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사 연습생 대 방출', 떨이도 이런 떨이가 없다. 질은 둘째치고 물량이 압도적이다.
46개 기획사에서 모인 101명의 여자 연습생들이 참가하고 대중이 국민 프로듀서가 돼 데뷔 멤버들을 발탁하고 콘셉트와 데뷔곡, 그룹명 등을 직접 정하는 국민 걸그룹 육성 프로그램이라는 Mnet '프로듀스 101'이 시작했다. 수백만 명이 참가했던 '대국민' 프로젝트 '슈퍼스타K7'이 시청률 2%의 초라한 성적으로 막 내린 지 약 2개월 만이다.
11명만이 살아남는 극한의 서바이벌. '슈퍼스타K'처럼 일반인이 참가하는 프로그램이 아니다. 참가자들은 어디서 급하게 길거리 캐스팅해온 인재들이 아닌, 기획사에 이미 소속돼있는 연습생들이고 개중에는 '금수저' 소리를 듣는 대형 기획사 소속 연습생도 포함되어있기 때문에 경쟁은 더욱 치열하다.
지난 7월에 종영한 '식스틴' 출연자이자 이번 '국민 걸그룹 육성 프로젝트 프로듀스 101'에 몸을 던진 전소미는 첫 회가 방송되고 화제가 되고 있다. 전소미는 아쉽게 걸그룹 '트와이스' 합류에는 실패했지만, 실력을 인정받아 JYP의 차세대 걸그룹 주자로 낙점된 인재였다. 그런 전소미마저, 아니 JYP마저 이런 '연습생 플리마켓'에 참가해야만 하는 상황에 대중은 안타까워하는 중이다.
각 방송사의 음악 방송은 따지자면 백화점이다. 입점하기 위해서는 브랜드의 가치를 대중이 인정해야 하는 등의 까다로운 조건이 붙지만 입점에 성공하면 일정 판매량은 보장받을 수 있다. 반면 '프로듀스 101'은 말 그대로 플리마켓이다. 벼룩시장. 브랜드 가치가 굳이 중요하지 않은 곳이다. 기획사가 준비해 온 물건을 좌판에 깔아놓고 팔기 위해 소리치는 그런 곳이다.
'프로듀스 101'은 기획단계부터 공들여 잘 만들어진 가수를 내놓을 필요가 없는 우리네 음반 시장의 현 상황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인기순으로 뽑아다가 포장만 잘하면 잘 팔린다는 것이다. 쉽게 말해 예쁜 연예인의 이목구비를 모아다 최고의 미인을 만들어보겠다는 취지다.
물론 취지는 좋고 결과물은 나와봐야 아는 것이긴 하다. 안타까운 점은 이렇게라도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인재를 팔아야 하는 기획사와 연습생들의 마음이다. 46개의 기획사가 존재했다는 점만으로도 대중은 놀랐을 것이다. 음악 방송이나 기타 TV 프로그램에 얼굴을 비칠 수 있는 가수는 극히 한정돼있다. 그래서 걸그룹 '여자친구'의 선전이 눈에 띄고 이슈가 된다.
빛을 못 보던 연습생들이 드디어 양지로 나와 성공하는 모습이 그려지는 건 '프로듀스 101'의 긍정적인 효과가 될 것이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이런 판이 깔리지 않으면 빛조차 보지 못하는 중소기획사의 연습생과 방송사 간의 관계가 더욱 강한 '갑과 을'로 결부될 가능성은 배제할 수가 없다. 이 '국민' 프로젝트가 잘 돼도 문제고 잘 안돼도 문제가 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