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 규모 줄여 IPO 재추진하는 기업들…이유는?

입력 2016-01-26 07:17
수정 2016-01-26 14:41


지난해 말 공모주 시장의 '한파'에 기업공개(IPO)를 미뤄뒀던 기업들이 새해 들어 하나둘씩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연초 국내 주식시장이 중국 증시 급락 등으로 휘청거리기는 하지만 새해 IPO 장이 본격적으로 서기 전에 공모주 시장을 선점하려는 포석이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코스닥 상장 재추진에 나선 종합 전자부품 전문 기업 아이엠텍은 지난 20~21일 진행된 기관 수요 예측결과 희망 공모가 밴드(6,500~7,500원) 상단인 7,500원을 공모가로 확정했다.

앞서 아이엠텍은 지난해 11월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코스닥 상장을 위한 공모 절차를 진행했다가 연말 공모시장의 환경 악화에 따라 상장을 연기한 바 있다.

당시 아이엠텍 외에도 차이나크리스탈신소재(이하 크리스탈신소재), 태진인터내셔날, 팬젠, KIS정보통신, 롯데정보통신, 서울바이오시스등이 회사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기 어렵다는 이유 등으로 상장 일정을 줄줄이 철회했다.

이중 일부 기업들이 상장 연기를 결심한 지 1~2개월도 채 안 돼 IPO 재추진에 나선 것은 상대적으로 IPO가 몰리지 않는 연초가 오히려 적기라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올해 첫 상장 기업인 한솔씨앤피의 경우 지난 19~20일 진행된 공모주 청약에서 789.84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으며 청약 증거금만 9,241억원이 몰렸다.

기업들이 공모 자금의 규모를 당초 예상보다 일정 부분 줄이는 것을 감수하면서도 IPO 재도전에 나서는 이유다.

아이엠텍은 이번에 IPO를 재추진하며 공모 물량을 기존 470만주에서 430만주로 줄이고, 공모 예정가도 종전 6,800~8,300원에서 6,500~7,500원으로 낮췄다.

그 결과 이번 수요 예측에 총 232개 기관이 참여, 112.3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희망 공모가의 상단 이상을 제시한 비율도 80%에 달했다.

전날 금융위원회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코스닥 상장 재추진에 나선 바이오의약품 전문 기업 팬젠 역시 공모 주식 수는 종전 200만주에서 150만주로, 주당 공모희망가는 1만5,500~1만7,700원에서 1만2,500~1만6,500원으로 각각 낮췄다.

중국 기업으로는 4년6개월여 만에 국내 증시 상장을 앞둔 크리스탈신소재도 이번에 공모 주식수를 1,300만주에서 930만주로 줄이고 공모 희망가는 하단을 기준으로 3,600원에서 2,900원으로 낮췄다.

그 결과 크리스탈신소재의 공모가는 3천원으로 확정됐다.

지난 21~22일 공모주 청약에서는 179.54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으며 5천억원가량의 청약 증거금이 몰렸다.

줄기세포 치료제 개발 전문 기업인 안트로젠도 종전 120만주에서 60만주로, 공모 밴드는 2만3천~2만8천원에서 1만7천~2만2천원으로 낮추고 오는 27~28일 수요 예측에 나선다.

업계 관계자는 "바이오 회사의 경우 이미 계획된 임상이나 시설투자 등 자금이 필요한 시점이 있어 바로 IPO를 재개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한국거래소의 상장예비심사를 통과한 뒤 6개월 내에 상장을 마쳐야 하는 것도 기업들이 연초부터 IPO 재추진을 서두르게 하는 요인으로꼽힌다.

예비심사 승인 후 6개월이 지나면 다시 처음부터 IPO 절차를 밟아야 하는 점을 감안하면 지난해 말 IPO를 연기한 기업들의 상장이 4~5월에 몰릴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아무래도 연초가 '붐업'하기 좋은데다 다른 기업과 맞붙기 전에 공모에 나서는 것이 낫다고 판단을 했기 때문"이라며 "공모가가 높다고 반드시 좋은 것은 아닌 만큼 공모가에 크게 구애받지 않는 회사들의 IPO 재추진이 잇따르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거래소도 특정 기간에 쏠리는 IPO를 분산하고자 업계와 협력한다는 방침이다.

김재준 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장은 "지난해 12월 상장 수요 조사를 한 결과 57%가 올해 1~2분기에 상장하겠다고 했다"며 "투자은행(IB) 업계와 실무자 간담회를 통해 상장 시기가 분산되도록 노력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