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치즈인더트랩’ 박해진 “2017년 결혼 약속, 진실은요”

입력 2016-02-11 19:00



배우 박해진(33)은 ‘유정 선배’를 닮았다. 최근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에서 만난 박해진은 유정의 모습 그대로였지만, 다정한 말투와 단정한 문장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전하는 그는 분명, ‘유정’보다 멋있었다.

“모든 작품을 할 때 ‘잘 될거야’라는 생각을 가지고 작품에 임해요. 이번 드라마도 기대했던 것 보다 반응이 좋아서 감사해요. 시청자의 마음으로 본방송 열심히 챙겨보고 있어요. 1회 빼고는 다 챙겨봤어요. 촬영 할 때도 그랬지만, 화면으로 보면 간지럽기도 하고 그래요. 찍을 때 받았던 느낌들. 간질간질하고 몽글몽글한 느낌이요. 시청자분들도 그렇게 느끼시는 것 같아서 기분 좋아요.”

박해진이 출연하는 tvN 월화드라마 ‘치즈인더트랩(극본 김남희 고선희, 연출 이윤정)’은 동명의 인기 웹툰 원작을 바탕으로 만들어 제작 소식이 전해졌을 때부터 원작 팬들에게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1월 4일 첫 방송 이후 현실감 넘치는 스토리, 빠른 전개와 알콩달콩한 캠퍼스 러브스토리가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또한 반사전제작으로 최근 모든 촬영을 끝내고 종방연까지 마쳤다.

“촬영을 다 끝냈다고 해서 마음이 편하지만은 않아요. 어제까지 10부 제작하고, 방송은 6개 남았어요. 늘 생방송에 쫓기다가 사전 제작을 하니까, 조금 달랐어요. 방학동안 열심히 숙제를 해서 검사 받는 기분이에요. 어떤 내용인지는 알고 있지만, 찍은 것과 약간 다르기도 해요. ‘치인트 토크’를 같이 하면서 보고 있어요. 방송에 대한 피드백이 엄청 빠르더라고요. 제가 SNS에는 약해서, 그냥 보기만요.”




원작 웹툰은 2010년부터 연재가 시작돼 6년이 지났지만, 캐릭터 유정은 여전히 알쏭달쏭한 인물이다. 다정한 미소 뒤에 차가운 본성을 숨긴 완벽한 남자 유정, 베일에 쌓인 캐릭터 유정으로 변신하기 위해 박해진도 많은 연구가 필요했을 것 같았다. 그가 유정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었는지 궁금했다.

“유정을 이해하려면 제3자의 시선으로 봐야하기 때문에, 유정의 있는 그대로를 봐야할 것 같았어요. 유정이라는 인물을 ‘이상하지만 이해해야지’하는 것 보다는 동일시하려고 노력했어요. 유정과 외모가 닮았다는 칭찬은 정말 감사하죠. 유정이 정말 잘생긴 캐릭터잖아요. (웃음) 유정이라는 캐릭터를 조금 더 어렸을 때 만났다면 좋았을 것 같긴 하지만, 지금이라도 연기 할 수 있어서 영광이에요.”

“스타일에도 신경을 많이 썼어요. 최대한 튀지 않게 입으려고 노력했어요. 실제 대학생들이 입을 법한, 그러면서도 텍스쳐에 신경을 썼어요. 유정이라면 어떤 질감의 옷을 입을 것 같다는 생각으로요. 신발과 가방, 시계는 일부러 한두개만 착용했어요. 유정은 자신의 소유, 물건에 애착이 강한 사람이니까. 그런 소품에도 신경이 쓰이더라고요.”




언제나, 누구에게나 이성적인 유정은 오직 홍설 앞에서만은 감정적인 부분을 내비쳤다. 자신의 내면을 꿰뚫어본 홍설 앞에서 유정은 사랑에 빠진 20대 청년으로 변했다.

“웹툰 속 유정은 친절한 사람이에요. 정말 친절해요. 누구에게나 생글생글 잘 웃어주는 인물이죠. 드라마 속 유정은 그보다 더 다운시켜서 잡았어요. 친절하고 착한 사람이지만, 아무에게나 웃어주는 게 아니라 오직 설이 앞에서만 이를 드러내고 활짝 웃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이성적인 판단을 하는 사람이지만, 설이에게만 감성적인 부분을 드러내는 거죠.”

“시청자 분들이 유정을 이상형으로 많이 좋아해주시는 부분이 되게 신기해요. 일반적인 캐릭터는 아니잖아요. ‘당최 뭐지?’ 싶은 인물인데 이런 인물을 좋아해 주시는게 복합적인 이유 같아요. 미스테리한 것에 대한 호기심일 수 있을 것 같아요. 또 극 중 상처받은 인물이 인호, 인하로 표현되지만 상처받은 인물이 유정이 될 수도 있잖아요. 그래서 보듬어주고 싶은 감정도 느끼시는 것 같고요. 요즘은 백마 탄 왕자님 보다는 다양한 감정을 느끼게 해주는 캐릭터를 좋아해주시는 것 같아요.”




‘내 여자에게만 따뜻한 남자’가 유정의 연애라면, 33세 실제 박해진의 연애는 어떨까.

“실제 연애요? 되게 무뚝뚝해요. 예를 들면 연락 문제요. ‘왜 일일이 연락을 해야하지?’ 하는 생각을 해요. 저는 제가 구속받는 것을 좋아하지 않고, 구속하는 것도 좋아하지 않아요. 불같은 연애보다는 편안한 연애를 하고 싶어요. 결혼 생각은 있지도 않고, 없지도 않아요. 결혼이 제가 바라는 대로 되는게 아니니까요.”

최근 그의 과거 인터뷰가 화제가 된 바 있다. 2017년 여름, 헤어졌던 연인과 다시 만나 결혼하기로 했던 약속과 관련된 이야기였다. 이 낭만적인 이야기에 대해 박해진은 “많은 분들이 궁금해하실 것 같아요.”라고 2017년 결혼 약속에 대한 진실을 밝혔다.

“헤어진 후 친구로 지내다가 ‘한 10년 뒤에도 서로에게 짝이 없다면 결혼하는 것도 괜찮겠다’고 했던 얘기예요. 첫 사랑도 아니고, 완전히 연락이 끊겨서 다시 만날 그 날만을 기다리는 애틋했던 약속도 아니었어요. 그 이야기를 통해 제가 엄청난 로맨티시스트가 됐더라고요. (웃음)”




2006년 드라마 ‘소문난 칠공주’를 통해 대한민국 누나들을 설레게 했던 ‘연하남’으로 데뷔, 벌써 10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내 딸 서영이’의 이상우, ‘별에서 온 그대’의 일편단심 이휘경, ‘나쁜 녀석들’의 천재 싸이코패스 이정문 등 다양한 캐릭터를 거쳐 현재의 ‘치즈인더트랩’ 유정까지. 꾸준히 탄탄한 연기 생활을 이어왔다.

“한 것 없이 벌써 10년이 됐네 싶은 마음이지만, 10년을 허투루 보냈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저는 굉장히 정석인 코스를 밟았어요. 당시 배우의 정석인 루트였던 주말극 데뷔, 일일극 주연, 미니시리즈, 원톱 주연 등의 코스를 지나왔어요. 3년의 공백기도 가졌고요. 그 시간동안 많은 아픔도 있었지만, 많은 생각을 할 수 있는 시간이 됐어요. 컴백을 하고 나서는 굉장히 숨 가쁘게 달려왔어요. 다행히 10년이라는 시간을 배우로서는 감사하게도 알차게 사용해온 것 같아요.”

“지금도 완벽하지는 않지만, 그때와 비교해보면 연기력이 가장 달라졌다고 생각해요. 지금 다시 보니 두 눈 뜨고 못 봐주겠더라고요. 그 때에 비하면 지금은 일취월장 했지만요. 반대로 생각해보면 그때는 그때 나름의 풋풋함이 있었을텐데. 사실 지금 연기도 오그라드는 면이 있어요. 연기를 하다보면 좀 더 잘 표현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후회도 많이 해요. 편집 후에 ‘조금 튄다’는 느낌이 들 때는 제 연기가 부족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더 많이 배워야죠. 아직까지도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해요.”





2014년 악성 댓글을 단 악플러에 대한 고소를 취하하고 그들과 함께 연탄 배달 봉사활동을 했던 박해진의 일화는 유명하다. 전국을 슬픔에 물들였던 세월호 참사에도. 부산 수해 피해자들을 위한 후원과 기부도 아끼지 않았다. 끊임없이 이웃을 위한 봉사 활동을 이어가며 나눔과 실천을 행하며 지난해에는 ‘행복나눔인’ 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봉사는 이제 생활과 삶의 일부인 것 같아요. 억지로 시간을 내서 뭔가를 할애해서 한다기 보다는 삶의 일부가 됐죠. 따로 뚝 떼어서 생각하고 싶지 않아요. 처음에 봉사를 할 때는 겁이 나기도 했어요. 누군가를 돕는 일이 물론 좋은 일이지만, 일회성으로 끝나게 되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꾸준하게 실천할 수 있을 때 시작하려고 고민도 많이 했고요. 봉사를 통해 심신의 위안을 받아요. 어르신들과 학생들을 자주 보지는 못 하지만, 보면 참 좋고 반갑고요. 봉사를 통해 제가 배우는 점도 많고요.”

2016년, 새해를 ‘치인트’로 강렬하게 시작한 박해진. 올해에도 이어질 그의 아름다운 이야기에 더욱 기대가 모인다.

“치즈인더트랩 아직 방영이 많이 남았어요. 3월까지의 방송, 마지막까지 순항했으면 좋겠어요. 또 다른 작품으로 2016년에 찾아뵐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올해도 알차게 보냈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사진=WM컴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