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이 5천억원 규모의 글로벌 제약회사 인수에 나섰다고 한국경제신문이 보도했다.
1993년부터 시작한 신약 개발 성과를 토대로 5대 성장사업의 하나인 바이오부문을 본격적으로 키우기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이다.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SK그룹 지주회사인 SK(주)는 바이오 계열사인 SK바이오팜과 SK바이오텍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글로벌 의약품 위탁생산기업(CMO)을 인수하기로 하고 본격적인 인수작업에 나섰다.
복수의 외국계 증권회사를 인수자문사로 내정해 첫 공식회의(킥-오프 미팅)를 열었으며 10여곳으로 압축한 인수후보군을 더 좁혀 최종 인수 대상을 선정하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
5억 달러 규모의 유럽계 비상장 CMO가 최우선 인수 대상이지만 북미지역 상장·비상장 CMO도 검토 대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하반기엔 독일 CMO인 젤바이오스 인수를 검토했지만 조건이 맞지 않아 무산됐다.
거래 관계자는 "SK가 4억~5억 달러 규모 CMO를 두 곳 이상 인수한다는 방침을 세워놓고 있어 최종 인수 규모는 조(兆) 단위를 넘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세계 600여개 CMO 가운데 SK가 검토 대상에 올릴 만한 연매출 2억5000만달러 이상 대형사는 12개다.이 중 유럽과 북미지역 CMO는 미국 카탈렌트, 스위스 론자, 독일 베링거인겔하임, 프랑스 파레바, 네덜란드 DSM 등이다.
상장사인 카탈렌트와 론자, DSM 등은 시가총액이 30억~90억 달러에 달하는 초대형사여서 SK가 인수하기는 어렵다.
이 때문에 스위스 지그프리트, 레시팜 등과 같이 매출이 1억~2억5천만 달러 수준인 중형 원료제약사가 현실적인 인수 대상이란 관측이다.
SK가 글로벌 의약품 위탁생산기업 인수에 나선것은 바이오사업의 가치사슬을 완성하기 위해서란 분석이다.
SK는 신약을 만드는 100% 자회사인 SK바이오팜과 의약품 위탁생산기업 SK바이오텍 등을 바이오 계열사로 거느리고 있다.
SK바이오텍의 생산능력은 16만L로 론자(26만L), 베링거인겔하임(24만L) 등 글로벌 CMO 회사에 다소 뒤진다.
대형 원료제약사를 인수하면 생산능력을 세계 최대 수준으로 확대할 수 있을 뿐 아니라 SK 바이오 계열사들이 갖고 있지 못한 기술력도 확보할 수 있다.
글로벌 CMO 인수는 SK그룹의 바이오사업이 본궤도에 오를 것으로 기대되는 2018년에 맞춘 투자전략이기도 하다.
SK바이오팜이 자체 개발한 뇌전증(간질) 치료제는 최종 단계인 임상3상을 앞두고 있다.
2018년부터 유럽과 북미 지역에서 시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시판에 앞서 기술력과 생산능력, 판매망을 갖춘 글로벌 원료제약사를 미리 인수해 둔다는 전략이다.
SK는 바이오사업이 본궤도에 오르는 2018년 이후 SK바이오팜을 국내외 증시에 상장할 계획도 갖고 있다.
2014년 말 기준 SK바이오팜의 매출은 724억원으로 상장을 추진하기에는 규모가 턱없이 작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CMO 회사를 인수해 몸집을 불리는 것은 장기적으로 상장 채비를 갖추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계획대로 사업이 진행되면 SK는 1993년 중추신경계 분야 신약 개발을 시작한 지 25년여 만에 글로벌 제약사들과 8조원에 달하는 수출 계약을 체결한 한미약품 못지않은 대박을 터뜨릴 수 있다.
이 경우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1993년 이후 수천억원을 신약 개발에 투자해온 결실을 거두게 된다.
최 회장은 2007년 지주회사 전환 후에도 신약개발 조직(라이프 사이언스)을 지주회사 직속으로 둘 정도로 바이오의 신성장동력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 CMO (contract manufacturing organization)
의약품 위탁생산기업. 약의 원료물질이나 약품을 화이자 노바티스 같은 글로벌 제약회사에 납품하는 회사.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