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박보검이 최택이 되기까지...박보검 "앞으로 응답하라 시리즈는 그만했으면"

입력 2016-02-06 14:59
수정 2016-02-06 16:52


2015년에 이어 2016년, 93라인 배우들의 폭주가 시작됐다. 그중 가장 먼저 93라인의 시대를 연 인물은 단연 '응답하라 1988(이하 '응팔')'의 주역 박보검. 우유 먹던 바둑 기사 최택은 시청자들의 취향을 저격했고, 너도나도 응답했다. 푸켓 포상휴가에 이어 아프리카에서 '꽃보다 청춘' 촬영까지 마친 그를 한국경제TV MAXIM이 최근 서울 삼청동 카페에서 만났다. 인터뷰 내내 박보검은 생글생글 웃으며 행복 바이러스를 전파했다.

최근 일복이 터진 박보검은 "이제야 다 끝났음을 실감한다"고 운을 뗐다. '응팔' 포상휴가로 푸켓에 갔다 한국에 귀국해 뮤직뱅크 일정을 마친 후 '꽃보다 청춘' 제작진에게 납치당해 아프리카로 간 박보검. 아프리카에서 고생(?)한 탓인지 우유처럼 뽀얗던 피부는 많이 탔지만, 아무렴 어떠리. '응팔'이 끝났음을 만끽하기도 전에 고된 일정을 소화하느라 그는 이제서야 마음 속에서 '응팔'을 떠나보내고 있었다.



최택 역에 정말 제격이었던 박보검이 오디션 당시 신원호 PD에게 들은 말은 충격적이었다. 신원호 PD는 박보검에게 "재미없다. 욕할 수 있느냐. 욕 해봐라"고 주문했다는데. 박보검은 최택, 정환, 선우 역 대본을 다 읽어봤고, 어떤 역할을 맡게 될 것인지 당시에는 알지 못했다. 초반에 '응팔' 제작진들이 생각해 둔 최택이라는 인물은 박보검이 캐스팅되면서 디테일이 많이 바뀌었다. 지금껏 응답하라 시리즈의 애청자였던 박보검은 최택 역으로 최종 캐스팅됐고, 그는 "내가 애정 하던 응답하라 시리즈의 배우가 됐다는 게 정말 좋더라. 택이라는 인물을 만나 정말 고마웠다"며 오디션 당시를 회상했다.

케이블 역사상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던 '응팔'. 박보검은 "이렇게 잘될 줄은 몰랐다. 잘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케이블의 시청률에 대해 잘 몰랐고 어느 정도의 파급력이 있는지 몰랐는데 지상파 못지않은 시청률이 나와서 전국민적으로 사랑받은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영광이고 그저 감사하다"며 '응팔'의 화려한 기록에 대한 생각을 표현했다. 그동안 많은 작품 활동을 했던 박보검. '응팔'을 통해 대세로 자리매김 했지만 그는 겸손했다. 박보검은 "잘 돼서 가족들 모두 기뻐한다.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더 신중하게 행동하고 겸손하라고 하더라. 가족, 회사식구들이 아니었으면 나는 이 자리에 없었을 거다. 무조건 내 아들, 내 배우라고 잘한다는 칭찬보다는 객관적으로 말을 많이 해줘서 도움이 많이 된 것 같다"며 가족과 소속사에 대한 애정도 드러냈다.



'응팔' 최택을 정말 잘 연기해,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배우 박보검의 실제 성격이 최택과 같은 게 아니냐'는 궁금증이 제시됐었다. 이 물음에 대해 박보검은 "본인이 하는 일에 대해 몰입하는 모습은 닮았다. 우유를 좋아하는 것도"라며 "나는 최택만큼 바둑을 잘 두지는 못하고 담배도 안 피고 술도 안 마신다. 이건 다른 점이다"며 말했다. '응팔'에서 치타여사로 열연을 펼쳤던 라미란은 최근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응팔' 젊은 배우들이 배역에 너무 몰입해있다"고 말한 바 있는데, 박보검 본인의 말처럼 일에 대해 몰입을 하는 모습, 그것 하나는 주변 사람들도 인정할 만큼 최택과 닮아있었다.

박보검은 더 완벽한 최택 역을 위해 바둑을 배웠다. 어린 시절 그의 아버지가 바둑을 두긴 했지만 본인이 바둑돌을 잡아본 적은 없었다는데. 이번 드라마를 통해서 그는 바둑을 하는 사람만큼은 아니지만 자세, 눈빛은 제대로 연기하고 싶었기에 많은 시간을 바둑에 투자했다. 그런 박보검의 열정이 통한 탓일까. '응팔'이 방영된 후 바둑에 대한 관심도 많아졌고, 최택 역의 모티브가 된 바둑기사들 또한 많은 인기를 얻었다.



박보검은 신원호 PD와 많은 이야기를 통해 택이라는 인물을 만들어냈고, 그 결과 쌍문동 희동이가 탄생한 것이다. 박보검은 "시청자들이 보기에 택이가 멍청해 보이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컸다. 많은 사람의 손을 빌리지만 바둑에서는 '신'인 모습을 살리려고 했다. 이번 작품을 통해 나답게 편하게 연기하려고 노력했다"고 본인이 만들려고 노력한 최택 캐릭터에 대해 설명했다. 그의 선택은 옳았고, 시청자들에게도 고스란히 그런 캐릭터로 받아들여졌음은 반박할 여지가 없다.

박보검은 '응팔'의 성공을 이끈 거장 신원호 PD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신원호 PD는 유머러스한 분이다. 현장에서 미술, 소품, 연기까지 섬세하게 다 준비하고 체크한다. 같이 있으면 즐거워지는 분이다. 현장에서 화내는 모습을 한 번도 본 적 없다. 피곤할 텐데도 농담하시는 대단한 분이다. 연기에 대한 디테일도 잘 잡아주셨고, 그분 덕분에 현장 가는 발걸음이 즐거웠다"며 '응팔' 촬영장 분위기에 대해 전했다. 배우들 간의 호흡뿐 아니라 제작진과의 소통도 최고였던 '응팔'. 그래서인지 전작 시리즈에 비해 더더욱 따뜻했던 것 아닐까.



"택이가 방에 없어도 택이 방에 모이는 게 따뜻하더라.말하지 않아도 뭐가 부족한지 알고 서로를 챙겨주는따뜻한 배려와 정이 느껴지는 드라마였다.서로에 대한 비밀, 시기, 질투가 없는 그런 사랑이 느껴져서1988년을 살지 못했던 어린 시청자들도 '응팔'에 응답하지 않았나 싶다"



박보검은 "응답하라 시리즈는 '응답하라 1988'로 마무리됐으면 좋겠다. 모든 세대가 TV 앞에 같이 앉아 볼 수 있던 드라마였고, 그 따뜻한 정과 온기를 쭉 기억했으면 좋겠다. 그래서 응답하라 시리즈가 더 이상 이어지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다음 시리즈가 있다면 카메로 출연하고 싶다"며 의사를 드러냈다. 박보검이 '응팔'을 얼마나 아끼는지를 알 수 있는 소박한 욕심이었다. '응팔'에서 박보검이 연기한 최택은 박보검만을 위해 준비된 유리구두처럼 잘 어울렸다는 평이 많다. '본인의 연기를 10점 만점으로 매기자면 몇 점을 줄 건가?'는 질문에 박보검은 "점수를 줄 만큼 잘 했는지 모르겠다. 솔직히 바둑도 시간을 더 많이 투자했다면 퀄리티있게 많은 것들을 보여줄 수 있었을 텐데 아쉽다. 시청자들이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맡기겠다. 기자님은 저에게 몇 점을 주시고 싶으신가요?"라며 답했다. 모두가 받아들이는 건 다르겠지만, '응팔'을 애정한 시청자들이라면 박보검의 연기에 높은 점수를 주지 않을까? 아직 차기작에 대한 계획은 없다는 박보검. 차기작이 더욱 기대되는 배우다.

사진 한국경제TV MAXIM 박성기 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