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호, 3년 183억원 거절하고 1년 400만 달러 받은 이유는?

입력 2016-02-04 08:17
수정 2016-02-04 14:00


한국과 일본프로야구에서 최고의 타자로 군림해온 이대호(34)가 신인의 자세로 꿈의 무대에 도전한다.

미국프로야구 시애틀 매리너스는 4일(한국시간) 구단 공식 발표를 통해 이대호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알렸다.

스프링캠프 초대권을 받은 이대호는 2월 말부터 시작될 시애틀의 스프링캠프에서 실력을 인정받아야 메이저리그에 입성할 수 있다.

이대호는 메이저리그에 입성하면 최대 400만 달러(약 48억7천만원)를 받을 수 있지만 이마저도 인센티브가 포함된 금액이다.

이대호의 계약이 애초 예상보다 늦어진 이유가 연봉도 연봉이지만, 마이너리그 거부권을 보장받지 못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적지 않은 나이의 이대호가 마이너리그로 강등이라도 되면, 1년 후 메이저리그 잔류조차 장담할 수 없다.

하지만 이대호는 끝까지 자존심을 세우는 대신 꿈을 향해 불안한 신분과 금전적인 희생을 감수했다.

일본프로야구 소프트뱅크 호크스라는 안정된 퇴로가 있었지만, 이대호는 눈길을 돌리지 않았다.

일본의 '석간후지'에 따르면 소프트뱅크는 이대호를 잡기 위해 3년 18억엔(약 183억원)을 준비했다고 한다.

연평균 5억 엔(약 51억 원)이 넘는 금액이다.

돈보다는 꿈을 위해 메이저리그에 도전하고 싶다던 이대호의 말은 허언이 아니었던 셈이다.

한국과 일본프로야구를 평정한 이대호는 이제 밑바닥에서부터 자신의 야구 인생의 새로운 페이지를 열게 됐다.

이대호의 시애틀행은 일본프로야구 도전을 택한 2012년과 닮았다.

2011시즌을 마친 뒤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은 이대호는 고민 끝에 일본프로야구 오릭스 버펄로스행을 선택했다.

"조금 힘들더라도 현실에 안주하기보다는 힘든 길을 선택하는 게 맞다고 판단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었다.

사실 일본프로야구는 이대호 이전만 해도 한국 출신 타자들에게는 넘기 어려운 벽과 같았다.

'야구 천재'라 불렸던 이종범은 1998년 주니치 드래건스로 진출했다가 4시즌 만에 돌아왔다.

'국민 타자' 이승엽도 화려했던 순간과 함께 내리막의 시기가 있었다.

이대호의 지인들도 무모한 도전보다는 보장된 현실을 선택하라고 했지만 꿈을 좇는 이대호를 막지는 못했다.

이대호는 우려를 깨고 일본프로야구 첫해부터 퍼시픽리그 타점왕(91개)에 오르면서 두각을 나타냈고, 매 시즌 리그 정상권의 타격 성적을 거뒀다.

우승에 대한 간절함으로 2014년 강호 소프트뱅크 이적한 그는 이적 첫해 우승의 기쁨을 누렸고, 지난해에도 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웃었다.

일본시리즈에서 부상으로 빠진 우치카와 세이치를 대신해 4번 자리에서 팀 최고 해결사로 활약한 이대호는 일본시리즈 최우수선수(MVP)에 오르는 기쁨까지 맛봤다.

소프트뱅크와 2014년 '2+1' 계약(의무 2년에 1년 옵션)을 한 이대호는 올해 연봉으로 최소 5억 엔(약 47억원)은 보장받았다.

하지만 이대호는 일본시리즈 우승과 MVP 수상의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에 더 큰 무대를 향한 도전을 결심했다.

그의 말은 이때도 같았다.

이대호는 "남부럽지 않게 행복한 야구 선수의 길을 걸었지만, 어느덧 30대 중반이 됐다.

야구 인생의 불꽃을 더 강하게 태우고 싶어 어릴 적부터 동경했던 메이저리그에 도전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야구 선수로서는 적지 않은 나이에 주루·수비 약점을 들어 많은 사람이 실패의 위험성을 언급했지만, 이대호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지난해 12월 초 윈터 미팅부터 이어진 메이저리그 구단과 협상이 기약 없이 늦춰졌지만, 이대호는 흔들리지 않고 뚝심 하나로 버텼다.

마이너리그 계약까지 감수한 이대호의 결정은 꿈을 향한 의지가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