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카배틀-왕좌의 게임', 모두가 불편해지는 방송의 부활

입력 2016-02-10 17:59




지난 9일 방송된 MBC '몰카배틀-왕좌의 게임'이 11%로 설 연휴 파일럿 예능 프로그램 중 가장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몰카의 제왕'으로 군림했던이경규는 '몰카배틀-왕좌의 게임'에서도 역시나 우승을 차지하며 저력을 과시했다.많은 시청자가 9년 만의 귀환을 반기고 있긴 하지만 곱게 보지 않는 시청자 역시 무시할 수만은 없다.

2007년 '일요일 일요일 밤에' 코너였던 몰래카메라 마지막 촬영을 마친 후 이경규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몰래카메라'는 소재 자체만 놓고 본다면 부적절한 면이 있는 코너"라고 말했다.

부활한 '몰카배틀-왕좌의 게임'에서 이경규는 전현무를 대상으로 인간의 본성을, 야망을 자극하는 소재를 들고 나왔다. 상황 설정은 완벽했고 이경규의 진두지휘가 돋보이긴 했다. 그런데 굳이인간의 본성을드러내어 대중에게 공개할 필요가 있었을까 싶다. 그 모습을 보는 시청자는 묘한 불편함에예능은 예능일 뿐이라며그저 웃을 수만은 없었다.

몰래카메라의 대상이 항상 연예인이라는 점 역시 간과할 수 없다. 공인으로서 사생활 보호도 힘든 처지에 언제, 어느 상황에 몰래카메라의 소재가 될지 모른다는 압박감은 또 다른 족쇄로 작용할 수 있다. MC 이경규 역시 "심적으로 스트레스가 많았으며 강박관념에 시달리기도 했다"고 털어놓을 정도로 몰래카메라를 찍는 사람도, 대상이 되는 사람도 서로가 불편한 프로그램임이 분명했다.

MBC가 몰라카메라를 부활시킨 목적은 뚜렷하다. 설 파일럿 '이경규의 요리원정대'와 더불어 이경규를 다시 MBC로 불러들이기 위한 포석이다. 노홍철은 덤이다.'설 특집', '파일럿'이라고는 하지만 이미 MBC는 정규편성을 확정 지은듯한 뉘앙스를 풍겼기 때문인데 이특의 '몰카배틀' MC '합류'를 축하하는 혜리의 '역 몰카'가 그 증거다. 단발성 프로그램이었다면 '신고식'이라는 단어를 쓰고 굳이 무리수를 둬가며 역 몰카를 기획할 필요는 없다.

물론, '몰카배틀-왕좌의 게임'은 재밌었다. 몰래카메라라는 소재 자체가 재미없을 수 없거니와 이경규라는 특급 양념을 치면 더 재밌어지는 것뿐이다.

'특집'이라 그런지 모르겠지만, 전반적인 프로그램의 흐름은 매끄럽지 못했고, 특히 노홍철의 몰카는 광고를 표절했다는 의혹에 시달리고 있다. 정규 프로그램 확정이든 아니든 '몰카배틀-왕좌의 게임'이 해결해나갈 문제는 간단하지 않다. 이전의 몰래카메라가 왜 폐지해야만 했는가를 돌아보는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