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이달에도 기준금리 동결 카드로 신중한 행보를 이어갔다.
한은 금통위는 16일 기준금리를 연 1.5% 수준에서 8개월째 동결했다.
통화정책 운용에 큰 변화를 주기에 부담이 적지 않은 대내외 현실을 그대로 반영한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 금융시장에서는 기준금리를 내려 경기 부양을 뒷받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지만, 금통위원들은 결국 상황을 좀 더 지켜보는 쪽을 선택했다.
금통위가 금리를 또다시 동결한 이유는 무엇보다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증폭되면서 기준금리 인하에 따른 후폭풍이 우려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배럴당 20달러대로 떨어진 국제유가와 중국 경제의 불안 확산에 미국, 일본, 유럽의 증시와 국채 금리가 급락하는 등 선진국 금융시장까지 크게 출렁이고 있는 상황이다.
또 최근 일본 중앙은행이 마이너스 기준금리를 최초로 도입하자 증시가 폭락세를 거듭한 바 있다.
북한의 장거리 로켓(미사일) 발사에 이은 개성공단 폐쇄 등 북한발 리스크도 한국 경제의 악재로 꼽힌다.
이런 상황에서 한은이 기준금리 인하에 나설 경우 자칫 국내에 들어온 외국인 자금의 유출을 촉발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김정식 연세대 교수는 "세계 금융시장의 혼란과 북핵 등 정치적 문제로 한국은행의 금리 정책을 둘러싼 여건이 지난 1월과 많이 달라졌다"며 "국내 경기 부양도 중요하지만 자본 유출을 더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기준금리가 더 떨어지면 1천200조원을 넘은 것으로 추정되는 가계 부채 문제가 악화할 수 있다.
이번 기준금리 동결 결정에는 당장 기준금리를 추가로 내려야 할 정도로 국내 경기가 침체되지 않았다는 인식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
한은은 그동안 내수가 소비를 중심으로 회복세를 이어가고 있다며 불황은 아니라고 강조해 왔다.
여기에 기준금리 인하가 현 경기 상황을 부양하는 데 얼마나 효과를 낼지 불확실하다는 의구심도 동결 쪽에 힘을 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은이 2014년 8월부터 작년 6월까지 4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1.0% 포인트 낮췄지만 실물경제에 미친 효과는 뚜렷하지 않다는 평가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