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자본력에 굴복한 한국 문화력

입력 2016-01-27 17:28




'문화력'이라는 말이 있다. 경제력, 외교력, 군사력과 같이 '문화가 가진 힘'이라는 뜻의 단어다. 하지만 문화력은 실체를 갖지 못하기 때문에 수치로 표기가 불가능하고 그만큼 다른 '력'들의 영향을 많이 받는 분야이기도 하다. 

한때 중국의 문화력은 세계 최고였다. 그런데 지금의 중국은 문화력이라고 피력할만한 게 딱히 없다. 우리나라 인기 프로그램을 무단으로 복제한다거나, 샤오미로 대표되는 '카피캣' 기업의 등장과 같은 행보를 보일 뿐이다. 단순히 문화적 측면에서만 바라본다면 한국은 중국에 월등히 앞서있다고 할 수 있다. 세계에서 손 꼽을 정도로 성장한 대한민국이다. 

물론 경제력과 외교력을 통해 우회적으로 발휘되는 중국의 문화력은 막강하다. 이는 얼마 전 큰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소위 '쯔위 사태'라고 부르는 사건을 통해 증명됐다. 

대한민국 문화력의 부질없음은 '쯔위 사태'를 통해 가감 없이 드러났다. 케이팝(K-POP) '종주국' 한국은 중국에 머리를 조아리고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었다. 중국은 현재 내수로 해결되지 않는 한국 문화의 생사를 쥐고 흔들 정도로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기 때문이다.  

JYP의 이번 사태 대응에서 아쉬움이 남는 부분은 중국과 대만 간 관계에 대한 이해 부족도 있겠지만, 문화적 우월성을 갖고도 유지하지 못한 스탠스다. 자본에 종속된 문화의 단면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연말 가요시상식이 자국인 한국에서 열리는 게 아니라 중화권에서 열리는 이유도 이와 궤를 같이한다. 케이팝을 세계로 전파하기 위함이라는 명목하에 중국을 필두로 한 중화권 자본을 끌어들이기 위함이다. 불나방처럼 '돈 냄새'가 나는 장소로 뛰어든 꼴이다.

굳이 우월성을 앞세워 뻐대야 한다는 말이 아니다. 단지 자본에 굴복해 낮은 자세로 대응하지 말자는 것이다. 중국이 문화를 주도하던 시절을 돌아보자. 세계에서 중국의 문화를 배우고자 고개를 숙이고 들어갔다. '문화력'이라는 건 생각보다 강한 힘이 있다. 대한민국의 문화라는 것에 자부심을 갖고 우리만의 스탠스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