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라인 11]
김동환의 시선
출연 : 김동환 앵커
시장을 향한 신선한 시각,
수요일 김동환의 시선이 머무는 곳은 '동결'이라는 말입니다.
간밤에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와 러시아가 원유 생산을 늘리지 않기로 합의했고 카타르, 베네수엘라도 동참하기로 했습니다. 감산에 합의할 것이라는 기대에는 못 미쳤지만 일단 산유국 순위 1, 2위 국가들이 더는 증산을 하지 않겠다, 동결하겠다는 것이니 국제유가에는 당연히 호재이죠.
그런데 지난밤 국제유가는 반짝 상승세를 보이더니 바로 반락했습니다. 뉴스에 팔라는 건가요? 아니면 감산에 대한 실망감인가요?
어제 한국은행은 우리 기준금리를 동결했습니다. 수출과 내수가 모두 부진해서 금리 인하 요인이 있지만 좀 더 지켜보자는 얘기입니다. 눈에 띄는 것은 금융통화위원 한 명이 금리 인하를 주장했다는 소수의견을 밝혔다는 것입니다.
그래서인가요, 기준 금리를 동결했는데도 시장에서 국채금리는 또 내렸습니다. 3년짜리 국채는 이미 기준 금리보다 한참 낮은 1.43%입니다
산유량 동결 소식에도 실망감을 나타낸 건 어쩌면 망설이는 다른 산유국에 경고를 보냄과 동시에 유가를 살려놓으려면 '동결'로는 안 되고 감산에 합의하라고 압력을 넣은 것으로 보입니다.
금리 동결 소식에도 기대감을 나타낸 것은 주저하는 한국은행에 다음 달에는 내리라는 경고임과 동시에 한국은행이 금리를 안 내려도 시장에서는 '이미 내려놓은 금리를 기준으로 채권을 사고 팔 거야'라고 조롱 섞인 압력을 넣은 셈이죠. 두 가지 동결 조치가 모두 예상 밖의 시장 반응을 해왔습니다. 의사 결정자들의 권위를 인정치 않겠다는 얘기이기도 하고 시장이 앞서갈 테니 따라오라는 설득이기도 합니다.
'동결, 유지, 합의, 신중, 면밀한 검토, 다각적 노력' 이런 용어는 왜 힘이 느껴지지 않는 걸까요? 특히 중앙은행이나 정부 관료들이 사용하면 말입니다.
혹시 무엇을 하기도 겁나고, 하기도 싫을 때 이런 단어를 사용하는 것은 아닐까요?
경제 정책에는 다 때가 있습니다. 지금은 산유량 감산도 금리의 인하도 너무 일러서 동결 했다면 괜찮습니다. 다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겠어, 그저 일단은 동결 시켜놓고 보자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왜 우리는 항상 '선제로 무엇을 해서 참 다행이었어.' 라는 얘기는 못 듣게 되는 걸까요?
영국 극작가 조지 버나드 쇼는 자신의 묘비에 이렇게 적었답니다.
"우물쭈물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지…"
김동환의 시선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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