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7월 첫 방송을 시작으로 대한민국 대표 토크쇼로 자리 잡았던 KBS2 '해피투게더'는 토크쇼 홍수 속에 어느덧 진화에 실패한 채 도태돼가고 있다.
기존의 사우나 콘셉트에서 탈피해 '전형적'인 토크쇼의 포맷으로 변화를 꾀한 '해피투게더3'은 '스타들이 펼치는 진솔한 토크를 통해 자극적이고 단순한 웃음이 아닌 모든 세대를 아우르는 유익하고 즐거운 시간을 마련한다'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있다.
다섯 명의 고정 MC 유재석, 박명수, 전현무, 조세호, 김풍. 최고의 MC 듀오 유재석과 박명수야 그렇다 치고 나머지 셋은 최근 연예계에서 가장 핫하게 떠오른 인물들이다. 그런데 정작 화면에 잡히는 인물은 '유-박' 듀오와 전현무 정도다. 김풍과 조세호는 꿔다놓은 보릿자루에 불과한 수준이다.
비슷한 포맷의 MBC '황금어장-라디오스타(이하 라디오스타)'가 매주 화제를 불러일으키는 것과는 반대로 '해피투게더3'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시작한 지 석 달밖에 안되는 MBC '능력자들'의 시청률 5.5%에도 미치지 못하는 시청률을 기록 중이다.
이 두 프로그램과 '해피투게더3'의 차이점은 크게 두 가지로 꼽을 수 있다. 첫째로 MC들의 포지션, 둘째로 게스트 선정의 기준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해피투게더3'에서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하는 김풍과 조세호는 게스트로서 최고의 캐릭터를 가지고 있다. 지난 황정민과 김원해, 정상훈, 백주희가 게스트로 나온 29일 방송에서 김풍과 조세호는 방송이 시작한지 약 25분이 지나서야 제대로 된 등장을 했다. 둘의 방송분을 모아봐도 5분 남짓이다. 무슨 의도로 둘을 앉혀놨는지 도통 이해하기가 힘들다. 다른 토크쇼의 게스트 패널 분량보다도 적은 수치다.
'라디오스타' 규현의 선전이 돋보이는 대목이다. 기 센 주변 선배 MC 사이에서 규현이 예능감을 선보이며 활약하리라고 기대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재 김풍이나 조세호와 같은 포지션이다.
'해피투게더'는 줄곧 가장 시의성이 높은 게스트를 등장시켰다. 등장시켰다기보다는 게스트가 줄을 서 있었다는 표현이 옳을 것이다. 그만큼 파급력이 높은 프로그램이란 말이다. 변화를 꾀한 '해피투게더3' 역시 게스트 선정 면에서는 이전과 다르지 않다. 영화, 드라마, 음반 등을 홍보하기 위한 연예인이 게스트로 등장하고 그걸 '특집'으로 묶어 내보낸다.
'라디오스타'는 다르다. 게스트에 끼워 맞춘 억지 특집이 아니라 '특집' 주제에 맞춰 게스트를 조율한다. 그러다 보니 주제는 물론 게스트끼리도 자연스럽게 엮여 방송의 전반적 흐름이 매끄럽다. '능력자들'은 굳이 따지자면 모든 '덕후' 게스트별로 특집이 진행된다고 할 수 있다. 시의성이나 그런 건 상관없다.
'해피투게더3'은 어떤 차별점을 갖고자 변화를 시도한 것일까. 어떤 강점을 가진 프로그램일까. 몇 날 며칠을 생각해봐도 답은 한 곳으로 귀결된다. '실패'라는 단어. 제작진의 의도는 중요하지 않았다. 시청자 반응과 수치가 모든 것을 설명해줬다. 물론 진화의 과정에는 어련히 고난이 있기 마련이기에 지금까지 실패했을지언정 실망하기엔 이르다. '해피투게더3'은 번데기를 깨고 나오기 위한 시련을 겪고 있다. 새로운 모습으로 태어난 '해투'가 다시 한 번화려한 날개짓을 보여주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