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대표 '걸크러쉬' 걸그룹 포미닛이 약 1년 만에 일곱 번째 미니앨범 '액트세븐(Act.7)'을 들고 나왔다. 하지만 대중의 반응은 기대와는 조금 다른 듯하다.
#생소함
이번에 공개한 타이틀곡 '싫어(Hate)'를 한 단어로 설명하자면 '생소함'이다.
포미닛은 그동안 본인들의 색이 진한 곡들을 선보였다. 정규 1집 '거울아 거울아'를 시작으로 'Volume Up', '이름이 뭐에요?', '오늘 뭐해', '미쳐'까지. 그런 포미닛만의 독특한 색깔은 뚜렷한 팬층을 만들었고 '걸크러쉬'라는 단어가 그 어떤 걸그룹보다 잘 어울리는 경지까지 올랐다.
'싫어(Hate)'는 전지윤과 김현아가 작사에 공동 참여하고 '덤스텝' 장르 창시자로 불리는 미국 스타 DJ 스크릴렉스가 작곡에 참여한 EDM 힙합장르 댄스곡이다. 그런데 미국에서 아무리 유명하다고 해봤자 '덤스텝'이라는 장르, DJ 스크릴렉스 자체가 대중에게 익숙하지 않은 건 사실이다. 생소함을 느끼는 게 당연하다.
#색깔
'포미닛다운' 곡을 기대했던 많은 팬들은 이런 생소함에 실망했을 것이다. 그룹이 색깔을 가지고 있다는 건 보통 긍정적인 현상이다. 색조차 찾지 못하고 휘둘리는 아이돌이 넘치고 넘치기 때문인데 그 '색'이라는 것의 함정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그것이야말로 진짜 문제가 된다.
어느덧 8년 차가 된 포미닛이다. 유행이란 건 변하기 마련이고 그에 따라 대중의 요구도 달라진다. 아이돌이라고 똑같은 노래만 해야 하는 건 아니다. 오히려 변화하지 못하는 아이돌이 도태되기 마련이다.
붉은색이라고 다 같은 붉은색이 아닌 것처럼 변주가 필요하다는 말이다. '버건디'와 '말린 장미'의 색 차이는 한 끗이다. 포미닛 역시 본인들의 색에서 톤을 조금 달리했을 뿐인데 변했다고, 이상하다고 한다는 건 어불성설이다.
#반복재생
이별을 직감한 연인의 심리 변화를 그 어떤 곡보다 잘 표현한 '싫어(Hate)'는 들으면 들을수록 썩 괜찮다.
<i>"너의 매일 똑같은 변명, 매일 계속되는 말다툼 의미 없어 지겨워졌어"</i><i>- 미니앨범 Act.7 타이틀곡 '싫어(Hate)' 중</i>
드라마 같은, 영화 같은 판타지가 아닌 현실을 담은 곡이다. 걸크러쉬라는 건 의상 콘셉트나 메이크업에서 오는 게 아닌 이런 현실을 마주할 수 있는 애티튜드(태도)에서 오는 게 아닐까?
사람이 가장 불편함을 느낄 때가 현실을 직시할 때라고 한다. 그래서 '싫어(Hate)'에 담겨있는 이별을 앞둔 현실적인 감정의 변화는 불편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내 처음에 느꼈던 불편함이 낯섦에서 온 것이었을 뿐이지 이질적이고 가공된 것이 아닌 현실이라는 것을 깨닫고 '싫어'라고 반복되는 처절한 외침 속에 담겨있는 복잡 미묘한 감정에 동화된다. 이런 감정을 곡에 담아냈다는 것 자체가 놀랍게 느껴질 정도다.
#'싫어'하기
그래서 자꾸 '싫어'하고 싶어진다. 한 번 들을 때보다 두 번 들을 때 더 좋고, 두 번 들을 때보다 세 번, 네 번 들을 때 더 좋은 곡이다. 그런 점에서 포미닛의 이번 변주는 성공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음원이 공개된 후 팬덤의 화력지원을 받으며 상위권에 자리 잡는 게 요즘 음원 시장 보통의 흐름이기에 현재 '싫어(Hate)'의 음원차트 순위는 아쉬운 수준이긴 하다.
그렇다고 오는 3일 MBC 뮤직 음악프로그램 '쇼 챔피언'을 통해 첫 방송을 앞둔 포미닛이 부디 실망한 채 무대에 오르지 않았으면 한다. 반짝하고 끝날만 한 곡이 아니다. 대중은 결국 너도나도 '싫어'하게 될 테니.
사진/ 한국경제TV MAXIM 윤예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