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로 전향한 유시민이 JTBC'비정상회담'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예능 행보에 나섰다.현재 고정 패널을 맡는 동채널의 '썰전'이 교양 프로그램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이번'비정상회담'출연이 유시민의 첫 예능 프로그램 타이틀을 가져갔다.
유시민은 '썰전'의 이전 MC였던 이철희와 여러 면에서 정반대의 행보를 보인다. 이철희 소장이 '썰전'에서 물러난 후 곧장 당적을 정하고 총선 출마를 선언한 것과 반대로 유시민은 정계와 명확히 선을 긋고 예능에 임했다. 또한 이철희가 '썰전' 외에는채널A '서세원 남희석의 여러가지 연구소', JTBC '게릴라 특강쇼 바운스' 등4부작 비인기 예능에만 출연하고 이후에는 예능 행보를 거둔 것과는 달리 유시민은 '썰전' MC를 시작함과 동시에 인기 예능인'비정상회담'에 출연을 결정했다. 이러한 점에서 미루어 볼 때 앞으로도 예능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그리고 그 행보는 앞으로도 순항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비정상회담' 출연에서예능인 유시민의 캐릭터는 독보적이진 않지만 충분히 뚜렷했다.
유시민이 예능에서 당장 취할 수 있는 콘셉트를 꼽자면 논리와 독설이다. 사실 이러한 콘셉트를 취하는 예능 패널에는 진중권 교수, 팝 칼럼니스트 김태훈, 영화 평론가 허지웅 등 이미 쟁쟁한 경쟁자가 많다. 유시민은 굳이 그들과 차별화를 하기보다 동화를 택했다. 교수와 칼럼니스트에 이어 자신을 작가로 칭하며 동일 선상에 두었다.
이날 '비정상회담'의 의 토론 안건은 'PR시대'였다.대학 졸업을 앞두고 취업 스터디를 하는 학생의 사연으로,스펙 외에도 자기 PR까지 준비해야 하는 부담감이 주 내용이었다. 그 절박함과는 별개로, 방송 소재로는 퍽 고루했다.어쩌면 수많은 멘토들이 각종 토크쇼와 강연에서청춘을 응원하고 위로하는 상투적인메시지로 끝날 수 있었다.
물론 방송에서 나온 내용도 그 강연들과 별반 다를 게 없었다. 다만 토론의 전개가 훌륭했다. 먼저유시민은 정곡을 찌르는 질문으로 서두를 열었다. 외국인 패널들에게 '한국이 멍청하다고 여기는 부분'이 있는지 물었다. 대개 한국의 장점을 어필하고 단점은 에두르는 식이 많은 '비정상회담'에서 신선한 접근이었다.여기서 흐름을 잡은 유시민의 역할은 게스트보다 보조 MC에 가까웠다. 자기소개서를 잘 쓰는 방법보다자기소개서의 본질을 파악하는 진행으로 출연진의 자연스러운 토론을 이끌어 냈다. 이후로도 현재 한국 자기소개서의 문제는 '천편일률적인 항목과 정해진 양식'이라는 결론에 도달하는 과정도 매끄러웠다.
유시민은방송에서 그를 보는 시청자들이 '작가 유시민'보다 '전 장관 유시민'으로 인식하는 걸 잘 알고 있는 듯하다."선거에서 세 번 떨어졌다"며 자조하며 넉넉히 희화화하면서도,중간중간 방송의 흐름을 결정짓는 묵직한 화두를 던질 때는 전 보건복지부 장관의 권위를 효과적으로 끌어다 썼다. 이 정도로 능란하게 무게중심을 옮길 수 있다면 기존의 '전문 분야가 있는 논객 패널'들에게 충분히 경쟁력을 증명한 셈이다.
이번 '비정상회담' 출연에서 유시민은독설가의 면모를 크게 드러내지 않았다. 오히려 충분히 유할 수 있을 만큼 유하게,지혜로운 조언자 혹은 간접적인 진행자 정도로 성공적인 캐릭터 구축을 마쳤다. 다만 너무 학구적인 이미지에 매몰되지 않는 것. 그리고 어느 적정선까지 세상의 때를 노출할 것인지가 예능인 유시민의 향후 숙제겠다.그는 앞으로도더 부를 곳이 많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