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카 바이러스 감염됐다고 아내 내팽개친 남편들

입력 2016-02-05 09:13
수정 2016-02-05 13:59


행사 기획 일을 하며 세 아이를 키우는 브라질 여성 카를라 시우바(32)는 최근 남편과 헤어졌다.

병원에 입원 중인 막내딸이 소두증 증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딸의 머리 둘레는 28㎝밖에 안 된다.

세계보건기구(WHO) 기준으로 머리 둘레가 32㎝ 이하인 상태로 태어나면 소두증으로 간주한다.

정상아의 머리 둘레는 34~37㎝다.

카를라는 "남편은 딸이 그런 모습으로 태어난 것이 나 때문이라고 했다. 내게 문제가 있어서 딸이 그런 병을 갖고 태어났다고 탓했다"고말했다.

카를라는 브라질에서 소두증 의심사례가 가장 많이 보고된 북동부 페르남부쿠 주의 주도(州都) 헤시피에 산다.

페르남부쿠 주 내륙지역인 오우리쿠리 지역에서 2개월 전에 태어난 라일라 소피아는 아버지가 누구인지 모른다.

소피아의 엄마는 임신 상태에서 지카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됐다.

소피아의 할머니 이라니우다 시우바(45)는 "딸은 원치 않는 임신을 했다. 딸이 임신 6개월쯤 됐을 때 지카 바이러스 감염 사실을 알게 됐고, 남자친구는 딸을 버렸다"고 말했다.

브라질 일간지 에스타두 지 상파울루는 소두증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진 지카(Zika) 바이러스에 대한 공포가 확산하면서 페르남부쿠 주에서 소두증 때문에 버림받는 여성이 늘고 있다고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신문은 의료진들의 말을 인용해 "정확한 숫자가 파악된 것은 아니지만, 많은 여성이 소두증 증세를 보이는 아이 때문에 배우자로부터 버림받는 일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의료진은 지카 바이러스 공포가 커질수록 버림받는 여성이 늘어날 것이며, 특히 무분별한 성관계로 임신하고 출산한 젊은 여성들이 더 큰 피해를 입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브라질에서 지카 바이러스 공포와 함께 뎅기 열병 환자가 늘어나면서 임시 진료소를 운영하는 일부 도시가 의료진 부족을 호소하고 있다.

일간지 폴랴 지 상파울루에 따르면 상파울루 주와 미나스 제라이스 주, 마투 그로수 두 술 주, 파라나 주 등에서는 시 당국이 주차장 등에 임시 진료소를 설치했지만 의료진을 구하기 어려워 환자를 제대로 돌보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임시 진료소를 운영하는 것으로는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못한다"면서 "그보다는 모기의 번식을 막는 노력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브라질에서는 지난달 30일까지 소두증 의심사례로 보고된 신생아가 4,783명이며, 이 가운데 404명이 소두증으로 확인됐다.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은 TV와 라디오를 통한 대국민 연설을 통해 정쟁을 잠시 중단하고 지카 바이러스 감염 경로 중 하나인 '이집트 숲 모기' 박멸에 힘을 모으자고 제의했다.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