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블이 작년에 영화 '앤트맨'으로 새로운 히어로를 관객들에게 소개한 데 이어 이번에도 또 다른 히어로를 소개한다. 11일 서울 왕십리 CGV에서 열린 언론 배급 시사를 통해 공식 개봉일(18일)보다 한 주 앞서 '데드풀(Deadpool)'을 만나고 왔다.
데드풀은 사실 이미 영화로 관객들과 한 차례 만남을 가졌던 캐릭터다. 지난 2009년 개봉한 영화 '엑스맨 탄생: 울버린'에서도 라이언 레이놀즈가 데드풀 역의 웨이드 윌슨을 연기한 것. 그때엔 꽤나 악역으로 그려지며 원래 캐릭터와 거리가 먼 연기를 펼쳤다. 이 때문에 마블의 팬들은 원래 흥이 넘치는 데드풀의 매력을 망쳐놨다며 비아냥을 늘어 놓기도 했다. 한 가지 공통된 점은 있다. 엑스맨 시리즈에서나 이번 데드풀에서나 얼굴이 흉측하게 생겼다는 것. 영화에서 데드풀의 친구는 갑작스레 일그러진 데드풀의 얼굴을 보고 "'나이트 메어'의 악마 프레디가 진흙에 뒹군 얼굴 같다"고 말할 정도다. 실제로 그렇다!
데드풀을 연기한 라이언 레이놀즈는 사실 미국 코믹스의 양대 산맥인 DC와 마블을 오가며 연기한 배우이기도 하다. 2011년 DC 코믹스 원작의 '그린 랜턴'에서 주인공 그린 랜턴을 연기한 바 있는 것. 당시 초록색 타이즈를 입고 흥행에 참패했던 것을 이번 영화에서 유쾌하게 풀어내는 부분이 있는데 온갖 위기의 상황을 유머로 이겨내는 데드풀의 매력이 여기서 빛을 발한다.
영화는 전직 특수부대 출신 용병으로 근근이 뒷골목을 전전하던 웨이드 윌슨이 데드풀로 변신하는 이야기를 다룬다. 엄청난 회복 능력을 가지게 되지만 매끈했던 얼굴을 잃은 데드풀이 자신의 얼굴과 옛 애인을 찾기 위한 노력이 이 영화의 주된 줄거리. 원맨쇼가 될 뻔한 영화에 엑스맨 멤버 콜로서스와 네가소닉 틴에이지 워헤드의 등장은 적지도 과하지도 않은 양념으로 작용한다.
그리고 이 영화는 다양한 영화를 편식 없이 즐겨온 영화광이라면 더 재밌게 볼 수 있다. 극 중에서 데드풀은 영화 '테이큰', '에일리언', '127시간' 등의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들과 주요 내용을 알고 있어야 이해가 가능한 대사를 줄줄이 쏟는다. 각각의 상황은 기가 막히게 맞아들어가며 그 이상으로 코믹한 대사를 뽑아낼 순 없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원래 코미디 배우로 주가를 올리기 시작했던 라이언 레이놀즈의 기량이 이번 데드풀에서 한껏 발휘된다. 데드풀이란 캐릭터 자체가 마블 유니버스에서 유일무이하게 코믹한 개성을 가진 탓도 있지만 이 역할을 다른 히어로 배역을 맡은 배우들 중 누가 해낼 수 있을까 생각해 본다면 쉽사리 떠오르지 않는다.
이 영화의 유일한 단점을 꼽자면 짧은 러닝타임 정도다. 지금까지 두 시간 남짓, 혹은 그 이상의 러닝타임을 가지며 길지만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봤던 마블의 전작들에 익숙한 관객이라면 108분이라는 러닝타임은 다소 아쉬울 수 있겠다. 많은 관객들이 마블 영화에 기대하는 보너스 영상에서는 확실히 데드풀 만의 매력이 묻어난다. 꼭 끝까지 남아서 보너스 영상을 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