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5개월 만에 최저치…대응 전략은?

입력 2016-01-21 06:15
수정 2016-01-21 14:38


어제(20일) 코스피가 장중 1,830선을 위협하는 등 급락하면서 증시 전문가들도 속된 말로 '멘붕'(멘탈 붕괴)에 빠졌다.

이미 국내 10대 증권사 중 8곳의 코스피 예상 밴드(등락범위) 하단이 깨지는 등 애초의 전망치가 무의미해진 상황이다.

펀더멘털(기초여건)을 토대로 제시한 전망이 무의미해진 가운데 한껏 눈높이를 낮춘 증시 전문가들은 일단은 코스피 1,800선 안팎의 지지를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현 시점의 장세에 대한 판단은 엇갈린다.

한쪽에서는 과매도 국면으로 보고 저점 매수를 권하지만 다른 한쪽에서는 '총알'을 아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 코스피 바닥은 어디…"펀더멘털 무의미"

증권사들은 매년 말 펀더멘털 등을 감안해 연간 코스피 전망치를 제시한다.

대부분 350포인트에서 넓게는 450포인트 안팎의 광범위한 박스권을 제시함에도 코스피는 늘 예상을 조금씩 빗나가기 마련이다.

하지만 올해는 연초부터 중국 증시의 폭락 장세와 국제 유가급락 등 글로벌 악재가 국내 주식시장에 직격탄을 날린 탓에 일찌감치 코스피가 전망치 범위를 큰 폭으로 이탈했다.

어제(20일) 코스피는 전거래일보다 44.19포인트(2.34%) 내린 1,845.45로 장을 마감해 지난해 8월24일(1,829.81) 이후 5개월만의 최저 수준으로 주저앉았다.

이에 따라 지난해 말 예상치를 제시한 국내 10대 증권사(자산규모 기준) 중 KDB대우증권과 대신증권의 전망치(1,700~2,150)만 유효한 상태다.

증시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공포 심리 때문에 펀더멘털이 무시되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런 상황에서 하단을 전망하는 게 무슨의미냐"는 자조섞인 의견도 나온다.

양기인 신한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글로벌 금융위기를 제외하고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를 밑도는 것이 이렇게 오래간 적이 없다"며 "올해 하단을 1,900으로 예상했는데 1분기가 이 정도까지 나쁠지 몰랐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눈높이를 일단 낮춘 증시 전문가들은 대체로 이번 급락 장세가 1,800선 안팎에서 등락을 반복하며 바닥을 찾아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용구 삼성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주요 시장의 지수가 전저점이 다 깨지는 상황이어서 펀더멘털 자체가 무의미하다"며 "투자 심리 측면에서 2011년 이후 박스권 하단이던 1,800선이 의미있는 지지선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1,800선 이하로 밀릴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김학균 KDB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연간 코스피 하단 전망치인 1,700선을 유지한다"며 "지난해 시장 저점이 1,800선인데 그때보다 상황이 조금 더 안 좋다"고 말했다.

배성영 현대증권 연구원은 "애초 1,870선을 예상했는데 지금은 저점이 크게 의미있어 보이지 않는다"며 "상황에 따라 1,800선 이하로 내려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미국의 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등이 향후 주요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1월 하단으로 1,850선을 중요한 지지선으로 본다"며 "당분간 1,850선을 중심으로 등락을 보이면서 바닥을 잡아가고 1월 FOMC가 지나면 나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 "저점 매수 기회" vs "총알 아껴 기다려야"

이처럼 증시가 '패닉' 장세를 보임에 따라 투자자들의 셈법도 복잡해지고 있다.

상당수 전문가들은 현 상황을 과매도 국면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낙폭 과대주 등에 대해서는 저점 매수가 가능한 구간으로 판단한다.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시장이 일단 충격을 받은 만큼 코스피가 1,800선까지 밀릴 수도 있겠지만, 오래가진 못할 것으로 본다"며 "은행주와 같은 저평가 대형주, 낙폭과대주 등에 관심을 두는 게 유효해 보인다"고 말했다.

배성영 연구원도 "지금처럼 많이 빠졌을 때는 낙폭 과대주에 주목해야 한다"며 "기존 주도주 중에 최근 조정을 많이 받은 LG화학 등 2차 전지 관련주 등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권했다.

주식을 보유 중인 투자자들에게는 공포로 인한 추격 매도는 지양하라는 조언도 했다.

이경민 연구원은 "1,850선 이하는 쏠림에 의한 딥 밸류(Deep Value·극심한 저평가) 구간으로, 추격 매도로 대응할 필요는 없다"며 "오히려 매수 기회로 볼 수 있기 때문에 어느 지점에서 살까를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시장 변동성이 극심한 만큼 '저점'을 판단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의견들도 있다.

김용구 연구원은 "큰 틀에서 지수를 볼 때 저점 매수를 고려해볼 수 있는 타이밍이긴 하지만, 매수를 할만한 대상이 영글지 않은 상황"이라며 "현금화를 해둘 수 있는 부분은 해놓고 총알을 아껴야 할 시점"이라고 조언했다.

김학균 투자전략팀장은 "돈을 들고 있다가 시장이 더 빠졌을 때 사는 게 맞는 것 같다"며 "여전히 하방 위험이 있어 작년보다 저점이 많이 낮아질 것 같다"고 우려했다.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