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가 아프다?" 자살 전 경고신호, 유가족 81% 인지못해

입력 2016-01-26 14:55


<표> 자살자의 경고신호

다정다감한 성격의 40대 남성 A씨는 빠짐없이 나가던 동창회에 어느날부터 나가지 않고 좋아하던 SNS에도 글을 올리지 않았다. 언젠가부터 식사량이 줄면서 옷이 헐렁해질 정도로 체중도 줄었다. 피로와 무력감은 심해서 쉽게 짜증을 냈으며 갑자기 눈물을 보이더니 아내에게 "내가 없으면 당신은 뭐 먹고 살래?"라며 뜬금없이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A씨는 어느날 출근길에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만약 주위에 A씨 같은 사람이 있다면 건강증진센터(☎1577-0199)나 정신과 의료기관 등 자살예방 전문기관에 도움을 청해야 한다.

"요즘 슬럼프가 좀 심해 보인다" 정도로만 생각한다면 자칫 삶이 버거워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하는 사람이 보내는 '경고 신호'를 알아채지 못할 수도 있다.

26일 보건복지부 중앙심리부검센터가 발표한 자살자 심리부검 결과를 보면 대상자인 자살 사망자 121명의 유가족 면담을 실시한 결과 93.4%가 이 같은 경고신호를 보냈지만 유가족의 81.0%는 이를 인지하지 못했다.

센터에 따르면 경고신호는 고인이 자살에 대해 생각하고 있거나 자살할 의도가 있음을 드러내는 징후로, 언어, 행동, 정서 차원에서 표현된다.

언어적 경고신호로는 가장 흔한 것으로 죽음이나 자살에 관해 직접 언급하는 방식이 있다. "내가 먼저 갈테니 잘 지내"라거나 "총이 있으면 편하게 죽겠다"고 말하는 것이 여기에 해당한다. 편지나 일기장 등에 죽음과 관련한 글을 쓰기도 한다.

사후 세계를 동경하거나 자살한 사람 등 주변의 고인에 대해 언급을 하는 것도 징후 중 하나다. "허리가 아프다" 등 신체적으로 불편감을 호소해도 자살 신호가 아닌지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행동 중에서는 수면 상태가 바뀌거나 식욕과 체중이 변화하는 경우에도 자살 신호가 될 수 있다. 주변을 정리하거나 평소와 달리 가족과 특별한 시간을 보내겠다고 해도 의심해봐야 한다.

농약이나 번개탄을 사는 등 눈에 띄는 모습을 보이는 경우 외에도 급격한 음주나 흡연 등 물질을 남용하거나 외모에 과하게 신경을 쓰지 않는 경우, 죽음과 관련한 예술작품이나 언론보도에 과도하게 몰입하는 행동도 자살 시도가 임박했다는 신호일 수도 있다.

외출을 줄이고 집에서만 지내거나 갑작스럽게 우는 경우, 집중력이 저하돼 업무처리에 실수가 많아지는 등 인지기능에 변화가 있을 때도 주위의 관심이 필요하다.

중앙심리부검센터는 자살자를 ▲ 우울증 미치료군(39명) ▲ 문제음주군(20명) ▲ 정신건강-경제문제 동반군(29명) 등 3가지 유형으로 분류했다.

우울증 미치료군의 경우는 유족들이 자살자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가족 중 자살 시도·사망자가 있거나 스스로 기분 장애를 가지고 있지만 사망 직전까지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한 경우다.

문제음주군에는 스스로 음주 문제를 가진 경우 외에 부모로부터 음주로 인한 폭력에 노출됐던 경험을 가진 케이스도 포함된다. 고인이나 가족들이 음주가 치료 대상이라고 생각하지 않아 간과한 경우가 많다.

정신건강과 경제문제가 함께 나타나는 집단에는 정신건강 서비스의 사각지대인 중장년 남성들이 포함돼 있다. 경제문제와 연관된 생활 스트레스로 우울감을 경험해 중년의 위기를 겪었지만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는 경우다.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