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진단②]집방 열풍, '집 사면 꾸미자'는 옛말

입력 2016-01-26 10:37


지난해 9월 말 케이블방송 XTM '수컷의 방을 사수하라' 이후로 JTBC '헌 집 줄게 새 집 다오'로, tvN '내 방의 품격' 등 인테리어를 소재로 한 예능 프로그램이 생겨나며 '집방'이 '먹방', '쿡방'을 제치고 새로운 예능 대세로 자리잡을 것으로 예상됐다. 아직 시청률이나 화제성에서 '쿡방'을 따라잡진 못했지만 '집방'이 트렌드로 자리 잡을 가능성은 충분하다.

'소유'의 개념이었던 집이 '생활'의 개념으로 바뀌면서 셀프 인테리어 열풍이 일어났다. 부동산 매매가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으며 '내 집' 갖기가 하늘의 별 따기만큼 어려워진 상황에서 '집 사면 꾸미자'는 말은 의미가 없어졌다. 자가 거주자뿐 아니라 전 월세 거주자도 인테리어에 투자하는 게 낯설지 않을 정도로 대중화됐다.

특히 요즘 세대는 자신만의 스타일로 꾸민 집을 SNS 등에 거리낌 없이 올리며 자신만의 개성을 드러낸다. '온라인 집들이'라는 말까지 생기며 '집 꾸미기'가 여가생활 중 하나라는 것을 반증하고 있다.

삶은 고단해지고 지갑은 가벼워진 상황에서 밖에서 돈을 쓰는 것보다 집에서 여가 생활을 즐기는 사람이 늘어나며 집을 꾸미고, 집에서 할 수 있는 재미를 찾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또 저렴한 스웨덴 가구 브랜드 '이케아'가 한국에 진출하며 부담 없이 셀프 인테리어를 할 수 있는 상황이 됐다는 것도 셀프 인테리어 열풍에 한몫했다.

'쿡방', '먹방'이 시청자들의 관심을 끈 것도 이러한 사회적 흐름이 방송에 반영된 것이고, '집방' 역시 이와 같은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다.

'집방'은 다양한 방식으로 시청자에게 다가가고 있다. 지난 12일 시즌 1을 마감한 XTM '수컷의 방을 사수하라'는 가족에게 집을 내어주고 자신의 공간은 없는 이 시대 남편들의 로망을 담았다. 의뢰인의 집을 찾아가 방이나 거실 공간을 낚시터, 만화방, 당구장, 사우나, 게임방 등 평소 의뢰인이 꿈꾼 공간으로 탈바꿈시켰다.

JTBC '헌 집 줄게 새집 다오'는 연예인의 실제 방을 스튜디오에 재현, 이를 두 팀이 방 주인에 맞춤하게 새 단장한 뒤 주인의 선택으로 승자를 가리는 게임 형식이다. 뒤이어 시작한 tvN '내 방의 품격'은 연예인들과 함께 '방스타'로 불리는 일반인이 스튜디오에 출연, 직접 꾸민 자신의 방을 소개하고 구체적인 팁을 제공한다.

이처럼 '집방'은 생각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생활공간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을 얻고 있다. 하지만 최소비용이 그다지 낮지 않다는 점과 아직 인테리어를 번거롭다고 생각하는 시청자에게 '쿡방', '먹방'처럼 생활밀착형 예능으로 다가갈지는 지켜봐야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