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빈소 성공회대에 마련
감옥에서 20년을 보내면서 가진 생각과 소회를 담은 책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등으로 유명한 신영복 성공회대학교 석좌교수가 15일 오후 서울 양천구 자택에서 별세했다. 향년 75세.
성공회대와 출판업계에 따르면 신 교수는 2014년 희귀 피부암 진단을 받고 투병 중이었으며 암이 다른 장기로 전이되면서 끝내 숨졌다.
신 교수는 이날 오후 9시 30분께 자택에서 호흡이 멈추고서 인근 이대목동병원으로 옮겨져 11시 47분 최종 사망선고가 내려졌다.
경제학자인 신 교수는 서울대 경제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한 뒤 육사에서 경제학을 가르치는 교관으로 일하던 중 1968년 '통일혁명당' 사건으로 무기징역형을 선고받았다. 그는 20년 20일을 복역하다가 1988년 광복절 특별 가석방으로 출소했다.
1989년부터 성공회대에서 정치경제학, 사회과학입문, 중국고전강독을 강의한 그는 1998년 사면복권됐다.
그가 사면복권된 날 나온 책이 바로 통일혁명당 사건으로 구속된 뒤 특별석방되기까지 20년간 수감생활을 하며 느낀 한과 고뇌를 230여장의 편지와 글로 풀어낸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이다.
이 책은 큰 인기를 얻으며 그의 이름을 대중에게 각인시키는 계기가 됐다.
이후 출간한 '나무야 나무야', '더불어 숲 12', '강의-나의 동양고전독법', '처음처럼', '변방을 찾아서' 등도 베스트셀러 명단에 올랐다.
신 교수는 학자이자 작가로서 뿐만 아니라 '신영복체'로 불리는 글씨체로도 유명했다. 소주 브랜드 '처음처럼'이 그의 글씨체를 사용해 높은 판매기록을 올리자 한동안 기업 광고나 건물 현판을 그의 글씨체로 제작하는 것이 유행했다.
신 교수는 2006년 성공회대에서 정년퇴직한 이후에도 석좌교수로 강의를 계속했으나 2014년 암 진단을 받아 그 해 겨울학기를 마지막으로 강단에서 내려왔다.
지난해 4월 '신영복의 마지막 강의'라는 부제를 단 '담론'이 출간됐으며 이 책이 나오면서 신 교수의 투병 소식이 공개됐다.
25년동안 성공회대에서 강의한 내용을 바탕으로 쓴 이 책은 그의 사상을 집대성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책은 동양고전의 명저인 '시경', '주역', '논어', '맹자', '한비자'를 바탕으로 현대사회를 읽어내는 제1부 '고전에서 읽는 세계 인식'과 20년의 수형생활에서 보고 느끼고 배우고 깨달은 바를 엮은 제2부 '인간 이해와 자기 성찰'로 구성돼 있다.
그는 이 책에서 '감옥은 대학'이라며 교도소에서 보낸 20년 세월은 실수와 방황과 우여곡절의 연속이었으나 다른 한편으로 배움과 깨달음의 여정이기도 했다는 감회를 밝히기도 했다.
고인의 장례는 성공회대 학교장으로 치러진다. 빈소는 16일 오후 2시 이 학교 대학성당에 차려져 매일 오후 10시까지 조문을 받을 예정이다.
영결식은 18일 오전 11시 엄수된다.
유족으로는 부인 유영순(68)씨와 아들 지용(26)씨가 있다.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