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뛰는 NC 지석훈, 팀 4번째 내야수로 가치 높일까?

입력 2016-01-12 11:01
수정 2016-01-30 15:13
▲ 지석훈(사진=NC 다이노스)
이번 겨울의 상황이 절망적일 수도 있다. 그러나 현실을 부정하기 보다는 변화된 환경에 끊임없이 도전을 해야 한다.

올 겨울 NC 다이노스는 FA 박석민에게 역대 최고 대우를 보장해주며 영입했다. 시즌에 돌입하면 많은 변수들이 늘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표면적으로 NC의 공격력은 리그 최강의 라인업을 구축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박석민의 합류로 리그 최고의 클린업 트리오가 한층 더 강력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반대로 이 상황이 달갑지 않은 이도 있을 수 있다. 지난해 프로 데뷔 13년 만에 첫 주전 선수로 성장한 지석훈이다.

지석훈은 지난 2003년 현대 유니콘스에 2차 1번으로 입단하며 대형 유격수로 기대를 모았던 유망주였다. 고교시절 박경수-서동욱 등과 함께 고교 3대 유격수로 꼽히던 인물이기도 했다. 그러나 현대에는 박진만이라는 큰 산이 있었고 그가 떠난 후에도 자리를 잡는 것은 쉽지 않았다. 그나마 2007년 기회를 많이 얻으며 도약을 꿈꿨지만 실패했다. 히어로즈 시절에는 강정호-황재균 등과 경쟁에서 살아남지 못하며 백업 선수로 전전하다가 결국 잊혀진 유망주가 됐다.

그러던 그에게도 새로운 기회가 찾아왔다. 2013년 시즌 초반 신생팀 NC로 트레이드 된 것이다. 수비 불안으로 초반 많은 경기를 내줘야 했던 NC는 지석훈의 영입으로 안정된 내야진을 바탕으로 반격에 나섰다. 하지만 지석훈에게 시련은 또 찾아왔다. 2013년 사실상 첫 풀타임으로 한 시즌을 소화하며 체력적인 부분과 공격적인 면에서 문제점을 나타냈다. 게다가 이듬해 박민우가 주전 2루수로 중용되면서 지석훈은 또 다시 백업으로 돌아가야 했다.

물론 이전과 다른점도 있었다. 적어도 NC에서는 NO.1 백업 내야수로 없어서는 안 될 존재였던 것이다. 박민우-손시헌-모창민 등이 부진하거나 부상이 발생할 경우 지석훈은 1루를 제외한 내야 전포지션을 커버하며 주전들의 빈자리를 120% 채워줬다. NC로 이적 후 2시즌 동안 100경기 이상 출전한 것만으로도 그의 존재감을 알 수 있었다. 또한 2% 부족한 것은 사실이었지만 고교시절 타격 재능도 살아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2015년. 지석훈에게는 잊지 못할 한 해였다. 시즌 초반 박민우의 부상과 손시헌의 부진으로 선발로 출전하는 횟수가 늘었고, 이어 주전 3루수 모창민의 극심한 슬럼프에 선발 3루수로 출장횟수를 늘려갔다. 모창민의 부진이 계속되자 어느 덧 NC 3루의 주인은 지석훈이 되었다. 지난 해 지석훈은 137경기로 프로 입단 이해 가장 많은 경기를 뛰며 타율0.267 홈런 11개 46타점을 올리며 커리어 하이 시즌을 기록했다. 무엇보다도 처음으로 규정타석을 채웠다는 것 자체도 의미가 있는 시즌이었다.

지석훈은 NC 유니폼을 입은 후 꾸준히 좋은 역할을 해주고 있었기 때문에 결코 한 시즌 반짝한 것도 아니었다. 주전이 보장된 것은 아니었지만 이제는 당당히 주전으로 경쟁에 나설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진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올 겨울 삼성 잔류가 확실할 것으로 보였던 박석민이 NC에 입단하면서 지석훈은 또 다시 백업의 자리로 돌아가게 되었다. 물론 실망할 것도 좌절할 것도 없다.

비록 3루 자리가 박석민이 차지하겠지만 팀에서 지석훈의 가치는 백업 야수가 아니라 1루를 제외했을 때 팀 내 4번째 내야수이기 때문이다. 손시헌의 나이를 감안하면 체력적인 안배도 반드시 필요하고 박석민 역시 삼성 시절에도 잔부상이 많았다. 박민우의 수비는 여전히 안정적이지 못하기 때문에 NC는 지석훈을 절대적으로 필요로 한다.

지석훈이 기억해야 할 한 가지는 지난 시즌에도 그는 본인이 주전보다는 주어진 환경에 최선을 다했고 그 결과는 결실을 맺었다. 물론 상황적으로는 쉽지 않겠지만 올 시즌도 주어진 환경과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다보면 기회를 반드시 찾아올 것이다. 또한 흔들리지 않는 모습으로 자신의 역할을 완벽하게 감당한다면 본인의 가치를 더 높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