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스타 대거 포진' 2016년 중국 공략하는 한국 드라마는?

입력 2016-01-11 00:00
수정 2016-01-11 14:25
쪽대본, 밤샘 촬영이 이어지던 국내 드라마계에 최근 들어 사전제작 열풍이 불고 있다.

너나 할 것 없이 '100% 사전제작'을 외치는 데는 중국 시장을 향한 포석이 깔려있다.

이 때문에 사전제작을 내세운 작품들에는 어김없이 한류스타들이 포진해있다.

국내에서는 낯설 정도로 제대로 성공한 적 없는 사전제작 드라마지만 거대 자본과 톱스타의 힘을 빌어 성공하고 안착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 톱스타 출연에 아낌없는 투자…화제작 대부분 사전제작

다음달 KBS 2TV와 중국 동영상 플랫폼 아이치이에서 동시 방영될 예정인 '태양의 후예'에는 한류스타 송중기(31)과 송혜교(34)가 출연한다.

가상의 중앙아시아 국가를 배경으로 극한 환경 속에서 사랑과 이상을 꿈꾸는 젊은 군인과 의사의 이야기를 담았다.



120억원이 투입됐고 '파리의 연인' '시크릿 가든' '상속자들'을 잇따라 흥행시킨 김은숙 작가까지 힘을 보탰다.

이 드라마는 중국이 온라인 콘텐츠에 대해서도 사전 심의를 하겠다고 나선 이후 웹드라마를 제외하고는 한중 동시 서비스에 도전하는 첫 드라마다.

애초 지난해 하반기에 방영될 예정이었지만 송중기의 팔 부상 등 이런저런 이유로 방영 시기가 늦춰져 해를 넘겼다.

이영애와 송승헌의 출연으로 '제2의 대장금'을 예상하게 하는 '사임당, 더 허스토리(the Herstory)'도 일찌감치 SBS 편성을 확정짓고 촬영에 한창이다.

'사임당'은 신사임당의 삶을 재해석한 작품으로 천재화가 사임당의 예술혼과 불멸의 사랑을 그리는 드라마다.



이영애는 극중에서 한국 미술사를 전공한 대학강사와 신사임당 1인2역을 맡아 과거와 현재를 오가고, 송승헌은 왕족이자 예술가로 사임당의 곁은 지키는 이겸 역을 맡았다.

홍콩의 미디어그룹 엠퍼러그룹의 엠퍼러엔터테인먼트코리아가 공동제작사로 참여해 100억원을 투자했고 이미 지난해 7월 중국과 일본, 태국,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6개국 방영권 계약이 체결된 상태다.

새로운 한류 스타로 떠오른 박서준은 KBS 2TV '화랑: 더 비기닝'에 출연한다.

이 드라마는 1,500년 전 신라 화랑들의 열정과 사랑, 성장을 그리는 청춘 드라마. 박서준 이외에도 박형식, 고아라가 주연으로 출연한다.

박서준의 캐스팅이 알려진 직후 '중국의 넷플릭스'로 알려진 미디어그룹 LETV에 최고 수준의 금액으로 선판매돼 화제가 되기도 했다.

상반기 촬영을 시작해 100% 사전제작으로 7~8월쯤 방영이 목표다.

이미 중국에서 드라마로 만들어져 큰 히트를 한 적이 있는 중국 소설 '보보경심'을 원작으로 한 '보보경심: 려(麗)'는 새해 벽두부터 스타 캐스팅 소식을 연이어 전하며 관심을 끌고 있다.

한류스타 이준기에 아이유, 소녀시대 서현, 강하늘, 홍종현, 백현, 남주혁, 지수 등 청춘스타들과 성동일, 김성균 등 감초 스타까지 휩쓸어갔다.

할리우드 메이저 영화사인 유니버설스튜디오가 부분 투자자·공동제작자로 참여했고 역시 중국 시장을 겨냥해 100% 사전제작된다.

김우빈과 수지 주연의 '함부로 애틋하게'도 올 여름 한중 동시 방송을 목표로 지난달 초 촬영을 시작했다.

중국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박해진을 내세운 tvN '치즈인더트랩'도 반(半)사전제작으로 진행돼 곧 촬영을 마칠 예정이다.

◆ 제작서 방영까지 1년 넘어 길어지니 "식상해!"…성공 가능성은

지난해 마지막날 열린 '2015 KBS 연기대상'에서 '프로듀사'로 미니시리즈 부문 남자 우수 연기상을 받은 차태현은 작심한 듯 "쪽대본이 없어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앞서 SBS '용팔이'로 소위 '대박'을 친 주원은 드라마 종영 후 예능프로그램에 나와 "석 달을 촬영하는데 거의 두 달가량 미친 듯이밤새웠다. 차로 이동을 하면서 링거를 맞기도 했고 '일찍 죽겠구나' 그런 생각도 들었다"고 털어놨다.

쪽대본과 밤샘촬영은 한국 드라마의 오랜 관행이자 병폐였다.

특히 방송날까지 촬영을 하는 '생방송 드라마'들이 시청자의 반응을 즉각 반영하며 좋은 성적을 내는 일이 반복되자 이런 관행은 성공을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한류 드라마의 큰 시장이자 거대 자본을 가진 '큰 손' 중국 덕에 상황이 급변했다.

이미 한류팬들이 인터넷을 통해 실시간으로 한국 드라마를 즐기는 상황에서 중국 방송사들의 마음이 급해진 데다 중국 당국이 최근 사전허가제를 도입, 완성본으로 심의하겠다고 나서면서 중국 시장을 노리는 제작사들에게 사전제작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된 것이다.

그러나 성공 여부는 미지수다.

톱스타 캐스팅으로 일찍부터 언론과 누리꾼의 큰 관심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짧게는 6개월, 길게는 1년 넘게 흐른 뒤에 방송되게 되면서 식상해지거나 관심이 사그라질 수밖에 없다.

'태양의 후예'는 제작이 알려진 지 8개월여 만에 방송될 예정이고 지난해 3월 이영애의 출연 소식을 전한 '사임당'은 1년을 훌쩍 넘긴 올 하반기에나 방송된다.

현재 방송 중인 '치인트'도 드라마화 소식이 전해진 지 1년 만에 방송하면서 "아직 시작도 안했나. 이미 다 하고 끝난 줄 알았다"라는 식의 반응을 들어야 했다.

2004년 한중 합작으로 사전제작된 '비천무'는 방송사를 찾지 못해 4년 뒤인 2008년에야 방송되며 '묻혔'고, 역시 사전제작된 '버디버디', '탐나는도다'도 촬영시기와 방송시기가 달라지면서 별다른 호응을 얻지 못했다.

과거 "중국의 한국 콘텐츠 방영 규제가 지나치다"는 우리 정부의 입장에 "한국은 드라마 강국으로, 문화다양성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고 강경하게 답변할 정도로 한국 콘텐츠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가진 중국 당국이 한국의 사전제작 드라마에 대해 또 어떤 새로운 규제를 내놓을지도 변수다.

[온라인뉴스팀]