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처음 선보여 7년째 이어지고 있는 명절 대표 파일럿 예능 MBC '아이돌스타 육상름 풋살 양궁 선수권대회'(이하 아육대)는 매번 폐지위기를 겪는다. 다름이 아니라 올해는 엑소(EXO)의 멤버 시우민이 풋살 경기중 부상을 당했고, 그동안 다수의 아이돌이 부상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면서 팬들의 마음을 철렁이게 하기 때문이다.
부상률 0%는 보장할 수 없는 수치이기에 제작진은 아이돌과 팬들의 부담을 덜고자 안전관리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약속을 했다. 하지만 그 약속은 어김없이 무너졌고 팬덤은 분노했다.
'아육대'는 마치 욕을 쏟아내면서도 채널을 돌릴 수 없는 막장 드라마와 같다. MBC 주말드라마 '내 딸, 금사월'은 패륜적인 캐릭터들의 언행으로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경고를 받았지만, 시청률은 30%를 넘기며 고공 행진 중이다. 동시간대 방영되는 KBS '장영실' 11.9%, SBS '애인있어요' 8.3%를 압도하는 수치다.
음악 방송은 둘째치고 일반 예능에 출연할 수 있는 아이돌은 대체 얼마나 될까. 오는 12일 네 번째 방송을 앞둔 Mnet '프로듀스101'은 46개 기획사에서 내놓은 걸그룹 '연습생' 101명 중 11명을 선발하는 프로젝트다. 방송에 나오는 기획사 중에는 처음 들어보는 곳이 부지기수고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 치는 연습생들의 모습에서 측은함이 느껴지기까지 한다. 그렇다고 연습생에서 벗어나 데뷔를 한다고 해도 방송에 얼굴 한번 내밀기조차 어려운 게 현실이다.
예능 프로그램에 나오지 못하는 신인 아이돌들이 그나마 얼굴을 비출 수 있는 프로그램이 '아육대'다. '아육대'에만 나가면 음원 순위도 중요하지 않고, 기획사의 크기, 파워도 중요하지 않다. 개개인의 육체적 역량에 따라 방송 분량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적나라하게 보여준 대표적인 아이돌이 비투비(BTOB) 이민혁이다. 이민혁은 비투비가 지금처럼 유명해지기 전 달리기 하나로 본인의 이름은 물론 그룹명까지 알릴 수 있었다.
'아육대'를 욕하면서도 보는 이유는 간단하다. 모두가 동일 선상에서 출발하는 공정한 스포츠 예능이라는 점이다. 꾀부리는 아이돌은 화면에서 벗어나고 땀 흘리는 아이돌만이 화면을 차지할 수 있다. 이런 보장된 공정성에 아이돌 스타 역시 땀 흘리는 보람을 찾을 수 있고 팬 역시 그에 감응하는 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