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멜론뮤직어워드, 서울가요대상, 골든디스크까지. 가요 시상식 신인상을 휩쓴 걸그룹 여자친구가 새 앨범으로 돌아왔다.
데뷔한 지 갓 1년이 지난 신인 걸그룹의 지금과 같은 선전은 유독 눈에 띈다. 시작이 쉽지 않았기 때문이랄까. 아니, 쉽지 않았다기 보다 그 어떤 아이돌보다 어려웠다고나 할까. 그런 의미에서 지난 25일 공개된 세 번째 미니앨범 'SNOWFLAKE'는 성장해온 날보다 앞으로 성장해갈 날을 더 기대하게 하는 여자친구의 고유 주관 같은 앨범이다.
여자친구 데뷔 초, 네티즌의 비판은 하나같이 날카로웠다. 최근 아이유를 필두로 촉발된 '로리타' 컨셉을 떠올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여자친구의 초기 행보는 대한민국 대표 걸그룹 소녀시대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여자친구의 데뷔곡 '유리구슬'의 '파워 청순' 컨셉은 소녀시대의 데뷔곡 '다시 만난 세계'와 평행 선상에 있었다.
그래서 더욱 의미 있는 여자친구의 지난 1년이지 않았나 싶다. 네이버 V앱을 통해 생중계된 팬 미팅 겸 쇼케이스 현장에서 멤버 예린이 흘린 눈물은 그동안 안고 지냈던 여자친구 멤버들의 심적 무게감의 결정체였다.
여자친구가 무기로 삼은 '청순'은 여타 걸그룹들의 청순과는 질을 달리한다. '섹시'에 대비되는 개념이 아니라 청순이라는 단어가 내포하고 있는 '진심'을 의미한다. 이제는 '믿고 듣는 여자친구'라며 엄지를 추어올리는 그룹 대열에 합류할 수 있는 원동력이 바로 힘 넘치는 멤버들의 맑은 눈빛이다.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2015년 데뷔 당시 여자친구 멤버들의 평균나이 18.1세, 2016년이 됐지만 여전히 평균나이가 20세를 넘지 않는 말 그대로 '소녀'들이다. 소녀들이 전하는 신비로운 판타지를 자극하는 무대는 팬들에게 기분 좋은 죄책감과 동시에 책임감을 느끼게 했다. 그런데 걸그룹 여자친구의 학교 3부작은 세 번째 미니앨범 'SNOWFLAKE(스노우플레이크)'를 마지막으로 끝난다. 데뷔부터 만들어온 여자친구만의 이미지에 안녕을 고하는 것이다.<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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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i>"시간을 달려서 어른이 될 수만 있다면"</i><i>- 'SNOWFLAKE' 타이틀곡 '시간을 달려서'</i>
타이틀곡 '시간을 달려서'의 가사 중 단연 이목을 집중시키는 대목은 "시간을 달려서 어른이 될 수만 있다면"으로 여자친구 멤버들의 '어른'에 대한 막연함과 기대, 고뇌를 고스란히 읽어낼 수 있는 구절이다. 또한, 이 곡에 딸린 부제 'Rough(러프)'는 여자친구가 걸어온 지난 1년과 앞으로 걸어나갈 여자친구의 미래를 함축하고 있다. 결코 쉽지 않았던 데뷔 1년, 그리고 'SNOWFLAKE'를 끝으로 만들어나갈 새로운 이미지에 대한 두려움이다.
<i>"지금처럼만 같길 항상 변하지 않길 바랄게 </i><i>조금 두렵지만 이 길을 함께 걷고 싶어"</i><i>- 'SNOWFLAKE' 수록곡 'TRUST' 중</i>
하지만 걸그룹 여자친구는 거기서 그치지 않고 이번 앨범 마지막 수록곡 'TRUST'에 소원을 담았다. 2015년 데뷔한 수많은 걸그룹 중 살아남은, 가장 성공한 걸그룹으로서의 2016년. 기대감보다는 부담감이 앞설 여자친구 멤버들이 이젠 당당히 부를 수 있는 팬덤 'Buddy(버디)'들에게 전하는 진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