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순익, 사상 처음 보험사에 밀려…예대마진 의존 탓

입력 2016-01-12 07:01
수정 2016-01-12 14:26


은행권의 전체 순이익 규모가 지난해 처음으로 보험권에 뒤진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이 업권별 통계를 낸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이익의 90%가량을 예대마진에 의존하는 은행들이 저금리 충격에 크게 흔들린 데다 기업 구조조정 영향으로 대손충당금 적립액이 늘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투자정보제공업체 와이즈에프엔 분석에 따르면 시중은행과 국책은행, 지방은행을 포함한 17개 은행의 순이익 합계는 지난해 3분기까지 5조8천억원에 그쳐 56개 보험회사 순이익 합계(5조9천억원)보다 적었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아직 실적 집계가 끝나지 않았지만 2015년 한 해 전체로도 보험권 순익 합계가 은행권 순익 규모를 넘어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와이즈에프엔은 은행권과 보험권 순이익을 각각 6조2천억원과 6조5천억원으로 추정했다.

2011년만 해도 은행권 순이익은 12조원으로 보험권(5조7천억원)의 두 배에 달했다.

매년 격차가 줄어들더니 급기야 지난해 역전을 허용한 것이다.

17개 은행의 총자산은 지난해 6월 말 기준 2,235조원으로 보험권(903조원)의 두 배를 웃돈다.

은행권이 더 많은 돈을 굴리면서 이익은 보험보다 덜 냈다는 얘기다.

임직원 수도 은행이 13만4,318명으로 보험(6만316명)보다 훨씬 많다.

신성환 금융연구원장은 "은행들이 상대적으로 저금리에 대한 준비를 충분히 하지 못했기 때문"으로 풀이했다.

고금리 시절에 자산관리 등 새 영역을 개척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고 여전히 이자이익에만 의존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대표적 은행 수익성 지표인 순이자마진(NIM)은 지난해 3분기 역대 최저 수준인 1.56%로 하락했다.

제살 깎아먹기식 과당경쟁에다 정부와 소비자 눈치를 보느라 각종 수수료를 현실화하지 못한 영향도 있다.

국내와 달리 해외에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도 은행산업이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맥킨지에 따르면 글로벌 은행 순이익(중국 제외)은 2009년 4,780억 달러에서 2014년 1조30억 달러로 급증했다.

미국 은행들은 NIM 하락으로 영업수익이 제자리걸음을 면치 못했지만 자산관리라는 새 시장을 개척한 덕분에 2014년 순이익(2,780억 달러)을 2009년 대비 9배나 늘렸다.

대부분 오너가 경영하는 보험사와 달리 정부나 연기금이 최대주주인 국내 은행의 지배구조가 수익성을 떨어뜨린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주택담보대출을 거치식으로 받을지, 분할식으로 받을지조차 정부가 결정하는 상황인 점을 고려하면 은행은 애초부터 고수익을 낼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은행권과 보험권 순이익 역전은 일시적인 현상일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은행 실적은 연말 대손충당금을 얼마나 쌓느냐에 따라 달라지는데 지난해 시중은행들은 조선, 해운, 철강, 건설 등 경기민감 업종에 속한 기업대출에 약 1조5천억원의 충당금을 적립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비해 보험사들은 저금리로 가격이 올라간 보유채권을 지난해 매각하면서 이익 규모를 늘렸다.

이석호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미래 이익을 미리 당겨서 쓴 셈"이라며 "보험 국제회계기준(IFRS4) 2단계 시행에 따라 수십조원의 자본 확충이 필요한 점을 고려하면 보험사 이익은 지난해가 정점일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