않아서인지, 드라마 후반 식구들이 모여서 살잖아요. 다 같이 모여서 밥 먹는 장면에서 너무 좋더라고요. 좋은 엄마가 되려고 노력해야죠. 아직은 잘 모르겠는데, 아이가 사랑 받고 있다는 것을 인지할 수 있게 해주고, 부모가 원하는 걸 강요하기 보다는 아이가 뭘 좋아하는 지 찾아주고 싶어요. 진짜 행복이 뭐지 찾아가게 하고 싶어요. 저는 그렇게 큰 편이에요. 아버지는 엄하셨지만. 그래도 제 의견을 많이 존중해 주셨어요. 연기 하는 걸 반대하셨어도 믿어 주셨기에 여기까지 왔어요. 아버지가 드라마 잘 안 보세요. 근데 ‘부탁해요, 엄마’를 정말 보고 싶어 하셨는데, 시작하게 전에 돌아가셨어요. ‘부탁해요, 엄마’를 하면서 아빠 생각이 많이 났어요.”

손여은은 촬영하면서 하루하루가 행복했다. ‘부탁해요, 엄마’는 연장방송을 할 만큼 인기가 좋았다. 드라마의 흥행과 더불어 손여은의 인기 또한 날이 높아졌다.

“시청자들이 사랑을 많이 주셨어요. 따뜻한 드라마에서 연기를 하니까, 지나가시면서 안아주시고 ‘변호사님이랑 잘 됐으면 좋겠다’고 응원도 해주셨고, 안 보시는 분이 없으시더라고요. ‘실물을 보니 더 어려보인다’고 해주셔서 감사했어요. 감독님께서 가족적으로 이끌어주셨고, 촬영 감독님, 조명 감독님 등 전 스태프가 너무 잘 챙겨주셔서 감사해요.”

‘부탁해요, 엄마’를 끝낸 손여은은 섭섭함을 크게 느끼고 있다. 이제 선혜주가 아닌 손여은으로 돌아올 시간이니까.

“‘한 작품 끝나면 빨리 빠져 나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번 드라마를 하면서 느꼈던 좋은 기운들을 오래 가져가고 싶어요.”



83년생, 많은 이들에게 도도한 여인으로 기억되는 손여은도 나이를 먹어버렸다. 하지만 20대 데뷔 시절이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아름답다’는 찬사를 듣고 있다.

“변함없으려고 노력하죠. 나이를 먹으면서 이해심이나 여유 같은 것은 조금쯤 늘었지만 꼭 지켜야겠다고 생각했던 마음, 간직해야겠다고 생각했던 순수한 마음만은 변하지 않았어요.”

손여은을 지금까지 오게 만든 것은 일에 대한 욕심, 그리고 자신과의 변함없는 약속 때문이다. 시간이 흐르며 마음을 열고 모든 것을 받아들이려는 이해심도 커지는 순간, 손여은의 마음도 풍요로워진 것은 물론이다.

“지금 30대가 너무 좋아요. 물론 20대가 있었으니까 30대가 있는 거겠죠. 20대 때도 그때가 좋다고 생각하면서 살았어요. 20대의 열정과 패기가, 30대의 결과로 여유가 생긴 것 같아요. 40대 때에도 그 때가 좋다는 답이 나왔으면 좋겠어요. 연기도 치열하게 노력하고 결과물이 쌓여가고 있다. 성격이 많이 내성적이고 사회적이지 못해요. 예전에는 사람들을 만나도 말도 못 하고 했는데, 많이 달라졌죠. 성장해 가는 것 같아요.”

손여은은 생각한 것보다 훨씬 욕심 많은 배우다. 매 작품마다 의미를 부여했고 조금씩 성장하고 있다. 30대의 연기 잘하는 여배우로 손꼽힐 만하다. 지금도 새로운 역할을 갈망하고 있다.

“아직까지 해보지 않은 역할이 많아요. 아직 연기를 잘한다는 생각을 하진 않아요. 점점 좋아지도록 노력하고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연기가 안 풀려 방황을 했던 시기도 있었어요. 방법을 몰라서 어려웠던 시간도 있었고, 이런 답들은 조금씩 찾으면서 왔어요. 안 힘들 수는 없죠. 빨리 유명해져야지 하면서 있지는 않았어요. 어떻게 하면 연기를 잘 할 수 있을지 항상 생각해요. 계속 연기하는 사람이라는 것은 놓쳐 본적은 없어요. 제 매력은 질리지는 않을 것 같다는 거예요. ‘백지 같은 배우’라는 말을 자주 들어요.”

손여은은 이제 ‘부탁해요, 엄마’에서 벗어나야 한다. 쉴 틈 없이 차기작 연습에 매진할 그녀는 잠깐의 휴식을 보낼 생각이다.

“우선은 가족과 함께하며 행복을 느끼고 싶어요. 엄마랑 여행 다녀오려고요. 엄마가 방송을 보시고 항상 모니터를 해주셨어요. 줄리엣 비노쉬 같은 배우가 되고 싶어요. 다양한 역할에 도전하잖아요. 평생 연기를 하고 싶어요. 다양한 변신은 배우의 숙명 아닐까요.”

(사진 = 스튜디오 아리 이한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